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erona

사랑에 대하여

by 마르치아


“베로나에 가자. 그리고 1박 2일 동안 사랑에 대한 이야기만 나누자.” 내가 제안하자 그는 잠시 놀란 표정을 지었지만, 곧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여기서 우리 사랑에 대해 이야기만 하자.” 그 말에 나는 마음속으로 그가 내 말을 받아들였다는 걸 확신할 수 있었다. “당신은 사랑을 어떻게 생각해?” 내가 물었다. 그는 잠시 생각하다가 대답했다. “사랑은, 그냥 함께 있을 때 서로의 존재가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그런 순간 같아.” “그건… 당신 영혼이 나에게 들려준 말이었어. 쉿! 우리끼리 비밀이거든.” 우리는 각자의 영혼이 먼저 상대의 마음에 도착했다고 느꼈다. 나는 융이 말한 동시성(synchronicity)인 줄 알았지. 처음엔… 그리고 각자의 알맞은 시간에 도착한 천사? 그런 의미에서, 당신은 정말 내게 아름다운 천사야. 그래서 그런 걸까. 그와 함께 했던 시간에 우리는 별로 갈등이 없었다. 왜냐하면 갈등은 나의 위치를 저 사람보다 밑에 두는 방식이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늘 같은 위치에 서 있었고 서로 존중했다. 서로의 세계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그 평화 안에 우리의 사랑은 점점 굳어져 갔다. 그는 눈을 감았다. 구름이 정말 빠르게 지나갔다. 그 신뢰의 대지에 우리의 사랑은 뿌리 내리고 있구나 느꼈다.


그날 저녁, 우리는 바에 들어갔다. 조용하고 따뜻한 분위기 속에서 우리는 서로 마주 앉았다. 짧은 침묵 속에서, 나는 그에게 물었다. “당신은 우리가 어떻게 사랑한다고 생각해?” 그는 말했다. “사랑은… 그냥 함께 있을 때 서로의 존재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거야. 사랑은 강제되지 않고, 그저 자연스러운 흐름처럼, 서로가 서로에게 다가가는 거지.” 그의 말은 매우 진지하면서도 내 마음 속 깊은 곳에서 울려 퍼지는 듯했다. 사랑은 서로의 존재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과정이었고, 강요하지 않아도, 그저 흐름에 맡기는 것이었다. 그렇게 사랑은 그저 존재 속에서 피어나는 것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사랑은, 내가 내 안의 부족함을 채우기 위한 거야. 그 사람을 통해 내가 더 나은 사람으로 변화할 수 있는 거지.”


그 말에 나는 잠시 눈을 감고 그 의미를 되새겼다. 그가 말한 사랑은, 서로를 변화시키며 함께 성장하는 과정이었고, 그 속에서 우리는 점점 더 깊어지는 존재가 되어가는 거라고 생각했다. “나는 당신과 있을 때 모든 가식을 벗고 진짜로 나다워져. 그게 나한텐 사랑이야. 내가 더 나은 사람이 되려고 애쓰는 게 아니라, 그냥 있는 그대로의 나로 있어도 괜찮다고 느껴지는 순간. 그런데… 당신은 다르구나?” “나는 당신이 내 어두움을 다 안아줄 거라고 기대하진 않아. 그건 내 욕심일 수도 있어. 하지만 내가 진짜 원하는 건 그 어두움을 꺼내 놓을 수 있는 용기야. 내가 움츠러들지 않고 말할 수 있도록 당신이 그 자리에 있어주는 것. 그걸로 충분해. 당신이 그걸 받아내지 않아도 괜찮아. 다만 도망치지만 않으면 돼. 같은 자리에 머물러 있기만 해줘.”


그래서 당신 앞에선 내가 움츠러들지 않게 됐어. 내 날것을 모두 받아줄 것처럼 느껴져서 나도 모르게 점점 더 내가 정말 나다워지는 모습으로 살아가게 돼. 그건 어느 누구 앞에서도 없었던 처음의 나야. 당신이 만든 나. “그래서 나는 당신 앞에서 정말 본질적인 내가 될 수 있어. 내 안에 오래도록 숨겨져 있던 내 원형적인 모습을 찾는 것 같은 느낌이야. 내가 처음부터 갖고 있었던, 그러나 잊고 살았던 나로 다시 돌아오는 것 같아. 그래서 그 고마움이 항상 마음에 있어.”


