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사람들 1
“딩동, 딩동, 딩동”
누굴까? 이 시간에? 올 사람이 없는데? 동생들이 사고로 죽은 지 이 주일이 지났다. 겨우 장례를 치르고 신고나 기타 후속정리를 마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다. 아무리 친한 친구들이라도 토요일 6시 30분에 집에 오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데 초인종이 울리고 있다. 모르겠다. 아마 관리실일 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요즘 관리실은 대부분 전화로 일을 처리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뒷머리를 긁적이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꽤나 피곤했었던지 온몸이 뻐근하다. 고개를 두어 번 돌리자 목에서 우둑우둑 뼈 소리가 났다. 아직 졸린 눈을 깜박거리다 손으로 마른세수를 했다. 눈이 까실 거리는 것이 분명히 수면 부족이 틀림없다.
“딩동, 딩동, 딩동”
집주인의 사정을 상관하지 않는 조급한 초인종은 인정사정 보지 않고 소리를 질러댄다.
“네~ 나가요. 나가”
그저 관리실 직원이 조금은 미안한 표정으로 서있을 것이라는 상상과 함께 무덤덤한 표정으로 아파트 철문에 붙어있는 도어록의 열림 버튼에 손가락을 올렸다. 그런데 순간 찌릿하며 전기가 통한 듯 뒷머리에서 시작하여 척추를 싸늘하게 타고 내려가다 가슴에서 멈춰서 ‘쿵’하고 아래로 무언가 떨어지는 듯한 세한 느낌이 든다.
도어록 버튼에 닿을락 말락 허공에 떠 있는 오른손 검지 손가락 끝에서 오소소 한 소름이 돋아 오르기 시작하더니 팔을 타고 등줄기까지 다다라 저절로 어깨가 움츠려 들게 한다. 버튼을 누를 수가 없다. 무엇인가 범상치 않은 느낌이 문을 열려고 하는 이성을 잡아 누르고 있는 것이다.
“딩동, 딩동, 딩동”
또다시 눈치 없는 초인종이 한껏 움츠려 들어있는 주인을 재촉한다.
눈치도 없는 놈 같으니라고. 목이 탄다. 일어나자마자 물을 안 마셨던가? 아니면 긴장한 것일까? 무슨 이유에서인지 목이 찢어지는 듯 아프다. 애꿎은 혀만 거칠어진 혀를 달래주느라 고생하고 있다
. 허공에서 갈 곳을 잃은 오른손이 조금씩 떨려온다. 왜일까? 왜 이렇게 가슴이 떨리고 심난한 것일까?
“딩동, 딩동, 딩동”
미칠 것 같다. 몸은 굳어버리고 마음은 떨리고 머리는 뒤죽박죽이고 초인종은 울려대는데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있다. 머리와 다르게 입은 ‘왜 이러지? 왜 이러지?’하는 소리를 차마 밖으로 내어 뱉지 못하고 입 속에서만 빙빙 돌리고 있었다.
왼팔을 들어 오른 손목을 부여잡는다. 다행히 떨리는 오른손이 왼손 안에서 파르르 마지막 여진을 잠재워가고 있다. 크게 한숨이 나온다. 초인종 소리가 들린 이후 이제야 처음 숨을 쉬는 것 같다. 터져 나온 숨이 철문을 뚫고 밖으로 터져 나갈까 봐 걱정이 들을 정도이다.
“쾅! 쾅! 쾅!”
초인종으로 안되니 이번에는 문을 두드린다. 두 번만 더 두드렸다면 나도 모르게 ‘대~한민국’이라고 외칠 뻔했다. 아! 이건 아닌가? 아무튼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멀리 날아갔던 내 정신이 제 자리로 돌아왔다.
“누구신가요?”
그래! 잘 해냈다. 갈라진 목 때문에 쇳소리가 나거나 삑사리가 날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들었는데 제법 부드러우면서도 주인다운 위엄이 충분히 담겨 있었다. 그러나 바로 다음 문 밖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그런 위엄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다시 멘붕의 상태로 빠져 들었다.
“아들! 나야. 엄마”
‘엄마? 엄마? 엄마! 엄마! 우리 엄마? 5년 전 홍수 때 물에 빠진 동생들을 구하다가 아빠랑 함께 물에 빠져 돌아가신 우리 엄마? 아니. 아니, 그건 불가능 해. 그런 일은 일어날수 없어. 그렇지 그럼 당연하지. 그런데 그럼 어떤 엄마? 도대체 어떤 엄마?’머리 속에서 이성과 감성이 서로의 머리카락을 쥐어 뜯으며 싸우고 있다.
이성은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집을 잘 못 찾은 사람일거라고 주장하고 감성은 엄마의 목소리도 잊었냐, 엄마의 목소리 맞지 않냐며 이성을 두둘겨 패고 있다. 순간적으로 온 몸에 소름이 다시 돋아 올랐다. 불가사의한 일이 발생하면 이성은 아무것도 못한다. 그저 바보처럼 멍한 표정만 짓고 서있게 된다.
감성에 지배당한 몸이 저절로 손을 들어 열림이라고 쓰여진 버튼을 눌러 버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