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희망♣

11화. 태풍상사

by mark

광복 이후 우리나라 사회 전반의 틀을 바꾼 3대 사건은 6.25 전쟁, IMF, 코로나 팬데믹일 것이다.

그중에서 도시사회로 발전한 후에 가장 영향이 컸던 것은 IMF 사태일 것이다.


직장인들에겐 쓰나미와 같은 자연재해였던 1997년과 그 이후의 시절에서 한 중소 무역상사가 극복해 가는 드라마가 있다고 하여 1,2화를 시청했다.


정겨웠다.

그때의 따뜻하고 아련한 추억들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사회 초년생이었던 시절, 그때의 회사는 참으로 인간적이었다. (이미 과거의 유물이 되었고, 지금의 잣대로 보면 비효율의 극치였지만...)

답 없던 장시간 회의, 자료를 10부 이상 15분 이상 하는 복사, 회의실에 자료 배열하기, 월급날 현금으로 돈 받기, 프린터로 인쇄되어 받던 월급봉투, 1000원이 넘지 않았던 환율, 차 한 대 사는 게 인생 성공이었던 때, 해외 출장이 능력 있다고 평가받던 시절, 토익 860점 넘는 게 와! 하던 시절, 경리분에게 손님 오면 커피 부탁해도 되는 당연함, 담배 피우기, 공문 팩스 보내기, 삐삐, 사과박스만 한 컴퓨터, 술 잘 먹는 게 대단한 업무능력 중 하나여서 숙취로 근무시간 중 잠깐 쉬고 해장해도 되는 너그러운 분위기 등


그렇게 급격한 산업화 성공신화와 우리나라만의 온정주의가 더해져 이 세상은 영원히 아름다울 것 같았던 어느 날 밤, 9시 뉴스를 통해 전 국민이 접했던 'IMF 구제금융'소식에 무슨 말인지 모르는 다수와 무슨 일인지 아는 소수가 알게 되면서 온 세상은 순식간에 무너져 갔다. 한 나라의 외환보유고가 없어 국제통화기금이란 기구에 달러를 빌리는 대신, 그들이 요구하는 조건들을 행해야만 하는 북극 날씨보다 더 살벌한 금융조치를 말이다.


전쟁만큼 참혹했던 그날 이후의 도산, 부도, 정리해고를 당했던 한 집안의 기둥이었던 우리나라의 이름 없는 영웅들... 당시의 어른들이 겪었을 그 피눈물 나는 고통을 어찌 표현할 수 있을까?

그럼에도 또다시 그 모든 걸 이겨내고 다시 경제를 꽃피우고 온전한 한 나라로서 살아가는 우리나라와 국민들!


IMF때의 환율은 1,995원, 2025년 10월 환율은 1,428원, 지금은 모든 정보가 실시간 공개되고 투명하지만, 여전히 위기가 왔을 때의 결말은 누구도 예측 못한다. 오히려 빅데이터가 주는 모순일 것이다.


우리나라 현대사에 정부의 무능과 오만함, 정책의 느슨함이 국가적 위기를 만들고, 사회 구성원 모두에게 영향을 주는 사건은 이미 발생한 3대 사건 외에는 없어야 한다고 간절히 바란다. 이 드라마를 보는 내내 7년 동안에 걸친 임진왜란을 겪고 다시는 같은 전란을 겪지 않도록 후세에 교훈을 남기기 위해 저술한 '징비록'이 불현듯 생각났다.


나라의 큰 결정을 하는 사람들은 태풍상사의 대표가 보여준 여러 모습들을 꼭 새기고 기억해야 한다.

허드렛일을 하는 경리에게도 의견을 묻고, 다각도로 Risk를 몇 번이고 고민하고 결심하는 유연함과 꼼꼼함,

결정했으면 자기를 불사르더라도 무게와 책임을 다하는 모습, 사람이 가장 중요함을 전파하고 실천하는 가치로운 영향력, 월급날 직원들에게 "월급을 제 날 지급 못해 미안하다"라며 고개 숙이며 한없이 죄스러워하는 마음을 말이다. 그 말 후 쓰러졌다.

그것이 IMF에 쓰러지고 사라지고 버텨내고 이겨내는 데 역할을 한 이름 없는 수많은 산업역군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이자 존중이다.


리더와 집단 지성의 수준이 그 나라의 방향성을 만든다. 정치와 사회는 매일 살피고, 경제가 부흥한 나라가 지속되길 바란다. 그래야 일상을 살아가는 다수가 문제없다.


그 바람 끝에 "우리는 지금 괜찮은가?" 그리고 "나는 유능한가?" "나는 이런 말을 할 정도로 깨어있는가?" 이런 질문을 남긴다.


※징비(懲毖): 과거의 잘못을 징계하여 후환을 경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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