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아한 유령

by 여운

겨울에 흘겨 들은 유령 이야기는 왠지 모르게 안쓰럽다.

내 추위가 그녀로부터 오는 듯 서늘하다가도 나의 추위를 빼앗기는 듯한 기분이 든다.

묘한 이야기가 흐른다. 마냥 오싹하지만은 않는 이야기. 오히려 어딘가 시린 이야기.

잠잠해 질듯 아차, 아직 겨울은 끝나지 않았음을.

내게로 가위를 눌리려 할까. 생각이 못지않은 이 밤.

속삭이듯 말한다. '난 아직 네 품에 폭 안겨 있어'. 그래, 보내 주지 못한 나의 것이었다.

피아노 연주를 대신하여 그대를 위하여 글을 쓴다.

나의 사람이 여기 있으매 나의 시선이 거기 머물러 있어도 사랑할 수 없음을. 비참한 마음은 겨울 어느 날

들었던 유령 이야기보다 더욱이 두렵고 떨릴 뿐이라.

그럼에도 나를 떠나지 못하고 내 잘 밤 어딘가에서 나의 머리카락만을 세고 있을 나의 유령아.

더더욱 사랑하고 보고 싶을 뿐이다. 비록 눈뜨면 햇살에 눈 녹아 쓰러지겠지만은.

만남이 허상으로 남지 않음을. 내가 겪을 기이함과 오묘함이 현실인 듯 모든 것이 허무처럼 느껴지기를.

눈 길 위에 발자취 없는 공포에도 나를 찾아온 전설의 민담이 나를 새살 돋게 할 뿐임을.

이 얘기가 성탄절 악몽이 아니길 바란다. 그럴 마음뿐이라. 결코 잠잠치 않게 하여라.

이윽고 해 뜨기 몇 시간 전, 상상을 자극하는 공포에 나는 유령을 경외하게 된다.


보고 싶어라. 나의 유령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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