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한동안 먼 세계를 동경해왔다. 아니 어쩌면 현재도 그 세계를 동경하는지 모른다. 어쩌면 나는 오래도록 시선을 먼 곳에 두고 살아왔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나에게 있어 먼 세계란 아직 이름 붙이지 못한 가능의 여백이며 지금의 나를 훼손하지 않고도 다른 내가 될 수 있다는 일종의 신념이었다. 살면서 지금의 시간과 여기라는 장소가 너무 선명해질 때마다 나는 일부러 시선을 멀리 두며 살아왔다. 그것은 도망이라기보다 나 자신을 지키기 위한 방식에 가까웠다. 그래서 나는 늘 이곳에 살면서도 완전히 이곳에 속하지 않은 채 살아왔고 그 미묘한 거리감은 나를 세상의 삼인칭 관찰자로 만들었다. 삶 한가운데 있으면서도 한 발 비켜 서서 나와 세계를 동시에 바라보는 사람으로.
그 먼 세계를 데려오는 시간은 매우 길었다. 기다림이라 부르기에는 지나치게 많은 계절을 통과했고 준비라 말하기에는 너무 많은 망설임을 안고 있었다. 나는 그 세계를 곧장 삶으로 옮기지 못한 채 오래도록 바라보기만 했다. 가까이 다가가면 사라질 것 같았고 손에 쥐는 순간 훼손될 것만 같아서 그 가능을 언제나 거리 속에 두었다. 그러는 동안 선택보다 보류에 익숙해졌고 도착보다 통과에 머무르는 사람이 되었다.
어쩔 때는 그 희미하고 너덜너덜한 내 자신을 단 한 문장으로 겨우 붙들고 하루하루를 버텨내는 나를 조소라도 하듯 세상이 웃고 있다는 자괴감에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한 밤들도 있었다. 문장이 나를 살려두는 것인지 아니면 더 초라하게 만드는 것인지 알 수 없던 시간들 속에서도 나는 다음 날이 오면 다시 한 문장을 고르고 그 문장을 품에 안은 채 하루를 건넜다. 그것이 나 자신을 배반하지 않는 유일한 방식이라는 것을 어렴풋이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를 견디며 살아내던 날들 속에서 누군가 조약돌처럼 작은 파문을 일으킨 날에도 나는 오래 잠들지 못했다. 그 파문은 크지 않았지만 고요를 깨뜨리기에는 충분했고 하루의 표면을 끝내 잠재우지 않았다. 아무 일도 없다는 얼굴로 하루를 마무리했지만 밤이 되면 그 미세한 흔들림이 몸 안에서 다시 살아나 나를 붙잡았다.
그 파문은 나를 향해 날아오는 화살이었다. 크게 휘두른 적도 없고 명중을 확신한 투척도 아니었지만 언제나 같은 방향을 향하고 있었다. 나는 그것이 악의인지 무심함인지 구분하지 못한 채 몸을 조금 비틀어 피하는 일에 익숙해졌고 상처를 입지 않기 위해 감각부터 낮추는 법을 배웠다. 화살이 스치고 지나간 자리에는 피 대신 말이 남았고 그 말들은 오래도록 몸 안에서 굳어지지 않은 채 떠다녔다.
그리고 나는 그 상처를 통과한 나 자신과 마주했다. 거울 앞이 아니라 문득 멈춰 선 시간 한가운데에서였다. 더 이상 화살을 피해 움츠리지 않는 얼굴과 무엇이 나를 다치게 했는지 말하지 못하면서도 이미 그 방향을 알고 있는 눈. 나는 그 앞에서 오래 서 있었다. 위로하지도 다그치지도 않은 채 다만 살아남았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충분한 존재처럼.
그리고 그때부터 나는 이 감각을 반드시 글로 남겨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었다. 설명하거나 증명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통과해온 시간을 잃지 않기 위해서였다. 말로 옮기지 않으면 다시 흐릿해질 것 같았고 문장이 되지 않으면 결국 없던 일처럼 사라질 것만 같았다. 그래서 나는 상처의 크기나 이유가 아니라 그 시간을 건너온 몸의 방향과 마음의 무게를 기록하듯 적기 시작했다.
결국 기록이라는 과정은 나를 출발해서 나에게 닿는 일이었다. 세상을 향해 던지는 말이 아니라 나 자신에게 되돌아오는 길이었고 증명이나 설명이 아니라 확인에 가까운 일이었다. 나는 기록을 통해 다른 사람이 되기보다 내가 어디까지 와 있는지를 알게 되었고 그 사실만으로도 숨을 고를 수 있었다.
한편 나는 여전히 관찰의 시선으로 살아가고 있다. 삶의 한가운데 깊숙이 들어가기보다는 반 발짝 물러나 사물과 사람과 나 자신을 바라보는 쪽을 택한 채로. 그 거리는 나를 고립시키기보다 숨 쉬게 했고 지나간 감정들이 함부로 왜곡되지 않도록 지켜주었다. 나는 여전히 쉽게 결론에 닿지 않고 사라지는 것들을 붙잡아 이름 붙이기보다 오래 바라본다. 기록은 그래서 지금도 진행 중이다. 나를 출발해 다시 나에게 닿는 이 느린 왕복의 길 위에서 나는 오늘도 하나의 문장을 고르며 살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