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늘도 털린다
<전편 참고>
※ 이 글은 회사의 정보 유출 문제 가능성을 고려해서, 일부(지역, 시간 등)는 각색하고, 회사의 상호명은 공개하지 않았음을 밝히며, 회사에 대한 추측성 댓글은 자제 부탁드립니다. 제 글을 읽어주시고 응원해 주시는 분들께 항상 감사드립니다.
브런치 카페 에피소드는 해당 에피소드를 포함한 총 6편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번 에피소드에서 하지 못한 이야기는 다음 에피소드로 이어집니다.
원래 5편으로 예정되어 있었지만, 내용이 길어질 것 같아 한편 연장하게 되었습니다.
해당 직장 에피소드는 그동안의 직장 에피소드 중 최장 편으로, 근무하면서 크고 작은 에피소드가 너무 잦았기 때문에 풀어나갈 이야기가 많아 다른 직장 에피소드보다 한 에피소드 당 내용도 훨씬 더 세부적이고 많을 예정입니다.
특별히 이번 에피소드는 다음 에피소드 예고편이 있습니다! 끝까지 정독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내가 브런치 카페 직원이 된 지 벌써 2달이 흘렀다.
이곳에서 10시간을 일하지만, 오픈이든 미들이든 마감이든 시간은 정말 빨리 흘러가고 있다.
매장이 매우 넓어할 일이 많아 이것저것 하다 보면 어느새 시간은 퇴근 시간을 향해 많이 흘러가고 있다.
별일 없이 하루가 흘러가는 거라면 너무나도 좋을 것 같지만, 현실은 그런 날이 한 달에 몇 번 밖에 없다.
신입이고, 막내이고, 잘하는 거보다 못하는 게 더 많은 나로서는 일에 치이고, 손님에 치이고, 상사나
선임에 치이면서 대부분의 하루를 보낸다.
매일매일이 스펙터클했다.
이곳은 다른 곳보다 손님들의 연령대가 높아서 아주머니, 아저씨나 할머니, 할아버지 손님이 많은데,
직원들은 그들보다 한참 어린 2030이다 보니 편하게 생각하고 반말을 하거나 안 되는 걸 자꾸 해달라고
할 때도 있고, 특히 노트북을 쓰는 젊은 카공족 손님들의 경우 콘센트 쓰지 말라고 뚜껑 덮어서 테이프로 붙여
막아놨는데 그걸 굳이 뜯어서 쓰는 사람들도 비일비재했다.
그래서 반말을 쓰는 손님들은 잠깐이니까, 나보다는 훨씬 어른이니까 그럴 수도 있지 생각하고
참는데, 안 되는 걸 자꾸 해달라고 하거나, 뚜껑 덮어 붙여놓은 콘센트를 굳이 뜯어서 쓰는 건
일하면서 저녁에 홀 마감 때문에 청소하러 갈 때마다 바닥에 떨어져 있는 뚜껑을 발견하면
열받는다.
평일은 피크타임을 제외하고 많이 한가한 편이지만, 비 오는 날이나 주말, 공휴일의 경우 2,3층
꽉 채우고 자리가 없는데도 사람들이 계속 올 정도로 매우 바빠진다.
바쁜 날의 경우 주문이 밀리고 실수하기 딱 좋은 날이다. 그래서 나는 주말이나 공휴일마다
마음의 준비를 한다. 작은 거 하나라도 잘 못 걸리면 크게 혼나니까.
주문이 많아서 밀리게 되면 주방에서 조리시간이 얼마나 걸리는지 말해준다. (바쁜 날은 음료 보다 브런치가 바쁜 날이 훨씬 많다.) 그러면 우리는 배달과 키오스크를 막은 뒤 손님들을 포스에서 주문하도록 유도해서 조리시간을 안내한다.
" 자리는 잡으셨나요? 지금 조리시간 1시간 정도 걸리는데 괜찮으실까요? "
또한 자리가 꽉 차도 쉴 새 없이 들어오는 손님들에 우리는 목이 터져라 자리부터 잡으라고 말한다.
