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지못할 접시

1850년의

by 마르치아


나는 더도 아니고, ‘1850년’이라는 숫자에 매료되었다. 노르차의 골목길을 천천히 걷던 중, 우연히 마주한 간판 하나. Granaro del Monte dal 1850. 나는 생각하지도 않고, 망설이지도 않고, 그냥 안으로 들어갔다. 식당 안은 근대와 현대의 중간쯤에 있었다. 오래된 나무 기둥과 반짝이는 유리창, 고전적인 조명 아래에 가지런히 놓인 스테인리스 수저. 유리 너머로는 숯불 바베큐가 구워지고 있었고, 연기는 얇고 조용하게 피어올랐다. 고기가 익는 소리, 타닥이는 숯불, 그 풍경은 분명 매혹적이었지만, 나는 아구 요리를 선택했다. "오늘의 추천은요?" "Pesce rana, 아구입니다." "아구요?" "반건조해서 구워요. 이 시기가 딱 좋아요." 옆에 앉아 있던 그가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송로는 안 먹어?" 나는 웃으며 대답했다. "노르차에서 송로는 이미 실컷 먹었어. 이젠 미련 없어." "그럼 오늘은 바다네." 그가 그렇게 말하며 웃었다. 그 말이 왠지 모르게 따뜻했다.


잠시 후, 접시가 내려왔다. 붉은 소스 위에 단단한 살결의 아구가 얹혀 있었고, 구운 빵 조각이 그 주위를 감싸고 있었다. 향부터가 달랐다. 나는 포크로 살점을 잘라 입에 넣었다. 소리도 없이 퍼졌다. 짠맛도, 단맛도 아닌데 깊었다. 마치 오래된 이야기 하나가 혀끝에 살짝 닿는 기분이었다. 나는 조용히 말했다. "아니, 아구가 이렇게나 풍미가 있었단 말인가?" 그가 웃으며 말했다. "그렇게까지야?"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건 그냥 생선이 아니야. 뭔가, 말을 많이 듣고 오래 익은 사람 같은 맛이야." "그게 무슨 말이야?" "그냥 부드럽기만 한 게 아니라 안에 무게가 있어." 그는 고개를 천천히 끄덕이며 말했다. "네가 그렇게 말하면 맛이 궁금해지잖아." "안 돼. 오늘은 나 혼자 먹을 거야." "에이." 우리는 웃었고, 웃고 나니 마음이 조용해졌다.


그가 고른 요리는 나와는 전혀 달랐다. 좀 더 익숙하고 편안한 조리법. 그는 늘 익숙한 맛 안에서 안정을 찾는 사람이었고, 나는 새로운 걸 고르고 시도하는 사람이었다. "너는 늘 처음 보는 걸 시키지?" "응. 새로운 게 좋거든. 입에 안 맞으면 어쩌지? 그런 걱정보다, '처음 맛보는 걸 지금 맛봤다'는 게 더 좋아." "난 좀 반대야. 전에 먹었을 때 좋았던 걸 다시 먹는 게 좋아. 그때 그 기분이 다시 올지도 모르니까." "괜찮아. 우리는 서로의 이유를 알고 있으니까." 우리는 서로의 선택을 비난하지 않았고, 참견하지도 않았다. 대단한 말이 오간 것도 아닌데, 그 순간은 유난히 따뜻했다.


식사가 중반쯤에 이르렀을 때, 그가 물었다. "여긴… 혼자였으면 안 들어왔겠지?" 나는 물을 마시며 고개를 저었다. "그랬을 것 같아. 이런 식당은… 누군가와 나눌 사람이 있을 때 들어오는 거니까." 그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무언가 말하고 싶은 표정이 스쳐 지나갔다. 나는 그 눈빛을 놓치지 않았다. 그가 조용해질 때면 꼭 무언가가 마음속에서 움직이고 있다는 걸 나는 알았다. 그리고 이상하게도, 그 고요 속에서 더 많은 대화가 오가는 것 같았다. 접시 위에 마지막 한 점이 남았을 때, 나는 말했다.


"다 먹기 아깝다." 그가 대답했다. "그래도 다 먹어. 그게 이 접시에 대한 예의잖아." "가끔은, 아까워서 남겨야 기억이 더 오래가는 것 같기도 해." "그럼…" 그가 잠시 나를 바라보다가 말했다. "그럼, 우리도 오늘을 다 먹지 말까?" 나는 말없이 웃었다. 그 순간, 말보다 웃음이 더 진심처럼 느껴졌다.


식사를 마친 뒤, 그는 와인을 한 모금 넘기고 조용히 말했다. "오, 이건 인생 요리야. 평생 잊지 못할 것 같은데?" 나는 그 말에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 그저 그의 말이 마음 깊이 들어와 조용히 가라앉는 걸 느꼈다. 그날의 접시는 단지 음식이 아니라, 기억 그 자체가 되었다. 우리가 일어나기 전, 그가 마지막으로 말했다.


"역시… 당신이 고른 식당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완벽하단 말이야." 나는 그 말이 너무 좋아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대신 테이블보를 손끝으로 조심스레 문질렀다. 그 말은 칭찬이라기보단 고백처럼 느껴졌고, 나는 그 고백에 고개를 숙여, 조용히 웃었다. 그날 밤, 숙소로 돌아온 후, 창문 너머 산바람이 조용히 커튼을 흔들었다. 불은 껐지만, 입 안에는 여전히 아구의 풍미가 남아 있었고, 가슴 한켠엔 그의 말이 남아 있었다. 나는 가만히 눈을 감고, 이렇게 생각했다. 편안했다. 그것만으로 충분했다. 그래서, 오래도록 기억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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