“당신은 그랬구나. 나는 당신 앞에서 조금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어져. 그런 마음이 드는 게 나한텐 정말 낯설어. 그런 감정을 처음 느껴.” “당신은 나를 어제보다 오늘 더 깊이 있게 만드는 사람이고, 나도 모르게 조금씩 나아지고 싶은 마음이 들어. 그게 나한텐 고마운 일이야.” “당신과 이렇게 사랑에 대해 밀도 있게 이야기 나누는 이 시간, 너무 소중해. 우리가 서로 다르다는 걸 말해도 괜찮고, 어쩌면 끝까지 같아질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이렇게 조심스럽게 서로를 향해 다가가는 순간이 내겐 가장 깊은 사랑이야.” 그와 사랑할수록 그는 많이 성장했고, 나는 점점 나다워졌다. 그 다름은 끝내 서로를 변화시키는 길이 되었다. “그러면 나는 매일 자라고, 당신은 당신의 본래의 자리를 찾아가면 우리 사랑이 완성되겠네.”


그래서 우리는 솔직하게 사랑에 대해 직면하기 시작했다. 그는 나의 어린 시절을, 나도 그의 어린 시절을 보듬으면서 서로의 결핍과 상처에 대해, 그리고 기쁜 일과 보람이 있었던 소소한 에피소드를 마음을 활짝 열고 나누게 되었다. “난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셨고, 할아버지와 5년을 살았지만, 여전히 남자라는 대상은 나에게는 미제야. 당신이 내가 어떨 땐 좀 서툴게 반응해도 이해해줘.” “그러고 엄격한 가정교육을 받았어. 어디 가서 부모 없단 소리를 들으면 안 된다는 그 큰 펜스 안에서.” 나는 늘 단정해야 했고, 똑바로 서 있어야 했고, 기죽지 않아야 했어. 그 펜스는 나를 지켜준 것이기도 했지만, 내 안의 고요한 울음을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게 만든 너무 높은 벽이기도 했어. 그는 한동안 아무 말이 없었다. 하지만 그 침묵은 불편한 회피가 아니라, 내 고백을 놓치지 않으려는 집중의 정적이었다. 나는 그의 시선을 마주보다가 고개를 살짝 숙였다. 내가 꺼낸 말들이 너무 많은 벽을 무너뜨린 건 아닐까 마음이 한쪽에서 울렁였다. 그때, 그가 입을 열었다. “그 펜스, 어쩌면 지금도 너를 둘러싸고 있을까 봐 내가 괜히 한 걸음 더 다가갔다가 네가 다칠까 봐 겁이 났어. 근데 지금 네가 그 벽 너머에서 나를 바라보는 것 같아.


지금 이 순간, 내가 너무 귀한 선물을 받은 느낌이야.” “내가 당신을 바꾸려 하지 않을게. 다만 그 펜스가 너무 무겁고 외롭다면 함께 기대어 있을 수는 있어. 그 벽을 없애자는 말이 아니라, 당신이 숨 쉬는 그 울타리 안으로 내가 천천히 들어가겠다는 말이야.” “그래서 나는 그 펜스 안의 아이를 꺼내지 못할 때도 있어. 그건 당신이 좀 이해해줘.” 그는 내 말을 자르지 않았고, 해답을 주려 들지도 않았다. 그저 내 손을 놓지 않은 채로 나를 지켜보았다. 그의 눈빛엔 답이 아닌 기다림이 담겨 있었다. 그건 질문을 멈춘 사랑이었다. 대신 자리를 지켜주는 사랑이었다. 그리고 그는 내 머리를 조용하고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그 손길 안에서 나는 말보다 더 깊은 위로를 느꼈다. 그 어떤 조건도, 설득도, 이해도 필요 없는 그저 머물러 주는 마음이란 이런 것이구나 하는 걸 알게 되었다. 그가 쓰다듬은 손이 그날은 그렇게 크게 느껴졌다. 내 온몸을 다 감싸 안는 손처럼 느껴졌다. 그건 누군가의 손이 아니라, 내가 오랜 시간 기다려온 사랑이라는 존재 그 자체였는지도 모른다.


그 밤, 우리는 더 많은 말을 하지 않았다. 서로의 손을 가만히 포갠 채 잔잔한 음악처럼 느린 숨소리만 오갔다. 밖에는 바람이 잦아들고 있었고, 잔 위의 와인도 고요했다. 그 순간만큼은 아무것도 증명하지 않아도, 아무 말도 설명하지 않아도 사랑이 우리 곁에 있다는 걸 그저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나는 조용히 속으로 되뇌었다. 지금 이 마음, 그 무엇으로도 다시 쓰여지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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