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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으로 폐업을 경험하다

이렇게 또 퇴사하게 되었습니다

by 연두

https://brunch.co.kr/@9816051954cc430/25

<전편 참고>


※ 이 글은 회사의 정보 유출 문제 가능성을 고려해서, 일부(지역, 시간 등)는 각색하고, 회사의 상호명은 공개하지 않았음을 밝히며, 회사에 대한 추측성 댓글은 자제 부탁드립니다. 제 글을 읽어주시고 응원해 주시는 분들께 항상 감사드립니다.


이번 화는 브런치 카페 에피소드의 마지막 에피소드입니다.




내가 이곳으로 이직해서 근무한 지 어느덧 8개월이 지났다.


그동안 많이 익숙해지고 능숙해졌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부족하다.


지난 8개월 동안 이곳에서 있었던 일이 머릿속에서 스쳐 지나간다.


첫날 긴장 되고 떨리는 마음으로 출근했다 긴장이 풀리면서 내 마음까지 게워낸 일, 일한 지 일주일 밖에

안 됐는데 친구들이 깜짝 방문한 일, 상사의 무관심이 걸린 라떼아트 시험에, 하루 종일 여러 가지 이유로 실컷 혼나고 눈물 흘린 일 등등,,


이 외에 그동안 있었던 크고 작은 일들이 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그러던 어느 날 어지럽게 머릿속을 맴돌던 생각들의

목적지가 점점 "퇴사"로 굳혀져 갔고, 잠시 고민하다

퇴사를 하기로 마음먹었다.


마음먹은 그날, 퇴근하기 전 그에게 이번 달 안으로 퇴사하겠다고 통보하려는 찰나 내 입에서 "퇴사"라는

단어를 내뱉자마자 눈에서 눈물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왜 그랬을까? 지난 8개월 동안 꺼내지 않고 쌓아왔던 감정이 폭발해 버린 것일까, 아니면 드디어 이곳을 떠날 수 있다는 생각에 후련함의 눈물일까.


솔직히 말하면 양자의 경우를 더해서 여기서 일해서 얻은 것들을 잃고 싶지 않다는 아쉬움도 일부 섞여있었던 거 같다.


그래도 잘 얘기했다며 생각하며 마음을 굳혔는데,

바로 다음날, 그에게 나의 퇴사 소식을 들은 사장님께서

점심시간에 나에게 개인 면담을 요청하셨고, 약 2시간의 설득 및 얘기 끝에 일단 근무기간을 1년 채우고 생각하기로 마음을 바꾸고 퇴사 의사를 철회했다.



그랬는데, 어렵게 마음먹은 퇴사 철회였는데...


퇴사 의사를 철회한 지 일주일 정도 흐른 뒤, 나는 사장님과 한번 더 개인 면담을 하게 되었다.


무슨 일일까, 혹시 내가 혼날 만한 행동을 한 건 아닐까 하며 긴장되는 마음으로 면담에 임했는데.....


면담에서 사장님께서 들려주시는 이야기는 정말 놀랄 수밖에 없는 소식이었다.


그 소식은 바로 이곳이 약 한 달 뒤에 폐업을 하게 되었다는 소식이었다.


사장님은 지금으로 이곳이 약 한 달 뒤에 폐업을 하게 되었다는 소식과 함께 이렇게 될 줄 알았다면 나를 설득하지 않았을 거라고 하셨다.


처음 듣는 이야기에 나는 면담 시작부터 끝까지 놀라움을 금치 못했고, 이곳에서의 생활도 한 달을 끝으로 마무리된다는 사실에 속이 후련하기도 하면서

1년을 채우지 못한다는 생각에 아쉽기도 했다.


하지만 현재 경제가 한참 어려운 시기이고, 주변 상권 소식을 들으며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상황은 아니었기에 이 상황을 바로 받아들일 수 있었다.


폐업 소식을 들은 다른 직원들은 이곳에 대한 마음이 거의 없어져갔다. 나에게 너무 열심히 하지 말라고 말하기도 했다. 사실 나도 크게 아쉽거나 하지 않았다.


그런데 보통 자신들이 일했던 매장이 없어진다고 하면 아쉬움이 먼저 들지 않는가? 그런데 우리는 아쉬움은커녕 마음이 식어가 일을 열심히 하고 싶은 마음이 없어지고 있다.


그 순간 나는 깨달았다. 나만 힘든 게 아니었구나.

