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여조사의 낚시 이야기
어스레기들이 모여서 군산 야미도에 동출을 나갔다. 봉고차에 실려 내려가는동안 화성 휴게소에 들러 꼭 라면을 먹고가는 버릇이 이때부터 생긴듯 하다. 참고로 화성휴게소는 밥이 무한리필이다. 차가 안밀리는 이른새벽 출발하다보니, 항상 허기가 진다. 휴게소에서 라면 국물을 들이키고 커피 한잔을 마셔줘야 낚시가 비로소 시작된다. 군산 야미도는 새만금 방조제가 만들어 지던때여서, 연육교를 지날때 먼지가 상당했던 기억이 있다. 야미도에 도착해서 민박집을 갔을때 환호가 제대로 나왔다. 이유는 민박집 평상에 걸쳐 앉아 바다로 멀리 캐스팅을 할 수 있는 그야말로 어스레기들에게는 최적의 편한 낚시 자리였다.
출동조는 선장님과 함께 참돔을 잡으러 나갔고, 편한 어스레기들은 마당 평상에 앉아 고기도 굽고 원투 낚시를 날려 입질이 오기를 기다렸는데, 초릿대가 흥분을 하더니 고기가 심하게 요동친다. 입질로 봐서는 장어가 분명한데, 힘이 쎄서 손맛이 정말 좋다. 역시나 1미터가 넘는 장어를 올렸다. 한강에서 잡아본 장어와는 또 다른 재미가 있었다. 숯이 버얼겋게 타고 있어서 바로 손질해서 구워 먹었다. 남아있는 어스레기들에게는 천국이 따로 없었다. 나는 그날 미끼로 혼무시를 준비했다. 혼무시는 갯지렁이보다는 귀한 지렁이로 매우 질기다. 그래서 미끼의 손실이 적다. 자를때는 꼭 가위로 잘라야 한다. 고무처럼 질겨서 손으로 잘려나가지를 않는다. 나만 유독 혼무시를 썼다. 그러자 또 강력한 입질을 받았다. 그렇게 흥분되는 기분은 처음이었는데, 그것도 마당에 평상에 앉아서라니! 올려보니 말로만 듣던 감성돔이 아니던가.!
감성돔을 처음본 나는 신이나서 어깨춤을 추었다. 다른 어스레기들은 박수를 치며, 환호를 했고 역시 어복이 있다며 생전에 용왕님의 딸이었거나, 용왕님의 애인이 아니냐며 놀려댔다. 감성돔과 입맞춤을 한 후, 피를 빼고 회를 뜨는데, 어떤 어스레기 여조사가 서커스를 보여준다며, 그 감성돔을 손바닥에 올려놓고 손금이 다 비추이게 얇게 회를 뜨는것이었다. 태어나서 그런 서커스는 처음 보았다. 나는 회를 두툼하게 써는것을 좋아한다. 횟집도 회가 얇게 썰어져 나오면 그집은 다시는 발걸음을 하지 않는다. 그렇게 얇게 썰린 감성돔에 약간은 실망을 감출 수 없었다. 내가 잡은 감성돔이니 나보고 먼저 맛보라고 입에 넣어 주었는데,
입에서는 오이향도 아니고 수박향도 아닌 아주 상큼하고 시원한 향이 퍼졌다. 눈이 저절로 감기고 머릿속엔 사이다가 흘러넘쳤다. 옆에서는 연신 우럭과 놀래미가 올라온다.
어스레기들은 가장 위험하고 극악한 상태가 있었는데 바로 그 상태는 공복상태이다. 공복상태를 유지하면 않된다. 잡아 올리는 족족 옆에서 회를 뜨고, 조사들의 평정심 유지를 위해 먹을것을 계속 제공해줘야 한다. 회가 다 바닥날 즈음 참돔 조사들이 귀환을 했다. 전쟁에 나간 장수도 전리품을 가져오면 그렇게 멋있을 수 가 없다. 마찬가지로 쿨러를 무겁게 배에서 내리면 그렇게 멋있게 보일수가 없다. 어스레기이기 떄문이다. 조황은 좋았고, 짬을 내어 갯바위에 붙어있는 커다란 홍합 섭이라고 부른다. 그 섭을 넣고 파마늘만 넣고 끓인 국은 어느 보약 못지 않게 진국이었다. 횟집에서 참돔이 나오면 나는 별로였다. 참돔은 회도 아니라며 거들떠 보지도 않았는데, 바로 잡은 싱싱한 참돔이라 그런지 퍽 괜찮은 식감이었다. 우리는 섭국을 마시고 이내 경건하고 엄숙한 분위기까지 되었다. 어떤 어스레기는 눈을 감고 맹자를 만나는 자도 있었다. 회보다 섭국이던가!!
아직도 그 섭국을 잊지 못한다. 어스레기들은 낚시도 낚시지만, 해루질에도 관심이 높다. 정말 큰 거북손들을 따왔는데, 열개만 먹어도 배가 부를지경이었다. 그렇게 큼지막한 거북손은 여태 보지 못했다. 야미도의 노을진 풍경은 장관이었다. 나는 아직도 군산 야미도를 잊지 못한다. 처음에는 낚시하는 사람들을 참으로 한심하게 봤었다. 왜 귀한 시간을 저렇게 낭비할까 라는 생각도 있었다. 어스레기들은 이 시기에 반성과 자조의 시간을 갖는다. 낚시는 사람의 마음을 풍요롭게 한다. 그리고 자연을 배우게 한다. 늘 바뀌는 날씨와 환경, 알 수 없는 바다 지형들 때에 맞게 써야하는 미끼와 그 긴 기다림, 실로 많은것을 가르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