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여조사의 낚시 이야기
어스레기 시절엔 겁이 없다. 좌대 낚시 몇번의 실력으로 대구 지깅낚시를 덜컥 예약했다. 며칠 내내 얼마나 가슴이 뛰던지 그때를 생각하면 아직도 가슴이 뛴다. 대구는 임원항에서 출격한다. 나는 임원항으로 가는도중 출동조와 앵벌이조중 겁이 너무 나서 그만 앵벌이조에 손을 들었다. 몇번이나 다시 생각을 해 봤으나, 어스레기는 어디에 있든 어스레기 이기때문에, 또 배멀미도 걱정되고, 여러가지가 염려스러운 나머지, 앵벌이 조에 합류했다.
앵벌이조에 낀 나는 출조 나가는 사람들을 배웅하고 내항에서 메탈 스푼을 달고 캐스팅을 날린다. 루어대로 멀리 날려 릴링하는 재미에 빠질랑 말랑 할 무렵, 같이 간 회사 동료가 다시 원투 낚시를 하자고 꼬신다. 이유를 물으니, 시간이 너무 안가고 원투 던져 놓고 소주 한잔하며 대화를 하고 싶다한다. 나는 원투대 4대를 던져 놓고 이번엔 방울을 달았다. 넘실거리는 파도를 바라보며 부딛히는 소주잔에 찬 바닷바람이 담기니 신선이 따로 없었다.
출동조가 부럽긴 했으나, 뭐 앵벌이조도 이정도의 기쁨을 맛볼 수 있다니 다행이지 않은가... 소주를 반병 비우니, 여기저기 방울이 울리기 시작한다. 참가자미가 올라온다. 참가자미를 썰어 비빔회를 만들고 숯불을 피워 굽기 시작한다. 앵벌이조는 대충 설렁설렁 재료도 공수해 와야 하고, 완벽한 요리도 구사할 줄 알아야 앵벌이 조에 착출된다. 왠만한 스킬이 없으면 영락없이 출동조에 편입된다. 고급지게 앵벌이 조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자격조건이 이렇듯 까다롭다. 같은 어스래기여도 앵벌이조는 클라스가 완전 다르다. 이건 순전히 내 개인적인 생각이다.
자랑스러운 앵벌이조에 여신으로 등극한 나는, 앵벌이조 멤버들에게 어스래기 탑클라스가 되기 위해서 갖춰야 할 덕목에 대해 열강을 한다. 낚시를 위해서는 철저한 먹을것에 대한 준비가 있어야 한다. 각종 술과 번개탄 숯 각종 양념들 매운탕을 위한 채소들 종류별로 음료수와 술 이런것들을 갖춰야 앵벌이조에 낄 수 있다. 그리고 수준있는 요리를 구사할 수 있는 현장센스 능력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잡히는 어종에 따른 그에 맞는 요리를 할 줄 알아야 하고, 손도 빨라야 한다. 회를 떠주는것은 기본스킬이다. 매운탕을 제대로 맛을 낼줄 알아야 앵벌이 조에 들어올 수 있다. 이런 열강을 하다가 웃음이 나와서, 서로 웃고 만다. 뭐 별거 있나. 즐거우면 그만이지.
눈물콧물 다 쏟으며 출동조가 들어온다. 앵벌이조는 기름이 좔좔 흐르는 얼굴로 출동조를 맞이한다. 출동조와 앵벌이 조는 서로 너무나 다른 얼굴에 놀라 자빠지고 만다. 기름진 앵벌이 어스레기 들은 너무도 잘 먹어서, 있는집 자식같고, 출동조 멤버들은 거지 거지 상거지가 따로없다. 콧물을 얼마나 훔쳐냈는지 얼굴이 허연 멤버도 있고, 눈물에 소금기가 얼마나 쩔었는지 눈밑도 허연 멤버가 보인다. 그러나 모두 어스레기 이기 떄문에 그런 얼굴이 중요한게 아니라, 조과가 제일 궁금하다.
지깅낚시는 먼바다로 나가기 때문에 파고도 높고 밑걸림도 많다. 그래서 복불복이다. 쿨러 가득 잡힌 대구를 보며 탄성을 지른다. 앵벌이조는 감동만 잘 하면 된다. 그것도 과하게.........^^
그래야 많이 얻을 수 있다. 나는 앵벌이조 여신의 자격으로 다섯마리를 획득하는 쾌거를 얻었지만 같이 간 회사동료는 두마리 밖에 못 얻었다. ㅎㅎㅎㅎ
어스레기들은 뭘 해도 귀엽다. 두마리를 얻은 어스레기가 불평 가득한 얼굴로 차에 탔는데, 출동조 멤버들에게 꾸중을 들었다. ㅎㅎㅎ 어스레기니 뭘 몰라 그런것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