귓가에 속삭이는 공포 (5-2)

돌아온 사람들 2

by 곰탱구리

문이 열린다.


검은색의 남자 구두와 갈색 계열의 단아한 여자 구두가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다. 생각났다. 저 구두들. 내가 첫 월급 타서 선물로 사다 드린 선물이었다. 둘 다 에스콰XX 제품이다. 품질도 나쁘지 않으면서 가격에 대한 할인율이 높아 초짜 직장인이 사기에 가장 적당하였기 때문에 내가 직접 매장에 가서 샀었던 제품이다.


그런데 두 분이 돌아가신 뒤 분명히 버렸는데 왜 저기 있는 것일까? 그냥 같은 종류의 구두일까? 생각이 점점 더 복잡해진다. 저 구두를 보니 고개를 들어 얼굴을 볼 용기가 사라진다. 다시 정신이 아득해진다. 아니! 그래서는 안 된다. 고개를 들어야 한다. 이들이 누군지 반드시 확인해야만 한다. 부모님이 아니란 것을 확인해야만 이 두려움이 없어질 것 같다.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나의 이성이 기대했던 것과는 다르게 현관에는 진짜 아빠와 엄마가 너무도 그리웠던 미소를 띠며 나를 바라보고 계신다.


“이게.... 이게.... 이게...”


너무 놀라우면 말이 나오지 않는다는 것은 진실이었다. 계속 ‘이게’라는 말만 도돌이표의 저주에 걸린 듯 내뱉고 있었다.


“아들~! 우리 돌아왔어.”


엄마의 한 마디에 갑자기 눈에서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 엄마가... 엄마가 돌아왔어. 아빠도 돌아왔어. 엄마, 아빠가 돌아왔어. 아빠가 엄마가....


다리에 힘이 풀리며 몸이 바닥으로 무너졌다. 고개는 엄마와 아빠의 얼굴을 올려보며 고정된 채 눈에서는 끊임없이 눈물이 흘러내린다. 어디서 돌아왔는지 어떻게 돌아온 것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냥 돌아온 것만이 중요했다. 현실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볼을 꼬집어 볼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그럴 필요 전혀 없다. 넘어지면서 열어 논 문에 부딪친 무릎에서 눅진한 아픔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어떻게.... 어떻게...”


‘이게’라는 말은 조금 진화하여 ‘어떻게’로 바뀌었지만 한 음절이 늘어난 것일 뿐 그 속 내용은 전혀 진화되지 못한 거기서 거기였다.


“아들! 엄마 다리 아파. 어서 들어가자.”


“그래 아들. 더럽게 왜 바닥에 앉아있어? 어서 일어나.”


나에게 다정히 내미는 아빠의 손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7살 때 다리 아프다고 생떼 쓰는 나를 업고 가시다가 내가 마구 흔드는 바람에 넘어지시면서 다시셨던 검지의 상처가 아직도 희미한 흔적으로 남겨져 있는 것이 보인다. 나는 손을 잡을 수밖에 없었다. 진짜 아빠의 손이다. 그 상처를 손가락으로 살살 쓸어보았다. 진짜다. 바늘로 꿰맨 자국이 오돌 도돌 하게 손가락 끝에 선명하게 느껴진다.


“아빠. 왜 이제야 왔어?”


일어나 아빠를 끌어안으며 처음 제대로 된 말을 했다. 두 분이 살아오신 불가능한 상황이 당연하다는 듯이 왜 이제야 왔냐는 질문이 이상하다고 느끼면서도 자연스럽다고 생각이 된다. 이게 뭘까? 두 분의 말 한마디에 수많은 의구심을 버터처럼 녹아내렸다.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다. 그저 두 분이 돌아가시고 난 후 겪었던 서럽고 힘겨웠던 기억들만이 머릿속에서 녹아 눈으로 맥없이 터져 흘러내린다. 한참을 끌어안고 울고 나서야 거실로 들어올 수 있었다. 아빠와 엄마는 마치 잠시 외출 나갔다 돌아온 것처럼 자연스럽게 방으로 들어가 자신이 가져온 가방에서 옷을 꺼내 갈아입고 집안일을 하기 시작하였다.


아빠는 소파에 앉아 TV를 틀었다. ‘무한 도전’이라는 버라이어티 쇼가 방영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화면이 바뀌면서 긴급방송이라는 커다란 타이틀이 화면을 가득 채웠다. 저녁 9시 뉴스 전담 앵커인 엄기윤이었다. 나는 울어서 퉁퉁 부운 눈으로 화면을 응시했다.


“안녕하십니까? 엄기윤입니다. 특별 긴급 뉴스를 전해드립니다. 서울을 비롯한 전국 곳곳에서 죽었던 사람이 살아 돌아오는 기적 같은 일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오늘 새벽 6시 30분경 1년 전에 사고로 죽었던 원로배우 김 XX 씨가 자택으로 걸어 돌아왔습니다.


김 XX 씨는 3년 전인 20XX 년 오늘 노환과 지병으로 서울 성모 병원에서 유명을 달리하였습니다. 그리고 3일 후 화장을 마치고 XX추도원에 모셔졌던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그런데 금일 생전과 똑같은 모습으로 도어록을 열고 집으로 들어왔다고 합니다. 가족들은 김 XX 씨의 모습에 놀라 경찰에 신고를 하였고 경찰은 김 XX 씨를 경찰로 연행하여 조사하였다고 합니다. 그런데 놀라운 사실은 경찰에서 지문과 유전자를 긴급으로 조사 의뢰한 결과 동일인으로 밝혀져 놀라움을 주고 있습니다.


이런 일은 김 XX 씨 말고도 충청도 충주에서 또 발생하였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죽음에서 돌아오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으며 이들은 모두 죽은 후의 기억을 하나도 가지고 있지 않으며 죽기 직전의 기억만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이 충격적인 일에 대하여 전문가들은 국가적 차원에서의 정밀 조사에 착수하였으며 정부에서도 이 일에 대하여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원인을 밝혀 내겠다고 발표하였습니다. 시민 분들께서는 동요하지 마시고 주변에 살아 돌아오신 분이 있으면 경찰이나 관공서에 자진 신고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금요일 연재
이전 24화귓가에 속삭이는 공포 (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