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어짜피 계란이여

삶과 계란의 동질성에 대하여

by 마르치아


삶은 어짜피 계란이여. 미숙아로 태어난 나는 백일이 지나고 부터 계란 반숙을 먹어 살이 뽀얗게 쩠다지 뭐야. 엄마는 금호동 금남시장 닭집을 지나칠 때마다 나에게 닭보고 고개숙여 인사를 시켰어. 너를 살린건 저 계란이라고 말이지. 나는 세살때부터 날 계란에 마아가린을 넣고 간장 조금 넣고 밥을 비벼 먹었어. 삶은 계란인데 날 계란 맛을 알아 버렸지 뭐야.


세살 때인가 금호동 금호극장 맞은 편 이층에

영다방에 이모 따라 친구 만나러 갔다가 이모가 내 몫으로 반숙을 시켜 주었어. 반숙 먹은 찻잔을 내딴에 건네 준다고 들다가 와장창 찻잔이 깨져 버렸어. 그때 날 째려본 종업원을 더 뚫어져라 쳐다봤어.



삶은 말이여? 결국 계란이여. 살다보니 그러하데?

퍽퍽하고 목 막힐듯 답답한 일이 많이 생겨났어. 삶은 계란이니까 참아야 할 일도 많았지. 하얀 계란이 부엌에 가득 쌓여 있으면 난 뿌듯했어. 꼭 부자가 된것 같았지. 삶은 계란이여. 않그래?


부활절마다 성당에서 계란을 삶았어. 계란을 까다보면 꼭 몇개는 일부러 터지고 말았지. 날름 주워 먹고 수녀님한테 들켜서 벌을 섰어. 그 때 목 막혀 죽을수도 있었어. 어차피 삶은 유한하니까.


해마다 부활절에 삶은 계란을 두알씩 받았어. 계란에 그려있는 서툴은 그림은 참 좋았어. 삶은 계란이여. 흰자만 있어두 섭섭하구 노른자만 있어두 섭섭햐. 삶은 계란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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