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껏, 사랑

by 영일이

행복한 두 사람이 만나면 더 행복해지고
불행한 두 사람이 만나면 더 불행해진다
행복과 불행은 나눠 갖는 것이 아니다
서로의 존재에 의해 증폭되거나 사라질 뿐이다

카뮈는 말했다
“진정한 철학적 문제는 자살뿐이다”

우리가 하루를 견디고 사랑을 택하는 것은
감정이 아니라 작은 생존 선언이다
사랑은 ‘계속 살아보겠다’는 결심이고
그 결심을 매일 새로 쓰는 일이다
아침마다 눈을 뜨고 어제보다 조금 더 나아졌다고 말해주는 일이다

보부아르는 말했다
“사랑은 두 사람이 하나가 되는 것이 아니라
두 개의 자유가 서로를 지지하는 일이다”

하지만 자유는 불편하다
자유는 서로의 세계가 부딪히는 소리를 낸다
때로 그 소리가 너무 커서 사랑은 문제를 덮는 커튼이 되어버린다

잠깐은 편하다
간단하다
그러나 그 안에서 나는 점점 작아지고
내가 무엇을 바랐는지
왜 사랑하기로 했는지조차 잊어버린다

사랑하려면 나의 세계를 내어주어야 한다
하지만 세계를 다 내어주면 사랑은 사라진다
사랑은 자기 보존과 자기 상실 사이에서
아슬아슬하게 서 있는 줄타기다


경계가 무너지면 관계는 융합으로 흐르고
융합은 결국 숨막히는 균일함이 되어
남는 것은 단절뿐이다

욕망 없는 사랑은 체념이 되고
사랑은 용기 없는 습관이 될 때
죽는다

프롬은 말했다
“성숙한 사랑은 ‘네가 필요해서 사랑한다’가 아니라 '사랑하기 때문에 너를 필요로 한다’고 말한다”고

그래서 나는 더 원한다
그 욕망은 단순한 결핍이 아니다

내가 아직 누군가를 사랑할 능력이 있다는. 살아 있다는 증거다

내게 사랑은 서로의 결핍을 메우는 일이고 동시에 서로의 세계를 넓히는 일이다

그 싸움은 관계를 지키려는 투쟁이 아닌 두 세계를 더 큰 지평으로 열기 위한 시도이자 서로의 손으로 세계를 다시 짓는 창조다
그리고 그 순간에서야 사랑은 감정을 넘어선다

보부아르는 물었다
“사랑은 서로를 완성하기 위한 것인가
아니면 결핍을 받아들이는 것인가”

그리고 답했다, 둘 다라고

창조적 의지가 없다면 사랑은 서로의 그림자를 지키는 습관에 불과할 따름이다

나는 아직 내가 이 사랑을 감당할 능력이 있는지 모른다

다만 안다.

사랑이 나를 줄이지 않아야 한다는 것 사랑이 나를 포기하게 만들어서는 안 된다는 것 사랑은 나를 더 크게 만들어야 한다는 것

그 바람이 단순한 소유욕이 아니라면
나는 다시 사랑을 택할 것이다


다시, 또 다시 힘껏 택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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