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직, 나를 지나간 사랑의 흔적

by 마르치아

사랑은 때때로, 말없이 지나간 번개처럼 우리 몸 어디 한 곳을 태우고 간다. 비가 오면 갑상선이 없는 나에게는 쥐약이다. 수술 부위에 전기선을 꼽은 듯 지리릭 지리릭 통증이 지나간다. 그러나 이제 이십 년이 되니 이 통증도 무뎌진다. 사랑도 이와 같을까? 누군가를 사랑하고, 뒤돌아서고, 헛헛함에 그리워지는 그 모든 과정들에 잠들지 않는 통증들이 있다. 처음에는 사랑도 이와 같겠지 했다. 점점 무뎌지거나, 점점 통증이 희미해지겠지 했다. 그러나 그것은 나의 희망사항이었다. 어딘지 예측할 수 없는 부분에서 통증을 유발했다.




마치 수술로 도려낸 상처가 지지직거리듯이, 그 통증은 수술 통증보다 더 아렸다. 왜일까. 살을 가른 상처는 시간이 지나면 살이 붙고, 흉터로 남는다. 그러나 마음의 상처는 말이 닿지 않는 깊은 어딘가에서 예고 없이 되살아났다. 살을 가른 건 칼이었지만, 마음을 가른 건 사람이었으므로 그래서 더 아렸는지도 모른다.

통증들이 일제히 일어나는 날이 있다. 하루 종일 머무는 무기력, 먹먹함에 젖은 공기 속에서 그 통증들은 나란히 앉아 조용히 숨을 쉰다. 그러나 나는 그 통증들을 견뎌내며, 껴안고 살며, 통증들을 잠잠하게 하는 법을 조금씩 알아가고 있다. 내가 이 통증을 느끼는 것도 그만큼 사랑 앞에서 진실했기 때문이다. 낮은 기압과 어두움, 그리고 조장된 우울감까지 합치면 내 통증은 더 아려온다. 통증이 나를 삼키기 전에 나는 그것을 먼저 껴안는다. 피하지 않고, 부정하지 않고, 살아 있음의 징후로 받아들인다. 숱한 통증이 여기저기서 고함을 친다. 살갗을 찢는 소리가 아니라, 심장을 후려치는 메아리다. 이름 없이 부르는 목소리, 때론 잊은 줄 알았던 감정이 다시 태어나 비명을 지른다.



그러나 나는 안다. 이 소란 속에서도 나는 아직 무너지지 않았다. 소란하기 전에, 나는 내가 사랑했던 순간이 진짜였기 때문에 아파하는 나를 더 힘껏 안아준다. 그 진실했던 나를 누구보다 내가 먼저 껴안는다. 그러다 보면 통증은 어느새 잠잠해진다. 마치 칭얼대던 어린아이가 엄마 품에서 고이 잠들 듯, 내 통증도 그렇게 내 진심 안에서 젖을 빨고 눕는다. 나는 같은 통증으로 힘겨울 사람들을 기억한다. 그들도 나처럼 지금 어디선가 고요히 싸우고 있을 것이다. 낮에는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버티다가, 밤이 오면 괜히 더 예민해지고 작은 소리에도 가슴이 저릿해지는 그들. 친절한 말 한 마디가 간절할 때, 차가운 눈빛 하나에도 무너지는 그들. 일상 속에 조용히 끼어드는 고통을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하고, 그저 자기 자신을 부여잡고 있는 이들. 나는 그들을 위해 작게나마 숨을 고르고, 내 안의 평화를 건네고 싶다.



위로란 거창한 것이 아니기에, 그저 "나도 알아"라는 한마디, 그 고개 끄덕임 하나만으로 한밤의 통증이 조금은 가라앉을 수 있다면. 그래서 오늘도 내 안의 통증을 애써 달래며, 나는 그들 편에 서기로 한다. 한 번도 본 적 없는 얼굴, 이름도 모르는 누군가일지라도, 그의 고통이 언젠가 내 고통이었음을 기억하며, 나는 나의 평온을 나눌 준비를 한다. 어쩌면 내가 느껴온 통증은 그들을 향한 공감의 통로였는지도 모른다. 그 길 위에서 우리는, 서로 보이지 않는 다정함으로 말없이 손을 잡고 있는 것이다. 이제 나는 안다. 내가 아플 때, 어디선가 누군가도 같은 고통을 견디고 있다는 것을. 세상은 거대하고, 사람은 많지만 아픔은 언제나 조용히 흘러, 우리를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연결시킨다.



예전엔 몰랐다. 고통은 나만의 것이고, 나만 이토록 약하고 무너지는 줄 알았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내가 밤새 통증을 끌어안고 있던 그 시간에도, 어떤 이름 모를 사람은 자신의 고통을 달래며 창밖의 별을 바라보고 있었음을. 우리의 통증은 결코 혼자가 아니다. 우리는 서로 모른 채 살아가지만, 비슷한 방식으로 울고, 비슷한 마음으로 참는다. 그렇게 서로의 존재를 모르면서도, 어딘가에서는 같은 시각, 같은 방향으로 눈을 감고, 같은 통증을 껴안은 채 하루를 살아내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이제 나는 나의 통증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그것이 누군가의 밤하늘에 흘러가는 별똥처럼 짧은 위로라도 될 수 있다면, 나는 오늘도 그 통증을 조용히 품는다. 멀리서 빛나되, 끝끝내 닿고 싶은 마음으로. 이름 없이 흘러가는 사랑의 궤도 위에서, 아무도 모르게, 그러나 분명히 누군가에게 가닿으며. 제발, 누군가는 나처럼 아프지 않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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