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하지 않아서 따르는 '불만'과 변화할 때 생기는 '불안'중에 '불안'을 선택한 나는, 바로 집 근처 독서모임을 찾아보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괜찮은 모임을 찾았다. 대중교통으로 40분 거리에 위치한 모임으로 조금 멀기는 했지만, 연령대도 비슷하고 활발하게 운영되는 곳인 것 같아 바로 가입했다. 가입과 동시에 내가 가장 먼저 한 것은 바로 자기소개 연습이다.
유튜브로 '자기소개 잘하는 법'을 검색해서 관련 영상을 닥치는 대로 찾아보고, 자기소개 영상을 촬영하며 연습했다. 고작 1분도 안 걸리는 자기소개를 몇십 번 촬영하면서 연습했던 것 같다. 뭘 그렇게 까지 하냐고 할 수 있지만, 워낙 낯을 많이 가렸고 말솜씨가 없었기에 모임에 나가서 어버버 거리는 것이 걱정됐다.
자기소개에 어느 정도 자신감이 붙었을 때, 정모 참가버튼을 간신히 눌렀다. 운이 좋게도 그날 모임은 모임장을 제외한 모든 인원이 신입 모임원들로만 이루어진 정모였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어느덧 정모날이 되었다. 토요일 저녁시간이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어찌나 떨리던지, 버스를 타고 모임장소까지 이동하면서 신나는 노래로 억지 텐션을 올린 기억이 있다.
버스에서 내리고 모임장소인 카페로 들어갔다. 문을 열자마자 딱 봐도 모임으로 보이는 무리가 있었다. 그들 중 한 사람과 눈이 마주친 나는, 조심스럽게 말을 걸었다. "혹시.. 모임?.." 그러자 모임장으로 보이는 사람이 그렇다며 맞이해 주었다. 모임원들이 하나둘씩 모여 모임을 시작했다. 먼저 모임장의 자기소개를 시작으로 모임원들이 간단한 자기소개를 했다. 드디어 내 차례가 다가왔다. 심장이 쿵쾅거렸지만 아무렇지 않은 척하며 연습한 대로 자기소개를 시작했다.
"안녕하세요. ooo이라고 합니다. 저는 책을 읽기 시작한 지 얼마 안 됐는데요. 최근 독서에 재미가 붙어서 열심히 읽고 있습니다. 오늘 이렇게 책을 좋아하시는 분들과 이야기 나눌 수 있는 기회가 있어서 정말 반갑습니다. 다들 유익한 시간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속이 후련했다. 1분도 안 되는 이 순간 때문에 얼마나 마음을 졸였는지 모른다. 남은 사람들까지 모두 자기소개가 끝난 후에 각자 준비해 온 책을 1시간 동안 읽기 시작했다. 1시간의 독서가 끝이 나면 각자 읽은 책에 대하여 다른 사람들에게 소개해주는 방식이었다. 사실 큰 임팩트가 없었어서 당시 어떤 느낌이었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렇게 첫 번째 독서모임을 잘 마치고, 모임 활동을 적극적으로 해보자는 마음으로 모임이 있을 때마다 참가버튼을 눌렀다. 그러다 3번째 모임을 나가고며칠이 지났을 때, 모임에서번호를 교환했던 형한테 연락이 왔다. 집 근처 카페에서 스몰토크를 하고 형이 물었다.
"oo아 우리가 나가고 있는 독서모임 시스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 갑작스러운 질문에 조금 당황했지만 생각을 해보니 위에 쓴 것처럼, 큰 임팩트는 없었다. 솔직히 말하면 내가 원했던 것은 다 같은 책을 읽고 모여서 책에 대한 심도 깊은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그래야 진정으로 '그 책을 최선을 다해 읽었다'라는 느낌이 들 것 같았다.
"저는 다 같이 같은 책을 읽고 나서 만나고, 조금 더 딥한 이야기를 해보고 싶어요" 그러자 형도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다른 모임으로 바꾸네 마네 이야기를 하다가 형이 넌지시 물었다.
"그냥 우리가 만들어서 운영할까? 공동 모임장으로"
'이제 막 책을 읽기 시작한 나보고 독서모임을 운영하자고? 아니 독서모임을 떠나서, 나서기 싫어하고 책임지는 것을 극도록 싫어하는 나보고 모임을 운영하자고?' 부정적인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그런데 동시에 근거 없는 자신감이 있었다. 일단 공동모임장이니까 부담도 덜 했고, 한창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것에 재미가 붙었었기에 왠지 충분히 가능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짧은 고민을 하고 입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