그들도 그들만의 고충과 불만이 있었구나. 심지어 나보다 먼저 그만둔다고 말씀드려 놓은 상태였었다고 한다.


사실 누구나 고충이 있었던 건 당연한 건데, 심지어 그까지도. 나는 그동안 나의 힘듬만 생각하는 이기적인 사람이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잠시 나의 전적의 이기심에 대한 부끄러움을 느꼈다.



시간은 빠르게 지나, 영업 마지막 날이 되었다.

영업 마지막 날이 되면서 재고는 오늘 판매할 양을 빼고

싹 비워졌고, 평소보다 더 휑한 느낌이었다.


영업 종료 소식을 들은 손님들이 찾아와 주문을 할 때

고생했다고 말해주기도 하고, 이곳이 곧 없어진다는 생각에 아쉽다는 얘기도 많이 했다.


마지막이라 아쉽다고 해야 하나,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늘 매장에 찾아와 진상을 부리던 진상 단골손님들은 마지막 영업날에는 매장을 찾아오지 않았다.


나는 영업 마지막날 마감 근무자였다. 영업 마지막 날의 마감을 함께 하며 마지막날의 마무리를 내가 한다는 생각에 아쉬움과 후련함이 교차했다.


손님들과는 오늘이 마지막이지만 직원들과는 폐업 정리를 위해 3일 더 나와서 일을 해야 했기 때문에 마지막은 아니었다.



생각보다 폐업 정리하러 간 3일은 금방 지나갔다.

큰 매장이라 정리할 짐이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여러 명이 구역 별로 나눠서 정리하다 보니 시간이 금방 흘렀고 끝나기도 금방 끝났다.


폐업 정리 마지막 날, 직원들과도 이별 시간이 찾아왔는데, 시간이 되는 직원들끼리 모여 회식을 하게 되었다. 나는 처음에 회식에 참여하고 싶지 않았는데, 다들 참여한다는 말에 나만 참여하지 않는 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며 나도 회식에 참여하게 되었다.


우리는 회식 장소에 가서 동그란 테이블에 둘러앉아

그동안 일하면서 어땠는지, 이곳을 퇴사한 후에 어떻게 지낼 예정인지, 서로 연락하면서 지낼 건지 등등 일 얘기부터 시작해서 시시콜콜한 이야기들을 나누고

식당 마감 시간까지 있다 서로 덕담을 나눈 뒤 마지막 인사를 한 뒤 각자의 길로 흩어졌다.


이렇게 이 시간을 끝으로 나는 브런치 카페에서의 생활도, 인연도 여기서 마무리를 짓게 되었다.


다음에는 어떤 직장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까?

다음 직장은 이곳보다는 훨씬 더 좋은 사람들이, 좋은 환경이 나를 반겨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TMI

1. 이렇게 될 줄 알았으면 그에게 그동안 쌓인 감정을 토해내듯 거친 말 몇 마디 던져볼걸. 욕 한마디라도 해볼걸. 종종 이런 생각이 들 때가 있다.


2. 폐업 정리 마지막 날, 사장님께 그동안 고생했다고 개인톡이 왔었고, 매장 단톡방에서도 서로 그동안 고생했다며 향후 안부 연락을 약속한 뒤 나는 단톡방을 나갔다.


3. 헤어진 직후 다른 팀원에게 연락이 와 2차 갈 생각이 있냐고 물었지만, 나는 바로 거절했다.



브런치 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연두입니다.


벌써 길었던 브런치 카페 에피소드의 마지막을 쓰게 되었습니다.


해당 에피소드는 크고 작은 일들을 많이 겪어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아 에피소드도 늘리고, 내용이 길어 다른 분들이 읽기 힘들어하시지 않을까 걱정했었습니다.


하지만 걱정과 달리 많은 분들이 저의 글의 많은 관심을 가져주셨고, 응원도 많이 받았습니다.


해당 에피소드를 쓰면서 ptsd가 많이 와서 글을 쓰는 중에 자꾸 주저하게 되어 어려움이 있었지만 제 글을 읽어주시는 모든 분들 덕에 무사히 마무리를 지을 수 있었습니다.


제 글을 보시는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저의 글은 현재 마지막 직장 에피소드만을 남겨두고 있는데요, 완결까지 얼마 남지 않았지만 마지막까지

저의 이야기를 꾹꾹 눌러 담아 달려 나갈 테니

끝까지 많은 관심과 사랑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남은 하루 좋은 시간 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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