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사람들 6 - 최종회
기나 긴 고민 끝에 일단 집에 들어가 보기로 했다. 부모님을 믿고 싶은 생각과 어떤 일이 있어도 또다시 어디론가 보내고 혼자가 되기 싫다는 마음이 강했기 때문이었다. 집은 이상할 정도로 고요했다. 거실에는 불도 켜져 있지 않았다. 조심스럽게 현관문을 열고 들어갔다. 현관에 있는 LED 센서 등이 환하게 밝아졌다.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나는 떨리는 목소리로 엄마와 아빠를 부르며 거실로 들어갔다.
그때 소파 뒤에서 누군가 쑥 하고 고개를 들었다. 엄마였다. 나는 주눅 든 목소리로 엄마하고 불렀다. 그때 환하게 웃으며 엄마가 일어났다. 그때 나는 확실하게 보았다. 엄마의 오른손에 들려있는 피가 뚝뚝 떨어지는 커다란 사시미 칼이 들려 있는 것을.
갑자기 불이 켜졌다. 거실 전등 스위치에 손을 얹고 있는 아빠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아빠의 손에는 작은 손도끼가 들려있었다. 소파 옆으로 쓰러져 있는 남자의 다리가 보였고 흘러나오는 핏물로 흥건히 젖어 있는 카펫이 눈에 들어왔다. 살아 돌아온 부모님을 보기 위해 찾아온 친척들의 옷이 여기저기 널려 있었다. 나는 떨리는 목소리로 물어보았다.
“왜?”
“악인 너무 많아. 지옥이 꽉 차버렸어. 더 이상 악인을 수용하기 어려워지자 결국 신께서 지구를 지옥으로 만들기로 결정했지. 어차피 악인이 더 많은 곳이니까.”
“그런데 왜 사람을 죽여? 어차피 지옥이 되면 그럴 필요가 없잖아.”
“원래 지옥의 수용 정원을 초과하는 영혼은 소멸시켜 왔었어 그런데 인간이 점점 타락하여 지옥과 별 차이가 없어지는 것을 보시고 소멸 예정자인 우리를 보내서 이곳을 지옥으로 개척하라고 하셨어. 각자 10인의 살아있는 생명을 죽이면 소멸되지 않고 새로 생기는 지옥에서 지낼 수 있게 해 준다고 하셨지. 내가 죽여도 어차피 다들 돌아올 거야. 아들! 이리 와! 네가 10번째야. 너도 얼른 갔다가 다시 돌아와야지.”
“뭔... 말도 안 되는..”
나는 떨리는 두 다리를 간신히 움직여 조금씩 현관문 쪽으로 뒷걸음질을 쳤다. 그 순간 도저히 인간의 움직임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 움직임으로 아빠가 현관문 앞에 도끼의 옆면을 허벅지에 탁탁 치며 너무도 즐거워 보이는 표정으로 웃고 서 있었다.
“아들! 이리 와. 엄마한테 와야지. 엄마 아빠가 여기서 자리 잡고 나면 동생들도 곧 돌아올 거야. 너도 얼른 갔다 와야지.”
엄마는 사시미 칼을 들고 자동차 와이퍼처럼 좌우로 흔들며 나에게로 천천히 다가왔다.
“아들 어차피 지구는 지옥이야!”
엄마의 손에 들린 칼의 손잡이 부분만 남기고 내 배속으로 들어올 때까지 나는 멍하니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멀리서 울부짖는 사람들의 비명 소리로 아비규환이 된 지구의 마지막 숨소리를 들으며 나도 눈을 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