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지워지지 않는 문장의 여운
가끔은, 우리가 나눈 모든 말보다 우리가 끝내 하지 못한 말이 더 오래 마음에 남는다.
그것은 고백일 수도 있고, 사과일 수도 있고, 혹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침묵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 침묵은 결코 공백이 아니라, 차마 채우지 못한 문장의 여운이었다. 나는 그 여운 속에서 당신을 기억한다. 당신이 떠난 뒤에도, 한참을 머물던 그 말들의 그림자 안에서.
당신을 향해 쓴 글은 언젠가 모두 당신에게 닿을 것이라 믿고 있다. 비록 당신은 이 글을 읽지 않을 수도 있고, 읽고도 모른 체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그렇게 믿고 싶다. 우리가 끝내 이어 쓰지 못한 문장이 있었지만, 그 문장의 첫 문장과 마지막 문장 사이 어딘가에서, 당신도 나처럼 멈춰 서 있기를. 마음 한 켠에 머물며, 이 글을 흘려보내지 않기를.
사랑은 누군가를 바꾸려 들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일이라고 믿는다. 그래서 당신을 닮은 문장을 쓰는 동안 나는 단 한 번도 당신을 바꾸고 싶지 않았다. 당신이 울던 그 표정도, 말없이 앉아 있던 그 밤도, 너무 늦게 온 안부도 모두 그대로 간직하고 싶었다. 당신의 전부를 사랑한 것이 아니라, 당신의 일부라도 온전히 사랑하고 싶었던 것. 그것이면 충분했다.
때로는 '좋아해'보다 '괜찮아?'라는 말이 더 많은 마음을 품고 있다는 걸, 나는 당신을 통해 배웠다. 물어봐도 되냐는 조심스러움, 괜찮다고 말해주길 바라는 애틋함, 그리고 괜찮지 않다는 대답조차 안아줄 수 있는 용기. 그래서 나는 오늘도, 당신의 삶이 괜찮기를 바란다. 당신이 혼자서도 잘 견디고 있다는 소식보다, 그리움 하나쯤은 아직 품고 있다는 소식이 듣고 싶다.
나는 오늘도 당신을 향해 문장을 건넨다. 눈을 감아도 떠오르는 그 사람, 들리지 않아도 들리는 그 이름. 이 문장이 당신에게 다다를 수 있다면, 그 순간만큼은 우리가 다시 이어질 수 있으리라. 어쩌면 그리움은 끝나지 않는 문장의 또 다른 이름일지도 모른다.
그러니 당신이여, 지금 어디에 있든 이 글 앞에서 잠시 멈추기를. 내가 얼마나 오랫동안 이 자리에 머물렀는지를 알아주기를. 그리고 언젠가, 우리 사이에 쓰지 못했던 그 마지막 문장을 함께 마무리할 수 있기를.
이 문장은 끝이 아니라, 다시 당신에게로 돌아가는 시작이기를 바란다.
사랑은 결국, 서로를 위해 아무 말도 하지 않던 그 순간에 가장 깊게 새겨진다. 말하지 않았던 만큼 마음이 자라나고, 서로의 침묵 사이에 오히려 더 많은 문장이 숨어 있었음을 우리는 뒤늦게 깨닫는다. 그래서 이 글의 끝에서 나는 다시, 당신을 부른다. 다정하게, 애틋하게, 오래도록 기다려온 그 이름으로.
그리고 오늘, 이 문장을 읽는 당신도 누군가에게 닿지 못한 마음 하나쯤 품고 있다면, 그 마음이 무너지지 않고 오래도록 당신 안에서 버텨주기를. 언젠가 그 마음도 누군가의 문장으로, 누군가의 여운으로 남게 되기를. 그렇게 또 다른 사랑으로 피어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