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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용기 Apr 06. 2024

소심쟁이지만 '공동'모임장은 할 수 있어

-작은 도전이 가져다준 것-


1분도 채 안 걸리는 시간에 그 형의 제안을 수락해 버렸다. 항상 어느 조직이든 있는 듯, 없는 듯 조용히 지내던 내가, 독서모임을 운영하게 된 것이다. 당시의 나는 무언가 책임지고 나서서 하는 것을 정말 싫어했었다.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지나치게 신경 쓰다 보니 실패하거나 실수했을 때, 돌아오는 부정적인 피드백과 망신스러움이 두려웠다. 그랬던 내가 제안을 수락할 수 있었던 것은 단 하나 '공동'모임장이었기에 가능했다. 의지 할 누군가가 있다는 것 만으로 부담이 적었다.




"독서로 성장하기 '독기' 어때요?"

"너무 무섭지 않냐?"

"독서하는 사람들 '독사'는 어때요?"

"더 무섭다."

여러 가지 모임 이름을 고민하던 중, 형이 입을 열었다.

"다독 어때? 다독거려 준다는 의미랑 많을 多, 읽을 讀 합쳐서 '다독다독'으로"

"좋다! 의미도 좋고, 이름 겹치는 모임도 없을 것 같은데 그걸로 하죠"

(착각은 자유라고 최근 이 형과 독서 팟캐스트를 준비하면서 알게 된 사실인데 다독다독이라는 이름의 유명 팟캐스트도 있고 같은 이름의 독서모임이 정말 많다.)




우리는 소모임이라는 어플을 이용해서 독서모임을 만들었는데 한 달 이용료가 약 만오천 원 정도다. 크다면 크고 적다면 적은 돈이지만, 둘이서 냈기 때문에 그다지 부담되는 금액은 아니었다. 드디어 모임 개설버튼을 누르고 사람들이 가입하기를 기다렸다. 며칠이 지나 정모를 진행할 수 있는 인원들이 모였다.

'좋다! 이제 정모를 열자!'

단톡방에 참가신청 투표를 올렸다. 며칠이 지나 투표 마감일이 되었고 결과는 정말 놀라웠다.

참가 인원이 나와 형, 둘 뿐인 것이다. 당혹스러웠지만 어떻게 첫술에 배부르랴, 우선 우리끼리 독서모임을 진행했다. 시간이 지나, 다시 참가신청을 받았다.




'어떻게 이럴 수 있지? 왜 다 가입만 하고 나오지 않는 거야'

두 번째 정모에도 아무도 참석하지 않자 맥이 빠졌다. 처음부터 많은 인원이 참석하기를 바랐던 것은 아니지만, 2명이서 하는 모임은 모임이라고 하기에도 민망한 수준이었다.

"oo아 우리 조금 더 구상해서 다시 만들어보자"

그렇게 우리가 처음에 만들었던 독서모임은 제대로 된 정모를 한 번도 해보지 못한 채 끝나버렸다.




시간이 흘러 몇 개월이 지났다. 그 시간 동안 우리는 다른 독서모임은 어떻게 진행하는지 알아보았고 다시 모임을 만들었다. 이번에는 참가비로 5000원을 받았다. 이 돈은 정모를 진행할 때, 운영진이 책을 구매하여 사다리 타기나 제비 뽑기를 통해, 담청 되는 인원에게 선물하는 데 사용하기로 했다. 하지만 그것은 사용되는 용도였을 뿐, 진지하게 독서모임에 참여할 사람을 거르는? 일종의 장치였다. 또한 발제문 시스템도 만들어서 운영진인 나와 형이 정모 전 주까지 읽은 후에 회의를 통해, 정모 때 무슨 이야기를 나눌지 정하기로 했다.

이번 모임도 역시 모임원은 조금씩 늘고 있었다. 잘은 기억이 안 나지만 10명 이상의 모임원이 가입했을 때 정모 참가신청을 올렸다. 대신 첫 정모이니 만큼 독서모임이 아닌 서로에 대해 알아가는 시간과 우리 모임의 프로그램을 소개하는 자리였다. 참가신청을 올리고 하루가 지나서 정모 참석인원을 확인했다.




참가인원: 8명

남자: 8명

여자: 0명


책으로써 성장하고, 성장하고자 하는 사람들끼리 시너지효과를 얻어보자는 우리의 모토가 완벽하게 전달된 것일까? 여자 모임원을 기다린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이 모임원들이 독서모임에 얼마나 진심인지 알 수 있었다. 형과 나는 드디어 우리의 모임이 진행된다며 기뻐했다. 그리고 결전의 정모 날, 노쇼 하는 인원이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있었지만, 8명 모두 참석했고 모임 또한 잘 진행되었다.




그 이후에 정식으로 첫 독서모임을 열었고 지정도서는 나도, 형도 좋아했던 '미움받을 용기'로 정했다.

참가인원도 9명으로 우리 예상보다 모임원들의 참석률도 우수했다. 모두 같은 책을 읽고 왔었기에 조금 더 심도 깊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고, 발제문의 답을 준비하면서 나에 대해서 생각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겨 정말 좋았다. 몇 번의 모임이 진행되면서 자연스럽게 포지션이 정해졌다. 형은 참가자들의 의견을 묻고, 정리하는 일종의 사회자 역할을 하였고 나는 모임에 충실히 참여하는 플레이어면서 가벼운 드립으로 분위기를 편안하게 만드는 역할을 도맡아 했다. 나의 내성적인 성격 때문에 걱정을 많이 했었는데 운영진이라는 자리 덕분인지, 모임을 주도해 나가고 많은 이야기를 나누는 게 어렵지 않았다. 각자의 포지션 외에도 모임을 운영하는 건 잡스러운 업무가 많았다. 모임 장소 섭외나 발제문 회의 그리고 단톡방 관리처럼 말이다. 그래도 가장 부담스러운 모임진행은 형이 했기에 전혀 부담 없이 모임활동을 즐길 수 있었다. 이 일이 있기 전까지는 말이다.




"oo아 형이 일이 있어서 이번 모임은 참가가 어려울 거 같다. 네가 진행해 줘야 할거 같은데 어쩌지?"

형의 연락을 받고 커다란 부담이 내 어깨에 올라온 듯한 기분이 느껴졌다. 그러면서도 지금까지 운영진이라는 명목으로 모임에서 나댔던? 경험이 도움이 된 것일까 왜인지 못할 거 같진 않았다.


그래요 형, 제가 하죠 뭐!


이 대답 때문에 나는 그날 지옥을 경험했고, 그 경험 덕분에 MC를 꿈꾸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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