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의 증인

막달라 마리아

by 마르치아


본 서간은 제가 부활을 맞아 막달라 마리아의 심정으로 깊이 묵상한 후 적은 개인적인 묵상 글임을 밝혀 둡니다.


사랑하는 이들이여 너희에게 이 말을 전하기까지 내 생애는 너무도 많은 밤을 지나왔다. 나는 이제 늙었다. 손끝은 떨리고 말은 천천히 흘러나오지만 마음속에 남아 있는 단 하나의 새벽은 여전히 선명하다. 어떤 세월도 지워내지 못한 그날의 빛과 침묵과 떨림. 나는 그분을 뵈었다. 그리고 이제 너희에게 그 이야기를 들려주려 한다.


그분과 처음 마주했던 그 날이 기억난다. 나는 무너진 여인이었고 모두가 나를 죄인이라 불렀으며 눈빛조차 마주치지 않으려는 사람들이 내 삶의 전부였다. 그러나 그분은 달랐다. 나를 보셨고 나를 알아보셨고 나의 이름을 불러주셨다. 세상이 나를 돌로 치라 말할 때 그분은 나를 품에 안듯 눈으로 감싸 안으셨다. 침묵하셨지만 그 침묵 안에 연민이 있었고 자비가 있었고 구원이 있었다. 그분이 내 안에 맺혀 있던 수치의 사슬을 끊어주셨을 때 나는 처음으로 살아간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알게 되었다. 그분은 나의 시작이자 나의 끝이었다.


그 이후로 나는 언제나 그분 곁에 있었다. 사람들이 몰려들던 갈릴리 호숫가에서 아이들이 웃고 노닐던 언덕 위에서 그분의 발치에 앉아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나는 영혼이 깨어나는 것을 느꼈다. 그분은 누구보다 부드러웠고 누구보다 단호하셨다. 눈먼 이를 다시 보게 하시고 굶주린 이에게 빵을 나누어주시고 병든 이의 등을 쓰다듬으시던 손길은 세상의 어느 것보다 거룩한 아름다움이었다. 그분 곁에 있으면 세상이 무너져도 두렵지 않았다. 나는 그분을 따라 예루살렘까지 갔고 십자가를 지시던 그분의 눈빛을 마지막으로 마주한 사람 중 하나였다. 세상은 어둠으로 덮였고 내 심장도 그날 무너져내렸다.


그날 새벽은 마치 내 가슴 안에서 다시 태어난 시간이었다. 별빛이 아직 하늘에 걸려 있었고 땅은 이슬로 젖어 있었으며 새벽 공기는 차갑고 말이 없었다. 나는 향유를 품에 안고 무덤으로 향했다. 누구도 나를 따라오지 않았고 나는 기도하듯 발걸음을 떼었다. 슬픔이 무거웠고 사랑이 아팠으며 마지막으로 그분께 사랑을 드리고 싶다는 생각 하나로만 걸었다. 마음속에서는 왜 이렇게 침묵하셨습니까 왜 돌아오지 않으셨습니까 하고 되뇌고 있었다. 그리고 그 무덤 앞에서 나는 또다시 무너졌다. 돌이 굴려져 있었고 그분은 거기 계시지 않았다. 나는 울었다. 무너지듯 울었다. 살아 있는 사랑을 묻으러 왔는데 그 흔적마저 사라졌다는 사실에 숨이 막혔다. 누군가 그분을 데려갔을까 마지막 안식처마저 앗아갔을까. 나는 무덤 입구에 주저앉아 땅과 하늘 사이에 쪼그라진 영혼처럼 울고 또 울었다. 그때 무덤 안에 있던 빛처럼 흰 옷 입은 이들이 내게 물었다. 왜 울고 있느냐고. 나는 속절없이 대답했다. 내 주님이 사라지셨다고. 나는 그분을 뵙고 싶다고. 내가 마지막까지 지키고 싶던 그분을 아무도 모르게 데려간 것만 같다고.


