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사람들 5
이상하게 말을 더듬으며 슬픈 얼굴로 중얼거리다 갑작스럽게 경찰을 향해 병을 높이 쳐들고 덤벼들었다. 맨 앞에 서있던 경찰은 범인이 내려치는 팔은 감싸 쥐며 업어치기로 범인을 편의점 바닥에 메다꽂았다. 범인은 마치 허수아비처럼 붕 떠서 ‘철퍼덕’ 소리를 내며 바닥에 사지를 벌리고 누워버렸다. 범인을 집어던진 경찰은 자세를 바로 잡고 범인을 뒤로 돌려 엎드리게 하고 양손을 뒤로 돌려 수갑을 채웠다.
범인이 바닥에 그렇게 심하게 패대기 쳐졌음에도 정신도 잃지 않고 크게 아파하지도 않는 것을 보면 경찰이 범인의 안전을 위하여 전문적인 기술을 사용한 것 같았다. 범인은 50대 초반의 남자였다. 경찰에 체포되어 바닥에 엎드려 있으면서도 계속해서 ‘우리 아들, 우리 아들’하면서 넋 나간 사람처럼 중얼거렸다.
경찰이 범인을 체포하는 동안 구급요원이 후배 녀석을 구급차에 태우고 긴급히 출발하였다. 나는 편의점 앞에서 아무것도 못하고 그저 서 있기만 했다. 그때 뒤에서 누군가 내 어깨를 힘차게 잡아당겼다. 나는 놀라서 소리를 질렀고 경찰과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나를 쳐다보았다. 나를 잡아당긴 것은 편의점 점주였다. 나의 비명에 점주도 놀라서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멋쩍은 웃음을 띠며 점주에게 고개만 까닥거려 인사를 했다.
점주는 주변 분위기에 눌려 눈짓으로 무슨 일이냐고 물었고 나는 10분에 걸쳐 상황을 설명하여야 했다. 그때 점주 뒤에서 내 이야기를 듣던 경찰이 나의 신원을 물었다. 그러더니 진술을 위해 경찰서로 같이 가줄 것을 요청하였다. 나는 점주의 눈치를 보았고 점주는 어서 가라는 듯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한대의 경찰차에 범인을 태운 후 경찰서로 먼저 출발하였고 다른 한대는 편의점의 CCTV 영상을 복사한 후 나를 태워서 경찰서로 출발하였다.
진술은 1시간이 조금 넘게 걸렸다. 시간상 그리 오래 걸린 것은 아니었음에도 나는 매우 지쳐버렸다. 경찰서에 들어오면서부터 손과 상체가 덜덜 떨리기 시작했다. 이 떨림은 진술하는 동안에도 멈추지 않았다. 오죽하면 경찰이 나를 세 번이나 찬물을 떠다 주며 진정하라고 달래주기까지 했을까? 실제적으로 이런 범죄를 직접 격은 것은 처음이다 보니 두려움을 넘어 트라우마로 자리 잡게 될 것 같은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경찰서에서 나와 일단 병원으로 달려갔다. 후배 녀석의 상태가 너무도 궁금했기 때문이었다.
다행히 병원은 경찰서에서 가까운데 있어서 금방 갈 수 있었다. 응급실로 달려갔으나 그곳에 후배는 없었다. 급히 간호사를 붙잡고 물어보자 응급 수술을 위해 수술실로 옮겼다고 했다. 수술이 얼마나 걸릴지는 모른다고 했다. 일단 점주에게 전화를 하고 잠시 기다려 보기로 했다. 대기실에는 나 외에도 많은 보호자들이 초조한 모습으로 기다리고 있었다.
대기실의 TV에서는 긴급 속보가 나오고 있었다. 전국 곳곳에서 이유를 알 수 없는 묻지 마 살인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었다. 대부분의 돌아온 사람들이 범행을 저지르고 있다고 하였다. 이유는 모르지만 그들은 이지를 상실한 채로 이미 죽은 가족의 이름을 부르며 불특정 다수를 향해 칼이나 흉기를 휘두르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에 경찰은 비상사태를 선언하고 돌아온 사람들을 모두 강제 구금하겠다고 발표하였다.
부모님이 생각났다. 머릿속에는 그저 빨리 집으로 돌아가 봐야겠다는 생각만 들었다. 응급실을 뛰어나가 병원 정문에 서 있는 택시에 올랐다. 집으로 가는 중에도 골목길의 여기저기서 비명 소리가 울려 퍼졌다. 요란하게 사이렌을 울리며 경찰차와 구급차가 이리저리 미친 듯이 차를 몰아 달렸다. 내가 탄 택시 옆으로는 오랜만에 보는 소위 닭장차라 불리는 전경 수송차가 줄줄이 어디론가 달려가고 있었다. 그것을 보자 나는 마음이 더욱더 급해졌다. 택시 기사님에게 계속 빨리 가달라고 독촉하였다.
멀리 집이 보였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경찰도 구급차도 보이지 않았다. 요금은 7,500원이 나왔지만 마음이 급한 나머지 만 원짜리 한 장을 드리고 급히 집으로 달려갔다. 그러나 대문 앞에 도착한 순간 싸늘한 집의 분위기에 제자리에 멈추고 말았다. 뛰어 오느라 흐르던 땀이 순식간에 모공 속으로 다시 말려들어가는 느낌이 들었다. 아침에 보았을 때와 변한 것이 하나도 없는데 왜 이렇게 다른 이질감이 느껴지는지 알 수가 없었다.
나는 대문 앞에서 주저앉았다. 급한 마음에 급히 뛰어오기는 했는데 막상 집 앞에 도착하자 생각이 갑자기 많아진 것이었다. 혹시 부모님도 살인마로 변해 있으면 어쩌지 하는 두려움과 다시는 혼자되고 싶지 않은 두려움이 서로를 물어뜯으며 싸우고 있었다.
설마 아니겠지, 우리 부모님은 아닐 거야 하는 기대감이 마음을 사로잡다가 집에서 풍겨 나오는 싸늘한 냉기에 우선 경찰에 신고부터 할까 하는 조심스러움이 가슴을 온통 헤집기도 하였다. 10분여를 대문 앞에 앉아 고민하고 있을 때, 멀리 큰길에서 경찰차가 지나가는 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화들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