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이때 즈음 찾는 곳
머리보다 몸이 기억하는 것들은 의외로 많다. 계절이 바뀌고 능소화가 필때즈음 본능적으로 이 능소화를 보러 해마다 같은 곳을 찾아가는 내 자신을 보면 벙그러니 웃음이 나온다.
누굴 애타게 기다리러 저렇게 풍성한 가채를 썼을까. 대문 밑에서 한참을 올려다 본다. 단 며칠을 위해 저렇게 붉디 붉게 피어난 능소화를 보면서, 인간의 욕망도 저럴진대 라는 생각에 오래 머물었다.
기다림은 인간의 숙명이 아니던가. 다만 끝까지 지키지 못하고 끝까지 지키고의 다름 이리라.
사람들을 요새 많이 만난다. 만나기전의 설레임을 뒤로 하고 작별하는 그 뒷 모습에서 까닭없는 바람 하나가 이쪽에서 저쪽으로 불어온다. 그 서늘함 때문에 이내 조장된 우울이 돌아온 내내 가슴이 저릿하다.
누구하나 그런 서늘함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지만 말이다. 나의 작별도 그들에게는 그렇게 비춰 졌으리라.
치기 어린 젊은 날에는 사랑 하려고 그렇게 노력을 했지만, 이 나이가 되고보니 사랑 하지 않는것이 사랑하는 것 보다 훨씬 더 어려운 지경임을 깨닫는다. 그 절제가 어떤날에는 사랑이라고 명명될 만큼 나도 이제는 균형이라는 감각이 생겼다.
사랑하지 않는것이 더 어려운 이 나이. 나는 그런데 지금의 이 나이가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