無明에 대한 생각

by 마르치아


"무명은 존재하는 모든 것에 깃든 알지 못하는 어둠이다".


우리는 태어나는 순간부터 이 어둠을 품고 살아간다. 살아가는 동안 사랑하고 미워하고 기대하고 절망하며 다시 사랑하고 다시 상처 입으며 다시 살아가지만 그 모든 순간에도 우리는 끝끝내 모든 것을 알지 못한다. 알지 못한다는 사실을 모른 채 살아가고 안다고 착각하며 이해한다고 믿으며 손을 내밀고 눈을 바라보고 약속을 하고 이별을 하고 다시 시작하지만 그 모든 행위는 무명의 강을 건너는 일과 다르지 않다.


무명은 삶의 저편에 놓인 것도 아니고 삶을 방해하는 장애물도 아니다. 무명은 삶 그 자체이다. 우리는 무명의 강을 건너야만 존재할 수 있는 존재이다. 사랑한다는 것은 모른다는 것이다. 사랑하면서도 그 사람의 아픔을 다 알 수 없고 사랑하면서도 그 사람의 끝없는 침묵을 이해할 수 없다. 이해한다고 말하는 순간조차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이해하지 못한다. 그래서 사랑은 가장 깊은 무명 위에 피어나는 가장 불완전한 꽃이다.


우리는 누군가를 껴안으면서도 그 사람의 마음 깊은 곳에 닿지 못한다. 우리는 누군가를 떠나보내면서도 왜 떠나야 했는지 끝내 알지 못한다. 삶은 앎을 향한 여정이 아니라 무명을 받아들이는 여정이다. 우리는 배우고 생각하고 깨닫는다고 믿지만 깨달음조차 무명의 또 다른 모습임을 우리는 알게 된다. 깨달았다고 말하는 순간 깨달음은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고 이제야 알겠다고 말하는 순간 또 다른 모름이 밀려온다.


나는 나를 알지 못한다. 나는 왜 어떤 날은 이유 없이 웃고 왜 어떤 날은 이유 없이 무너지는지 알지 못한다. 나는 왜 어떤 사람을 사랑하면서도 두려워하고 왜 어떤 사람을 미워하면서도 애틋함을 느끼는지 알지 못한다. 나를 가장 잘 안다고 믿었던 모든 시간들이 사실은 나를 오해하고 있던 시간들이었음을 나는 언젠가 알게 되었다. 살아간다는 것은 나조차 알지 못하는 나를 껴안고 살아가는 일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타인을 결코 다 알 수 없다. 타인의 웃음도 눈물도 침묵도 모두 무명의 강 너머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우리는 그저 스쳐 지나가고 스쳐 지나가는 동안 애쓰며 손을 뻗고 스쳐 지나간 이후에도 그 손을 그리워한다. 무명은 외롭지만 무명은 또한 우리를 자유롭게 한다. 모든 것을 알 수 없다면 우리는 모든 것을 껴안을 수 있다.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없다면 우리는 설명할 수 없는 것까지 사랑할 수 있다.


무명은 상처이지만 무명은 또한 숨결이다. 우리는 알지 못하는 채로 살아가야 한다. 알지 못하는 채로 사랑하고 알지 못하는 채로 헤어지고 알지 못하는 채로 다시 시작해야 한다. 무명은 우리를 아프게 하지만 무명은 우리를 살아 있게 한다. 꽃이 피어나는 이유를 알지 못해도 우리는 그 꽃을 바라보며 아름답다고 느낀다. 비가 쏟아지는 이유를 알지 못해도 우리는 그 비에 젖으며 눈을 감는다. 삶이 끝나는 이유를 알지 못해도 우리는 오늘을 살아낸다.


무명은 삶의 그림자가 아니라 삶의 빛이다. 무명은 고통이 아니라 숨이다. 우리는 무명 위에 서 있다. 우리는 무명 안에서 사랑하고 무명 안에서 미워하고 무명 안에서 다시 사랑한다. 그리고 그 무명 안에서 우리는 조용히 존재한다.


나는 이제 무명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모르는 것을 모르는 채 살아가는 것. 알지 못하는 채로 사랑하고. 알지 못하는 채로 웃고. 알지 못하는 채로 길을 걷는다. 그리고 그 모름 속에서 나는 조용히 삶을 사랑하게 된다.


무명 위에 나는 살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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