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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화 당신이라는 싯점

사랑을 시작하려는 영혼들을 위해

by 마르치아
사랑을 시작한다는 것은 한 영혼이 다른 영혼을 향해 문을 여는 일이다.




누구도 완전히 준비된 채 사랑을 시작하지는 않는다. 우리는 모두 어딘가 조금은 깨진 채로, 혹은 여전히 아물지 않은 상처를 안고서 누군가를 향해 다가간다. 그래서 사랑은 때로 두려움이고, 동시에 용기다. 맨살을 내어주는 일이기에, 사랑은 언제나 무방비한 마음으로 시작된다.




하지만 바로 그 무방비함이 우리를 더욱 인간답게 만든다. 사랑은 계산하지 않는다. 사랑은 따지지 않는다. 사랑은 그저 서툴고, 다정하며, 때로는 아프다.



사랑을 시작하는 이들에게 말해주고 싶은 것이 있다면, 조심하라고는 말하고 싶지 않다. 다만 너무 아프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그러나 그것마저도 내가 바란다고 되지는 않는다는 것을 안다. 아픈 사랑도 사랑이다. 어설픈 사랑도 사랑이다. 중요한 것은 그것을 통해 ‘당신이 누구였는지’ 기억하는 것이다. 나는 사랑을 하며 울었고, 사랑을 하며 웃었다. 때로는 사랑을 잃으며 나를 되찾기도 했다. 그래서 사랑은 잃는 것이 아니라, 나를 채우는 일이라는 것을 배웠다. 온 마음으로 사랑하는 사람은 실패하지 않는다. 설령 끝이 나더라도, 그 사람은 이미 사랑을 통해 더 큰 사람이 되었기 때문이다.





사랑은 반드시 어떤 형태로든 흔적을 남긴다. 그 흔적이 기쁨이든, 아픔이든, 후회든 간에 그것은 분명히 우리의 삶을 흔들고 다시 써 내려가게 만든다. 누군가를 사랑하게 된다는 것은 곧 내가 새롭게 태어나는 일이다. 사랑은 우리를 가장 순한 존재로 이끈다. 잘 웃게 하고, 사소한 일에도 설레게 하고, 작은 일에도 오래 머물게 만든다. 그 모든 것이 결국 사랑이다. 거창하지 않아도, 세상이 알아주지 않아도, 그 마음만큼은 진실하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사랑을 시작하는 순간, 우리는 더 이상 이전의 내가 아니다. 어떤 기대도, 실망도, 상처도 다 품은 채 앞으로 나아가게 된다. 그것은 단지 감정의 교류가 아니라, 삶의 지층을 새로이 쌓는 작업이다. 서로 다른 세계가 조심스럽게 맞닿고, 때론 부딪히며 결국 하나의 풍경을 이루어간다. 사랑은 결국 ‘너와 나’를 '우리'라는 서사로 엮어가는 일이다.



그러나 사랑이 모든 문제의 해답은 아니다. 때로는 그 해답을 찾는 과정 자체가 사랑이 된다. 이해할 수 없는 감정을 안고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마음, 나보다 상대를 먼저 떠올리는 순간의 배려, 그 모든 작은 사랑의 조각들이 모여 우리의 영혼을 자라게 만든다. 그러니 사랑을 시작하는 이들이여, 그 시작이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 중요한 것은, 그 길 위에 서 있다는 사실 하나뿐이다. 그 발걸음이 이미 사랑이고, 당신이 만든 모든 흔적이 결국 삶을 닮아갈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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