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라는 내겐 어려운 호칭
‘당신’이라는 단어는 쉽게 꺼내어질 수 있는 호칭이 아니다.
그 단어 하나에는 시간을 함께 건넌 기억과, 무너지지 않기 위해 다잡아온 마음과, 어쩌면 부끄러워 감춰두었던 애틋함이 함께 묻어난다. 그래서 나는 누군가를 '당신'이라 부르기까지 꽤 긴 시간을 머뭇거리게 된다. 이름을 부를 수 있는 사람은 많지만, 그 이름을 넘어 ‘당신’이라 부를 수 있는 사람은 드물다. ‘당신’이라는 말은 거리가 아니라 마음의 깊이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처음엔 그저 ‘그 사람’이었다. 그는 멀고 낯선 누군가로, 나의 세계 바깥에 존재했다. 하지만 어느 날, 문득 나도 모르게 그 사람을 ‘그’ 혹은 ‘그녀’라고 말하게 되었다. 그 호칭에는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고 싶은 마음이 있었고, 나는 그 호칭을 통해 나와 타인의 거리를 은근히 재곤 했다. 그리고 마음이 조금 더 기울기 시작하면 조심스럽게 ‘너’라고 부를 수 있을까 생각한다. 그러나 그 호칭은 너무 빠르게 타인의 세계로 뛰어드는 것 같아 멈칫하게 되고, 결국 나는 마지막으로 가장 조용하고도 진심 어린 방식으로, 그 사람을 '당신'이라 부르게 된다.
'당신'이라는 단어에는 여러 가지 의미가 겹쳐진다. ‘지금 이 순간 내가 가장 아끼고 싶은 사람’이라는 뜻, ‘이 글이 닿기를 바라며 마음을 보낸 사람’이라는 뜻, 그리고 ‘나의 언어가 미칠 수 있기를 기도하는 유일한 존재’라는 뜻. 나는 당신을 그렇게 부른다. 단 한 번의 실수 없이, 단 한 사람만을 향해.
글을 쓴다는 건 사실 마음의 거리 재기다. 독자가 누구인지 모른 채 수많은 문장을 던지는 일 같지만, 나에게 글은 늘 한 사람을 향한 일방통행이다. 나의 글이 수천 명에게 닿을 수도 있지만, 그중 단 한 사람에게라도 진심으로 닿았다면, 나는 그 글을 쓸 이유가 충분했다 생각한다. 그렇게 생각하면, 모든 문장은 결국 누군가를 향한 구애이고, 애틋한 연서이기도 하다.
내가 이 글을 쓰는 이유는 단 하나, 누군가가 오늘의 끝에서 작게라도 숨을 돌릴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 때문이다. 당신이 어딘가에서 혼자 울고 있지 않았으면 해서, 당신이 괜찮은 척 무너지고 있지 않았으면 해서, 나는 조심스럽게 이 문장을 꺼내 들었다. 어쩌면 말보다 한 문장이 더 진실하게 다가갈 수 있다는 믿음으로.
나는 아직도 당신이라는 말 앞에서 서툴다. 그 호칭을 쓸 때마다 손끝이 조금씩 떨리고, 마음이 자꾸만 망설인다. 그러나 동시에 나는 안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이야말로, 내가 이 말을 건넬 수 있는 사람이라는 걸. 그래서 나는 당신에게 자꾸 문장을 보낸다. 당신이라는 호칭은 나의 모든 주저함을 감싸고도 남을 만큼의 온기를 품고 있기 때문이다.
당신. 이 말 속에는 사는 동안 놓쳐버렸던 수많은 마음의 조각들이 담겨 있다. 혼자였던 시간, 애써 견디던 순간, 말 한마디가 아쉬웠던 날들, 그 모든 시간을 지나 당신에게 닿고 싶었다. 당신도 내게 닿고 싶어 했다고, 나는 그렇게 믿고 있다.
당신. 내가 이 말을 꺼내는 지금, 당신도 마음속 어딘가에서 작은 불빛 하나쯤은 켜졌기를 바란다. 그리고 그 불빛이 당신을 무너지지 않게 지켜줄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