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현재까지 유아체육강사로서 1년째 일을 하고 있다. 그 시간 동안 많은 변화가 있었는데 그중 하나가 자유롭게 페르소나를 바꿀 수 있게 된 점이다. 아이들은 물론이고 선생님들에게도 씩씩한 체육선생님의 이미지를 보여줘야 하기 때문에, 낮은 텐션과 내성적인 성격을 숨긴다. 대신높은 텐션과 웃는 얼굴, 큰 목소리가 그려져있는 가면을 꺼내든다.
집중력이 약한 아이들을 집중시키기 위해 "선생님을 보세요!"라는 오글거리는 멘트를 치기도 하고, 아이들의 리액션이 저조할 때는 한 껏 오버하면서 반응을 이끌어 내기도 한다. 또, 달리기를 할 때는 어떤가? 그 누구보다도 큰 목소리로 "출발~!"을 외친다. 그렇게 수업이 끝나면 목이 쉬거나 온몸의 힘이 쭉 빠질 정도로 하얗게 불태우고는 한다.
처음에는 이렇게 높은 텐션으로 수업을 하는 게 어색하고 두려웠다. 그래서 나의 본래 성격대로 차분하게 수업을 진행했었다. 하지만 문제가 있었다. 나의 텐션이 낮으니 아이들의 텐션도 마찬가지로 낮아지는 것이었다. 체육은 힘차고 즐겁게 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니,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 걱정에 대한 해답을, 나는 이미 살면서 몸소 배웠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 깨달음과 동시에 걱정이 사라졌다.
나는 처음 운전을 배울 때, 시동을 걸고 기어를 D로 놓기 전에 심호흡까지 하고 출발할 정도로 긴장을 많이 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나름 능숙하고 안전하게 운전하고 있다.
무슨 일이든 처음은 어색하고 두렵다. 그리고 그 처음의 어색함과 두려움은 시간이 지나면 무뎌진다.
유아체육강사로 일한 지 3달 정도 지났을 때였다. 엄마를 통해서 고모가 친척형의 결혼식 사회를 부탁했다고 전달받았다. 아무래도 MC를 준비하고 있기도 했고, 하고 있는 일이 스피치 기능을 필요로 하는 직업이라서 나에게 부탁한 것 같았다. 이번에도 '처음'에 대한 두려움이 생겨났다. 하지만 '처음은 항상 두렵다'라는 어쩌면 당연한 세상의 이치를 의식하고 있었기에 엄마에게 고민 없이 대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