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이 온 방 안을 환히 밝히자 바닥에 긴 줄무늬가 생겨난다
책상 위 찻잔에선 김이 오르고 어김없이 옆집 강아지가 짖는다
나는 무드등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오래된 팝송의 박자에 맞춰 옷에 묻은 고양이 털을 털어댄다
아무렇게나 쌓인 책들 사이 한 권을 무심히 뽑아 들고 아무 페이지나 펼쳐본다 삐딱한 자세로 의자에 앉아 골반이 통증을 호소할 때까진 한참을 그런다
피아노 건반을 두드리다 창문을 열어 젖힌다
나를 따라 산책 나온 바람과 기분 좋게 간질거리는 해변. 파도 소리, 사람들의 웃음, 가슴에 무언가가 꽉 차 넘쳐흐르는 순간.
그 어떤 댓가도 바라지 않는 호의들. 지적인 유쾌함들.
이 세계는 조금씩 나를 닮아간다.
그리고 나는 그런 내 세계를 사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