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잃고 난후에도 사랑은 계속 되었다
당신을 놓아주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놓아준다는 건 결국 그리움의 방식이 달라지는 것이지, 사랑이 끝나는 건 아니었다. 더 이상 이름을 부르지 않아도, 걱정의 메시지를 보내지 않아도, 당신이 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은 여전히 나를 붙잡고 있었다. 사랑은 때때로 표현되지 않는 쪽이 더 오래 살아남는다. 드러내지 못한 마음들이 가슴속에서 조용히 자라고, 그 침묵이 오히려 더 깊은 울림으로 남는다.
어떤 날은 당신이 남긴 말 한 마디가 하루 종일 귓가에 맴돌았다. 무심하게 지나쳤던 인사가, 그때는 몰랐던 당신의 떨리는 목소리가, 지나고 나니 모두 신호였다는 걸 알게 된다. 우리는 늘 지나고 나서야 깨닫는다. 놓친 순간들이 얼마나 귀한 것이었는지, 미처 이해하지 못했던 말들이 얼마나 진심이었는지를. 그래서 나는 오늘도 지난 대화들을 떠올리며 그 안에 숨겨진 당신의 마음을 다시 읽는다.
당신이 없는 삶에 조금씩 익숙해지고 있다. 그러나 그 익숙함은 무뎌짐이 아니라 견딤에 가깝다. 마음 한구석에 늘 남아 있는 당신의 빈자리와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우고 있을 뿐이다. 때로는 그 빈자리가 나를 조용히 위로하기도 한다. 당신이 있었던 자리, 그 공간이 나에게 이렇게까지 따뜻했었다는 사실이, 오늘을 살아내게 한다.
어쩌면 우리는 서로의 삶에 잠시 머물렀을 뿐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짧은 머무름이 내 삶을 얼마나 바꾸어 놓았는지를 당신은 모를 것이다. 나는 당신을 사랑함으로써 비로소 나를 더 잘 알게 되었다. 나의 다정함과 두려움, 기다림과 용서를 배우게 되었고, 누군가를 향해 진심을 다하는 것이 얼마나 큰 용기인지를 알게 되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시간이었다.
지금의 나는 그리움이란 이름의 평화를 받아들이고 있다. 언젠가 다시 마주할 수 있을까 하는 막연한 바람은 내려놓았지만, 당신이 행복하길 바라는 마음만은 여전히 남아 있다. 그 마음 하나로 나는 오늘도 무너지지 않고, 다시 문장을 이어간다. 당신이라는 계절은 지나갔지만, 그 계절이 남긴 햇살은 아직도 나를 비추고 있다.
그러니 나는 오늘도 조심스럽게, 그러나 분명히 말하고 싶다. 당신이 나에게 얼마나 큰 사람이었는지를. 잊지 않겠다고 약속하지 않겠다. 다만, 당신이 남긴 따뜻함이 내 삶을 얼마나 지탱해주었는지를 기억하겠다고, 그것만은 끝까지 품고 가겠다고. 그렇게 나는 또 한 문장을 쓴다. 당신이라는 이름 앞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