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참 잘 쓰는건 인정
“글을 참 잘 쓰는 건 인정. 그러나 제 마음을 닫기로 했으니
더
이상의 연락은 사양합니다.”
나는 그 문장을 읽는 데 오래 걸렸다. 문장은 짧았지만, 그 안에 담긴 결정과 단절은 끝내주도록 단단했고, 깊었다.
마음 아픈 이별의 순간, 온 마음으로 마음에서 길어 올린 문장으로 화해를 청했는데, 돌아오는 답 문자는 단 한 줄이었다. 그날 밤, 나는 다시는 열리지 않을 마음의 문 앞에 조용히 주저앉았다. 글로 전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해 보냈기에 미련은 없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진심은 그렇지 못했다. 나는 여전히 그 문 안에 나의 목소리 한 조각, 마음 한 자락이라도 머물고 있기를 바랐다. 그러나 상대는 담담했고, 어쩌면 이미 오래 전부터 내 마음의 울림을 들을 수 없는 곳에 있었던 것인지도 몰랐다.
나는 내 글을 다시 읽었다. 나의 간절함이 무색하지 않도록, 그것이 단지 연민이나 자존심이 아닌, 정말 사랑에서 비롯된 것이었음을 스스로라도 확인하고 싶었다. 때로는 아무리 진심을 담아 말해도 도달하지 않는 감정이 있고, 그럴 때 우리는 그 진심마저도 부끄러워하며 스스로를 탓한다. 하지만 나는, 이번만큼은 그러지 않기로 했다. 외면당한 것이 부끄러운 게 아니라, 용기를 냈다는 것이 더 중요했다.
그 사람을 위해 쓴 마지막 문장은 결국 나 자신에게 쓰는 첫 문장이 되었다.
"이제, 나를 사랑해야겠다."
어쩌면 처음부터 그래야 했는지도 모른다. 타인의 마음을 붙잡느라 내가 나를 얼마나 오래 외면해왔는지를, 그 이별의 끝자락에서야 깨달았으니까. 내가 받은 그 답장은 차갑고 단호했지만, 그 안에서 나는 비로소 더 이상 거기에 머물 필요가 없다는 신호를 읽었다. 끝이라는 단어를 통해 새로운 시작이 도착한 것이다.
나는 다시 살아가야 했다. 누구의 이름도 입에 담지 않은 채, 고요한 일상 속에서 천천히 나를 회복해갔다. 여전히 아프고, 여전히 그립고, 여전히 어떤 밤은 잠들기 어려웠지만, 나는 한 걸음씩 내 안에 들어가고 있었다. 나를 지켜낸 나를, 나를 위로한 나를, 나를 다시 일으킨 나를 안아주는 시간이었다.
사랑은 끝났지만, 내가 사랑했던 모든 순간은 끝이 아니었다. 그것은 나를 지탱해주는 기억으로 남았고, 나를 성숙하게 만든 교훈이 되었으며, 결국엔 나를 더 다정하게 만들어주었다. 누군가에게 닿지 못한 말들은 허공에 흩어졌지만, 그 말들을 꺼내기 위해 내가 얼마나 오랫동안 마음을 다듬고 문장을 골랐는지를 나는 안다.
그래서 나는 오늘, 이 마지막 글을 통해 말하고 싶다.
이별은 끝이 아니다. 그것은 자기 자신으로 되돌아오는 가장 조용하고 깊은 귀환이다.
내가 보냈던 사랑이 틀리지 않았음을,
그 사랑이 한때 나를 얼마나 따뜻하게 했는지를,
그리고 그 사랑을 보낸 내가, 지금도 여전히
사랑할 수 있는 사람임을 증명하는 이 글을 남긴다.
다시는 같은 자리에서 울지 않기 위해서가 아니라,
이제는 울어도 괜찮다는 것을 알기 위해서.
그 모든 순간을 지나온 나에게,
이제는 평안을 건넬 수 있기를 바라며.
그럼에도, 사랑이었음을.
그 모든 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