그 순간 누군가 내 뒤에 섰다. 나는 고개를 돌렸다. 그는 정원지기처럼 보였다. 그분이 살아계셨다는 상상을 나는 하지 못했다. 그저 내 슬픔을 조금이라도 덜어줄 자가 이 사람일지도 모른다고 믿었다. 여인아 왜 울고 있느냐 누구를 찾고 있느냐. 그의 물음은 놀랍도록 부드러웠고 내 마음을 조심스럽게 두드렸다. 나는 간절한 마음으로 말할 수밖에 없었다. 당신이 그분을 옮겨갔다면 말씀만 해주세요. 제가 그분을 다시 모시겠습니다. 그런데 그분이 내 이름을 부르셨다. 마리아야. 단 한마디. 그 한마디는 내 전 생애를 일으켜 세우기에 충분했다. 내 심장이 다시 뛰었고 숨이 다시 돌아왔고 무너졌던 믿음이 그 이름 한마디에 살아났다. 나는 알아보았다. 그 눈빛 그 목소리 그 사랑은 그분이었다. 그분은 죽음을 이기시고 무덤을 깨고 다시 살아나셨다. 내가 사랑했던 그분 나를 처음 일으켜 세워주셨던 그분 지금 다시 내 앞에 서 계셨다. 나는 더 이상 울지 않았다. 나는 단숨에 숨을 몰아쉬며 외쳤다. 라뽀니 스승님. 그분의 이름을 불렀다는 사실이 아니라 그분이 내 이름을 다시 불러주셨다는 그 진실 앞에서 나는 온전히 무너졌다. 세상이 다시 빛을 되찾았고 내 영혼은 그 자리에 새로 태어났다.


나는 두려움도 잊고 달렸다. 무너졌던 발로 떨리는 심장으로 닫힌 문 안에 숨어 있던 제자들에게 달려가 소리쳤다. 나는 그분을 뵈었습니다. 그분이 살아계십니다. 우리보다 먼저 우리를 기다리고 계십니다. 내가 보았던 것을 내가 들었던 그 목소리를 나 혼자 간직할 수 없었다. 그 사랑은 나를 지나 너희에게 가야 했고 그 부활은 내 고백을 통해 세상에 전해져야 했다.


그래서 지금 너희에게 이 말을 남기려 한다. 사랑하는 이들이여 너희는 나의 후손이다. 나는 너희를 보지 못하지만 너희가 이 말을 듣고 있다면 이제 부탁하고 싶다. 제발 말로만 주님이 부활하셨다고 말하지 말아라. 부활은 말이 아니라 삶으로 증명되어야 한다. 누군가의 눈물을 닦아주는 손길 외로운 이의 곁에 잠시 멈추는 발걸음 불평보다 먼저 내미는 미소 용서와 화해를 선택하는 침묵. 그것이 부활이다. 너희가 살아가는 매일의 작은 선택들이 바로 그분의 살아계심을 증거하는 자리다. 내가 무덤 앞에서 그분의 이름을 들었듯 너희도 반드시 듣게 될 것이다. 너희가 고통 속에 있을 때 무너져 있을 때 길을 잃고 주저앉았을 때 그분은 너희의 이름을 부르실 것이다. 그 부르심은 책망이 아니라 사랑이고 너희를 향한 기다림이며 삶으로 다시 걸어 나가라는 초대일 것이다. 그러니 외면하지 말아라. 머뭇거리지도 말아라. 그분은 여전히 기다리신다. 무덤 앞이 아니라 너희 삶의 가장 낮고 어두운 자리에서. 무거운 문을 스스로 닫고 살아가고 있다면 지금 그 문을 열고 바람을 맞아 보아라. 그분은 늘 그 자리에서 아무 말 없이 그러나 가장 깊은 방식으로 너희를 기다리신다. 내가 그분의 이름을 부른 것이 아니라 그분이 먼저 나의 이름을 불러주셨듯이 믿음은 너희의 애씀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그분의 사랑으로부터 다시 시작되는 것임을 기억해라. 내가 두려움을 잊고 달렸듯이 너희도 사랑으로 달려가야 한다. 부활은 오직 사랑으로 증거된다. 나는 그분을 뵈었다. 내 눈으로 내 귀로 내 가슴으로. 그리고 지금 이 마지막 고백을 너희에게 남기며 말한다. 나는 그분을 뵈었다. 그리고 이제 그 사랑을 너희가 살아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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