" 자리 먼저 잡으시고 주문해 주세요! "
조리시간 안내는 드렸어도 주문 내역이나 매장 상황에 따라 조리시간이 이보다 짧거나 오버될 수도 있다.
그래서 주문이 밀리다 보면 기다리다 지친 손님들이 하나둘씩 주문받는 곳으로 내려와 우리에게 말한다.
"저기요, 저희 주문 한지 30분이 지났는데 아직 안 나와서요. 언제쯤 나올까요?"
"저기 저희 40분은 기다린 거 같은데 아직도 안 나와서요. 주문 들어간 거 맞죠?"
이 말고도 주문 엄청 밀려있는데 주문 메뉴를 바꿔달라고 하거나 기다리다 지쳐 취소하는 손님들도 많았다.
한창 바쁘게 움직이던 중 어떤 한 부부 손님이 잔뜩 화가 난 얼굴로 주문받는 곳으로 오더니 나를 불렀다.
"저기요, 저희 지금 주문한 지 1시간이 넘은 거 같은데, 왜 아직도 안 나오는 거예요? 주문 들어간 거 맞아요?
저희보다 나중에 주문한 사람들이 먼저 가져가는 거 같은데, 언제 나와요? 빨리 주세요!"
인상 쓰면서 큰 소리로 화를 내는데, 나는 저렇게 화내는 손님 응대는 처음이라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주저할
시간도 없이 반 떨리는 마음으로 손님들을 달래 봤다.
"정말 죄송합니다 손님. 주문은 들어온 순서부터 조리하기 때문에 앞에서부터 나와요.
혹시 주문 번호가 몇 번이세요? 언제쯤 나올 거 같은지 물어볼게요. 조금만 더 기다려주시면......"
조금 더 기다려 달라는 말에 부부 손님은 더 화를 내려고 하는데 딱 마침 주방에서 그들이 주문한 메뉴가 나왔다.
그들은 주방에 주문한 메뉴를 픽업하러 가면서 나도 모자라 주방에 까지 화를 냈고, 심지어 같이 주문한
음료를 받으러 가는데 음료 픽업대에 있던 직원한테까지도 메뉴가 늦게 나왔다며 무지 화를 냈다.
근데 하필 음료 픽업대에 있던 직원이 우리 팀 팀장이었다. 그는 그들에게 내가 아직 신입이고 막내 직원이라서 그렇다며 이해 좀 해달라고 살살 달랬다. 그들이 음료를 받고 가자마자 그는 나를 큰 소리로 부른 뒤
내가 그에게 오자 바로 불 같이 화내기 시작했다.
" 너 때문에 주방 셰프님이 손님한테 혼났잖아. 어떻게 말했길래 손님이 저렇게 화를 내냐?!
놀러 왔어? 놀러 왔냐고?!......... 똑바로 좀 해!! "
그는 손님들이, 직원들이 다 보고 있는 데에서, 직원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는 바 한가운데서
나를 실컷 질책했다. 내 얘기는 들어보지도 않은 채.
(부부 손님의 입장 충분히 이해하고, 수많은 주문들을 열심히 쳐내고 있는 주방과 음료도 잘 못이 없다고 생각하는데, 손님들이 그렇게 불 같이 화를 내는데, 나는 그런 사람들을 응대하는 게 처음이고...
또한 그런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언제 나올 것 같다며 기다려달라고, 죄송하다는 말 뿐인데, 정말 그거밖에 없다고 생각했는데... 내가 응대를 잘못한 게 뭐지도 모르겠고, 부족하기만 한 응대인 건 충분히 알겠는데 처음부터 그 사람들은 화나있었고 자기는 다 보고 있었다면서 내 얘기는 들어보지도 않고,,,)
그렇게 화낸 뒤 나보고 너 어차피 도움이 안 된다고 하면서 식사하러 올라가라고 말했다.
나는 그 말을 듣고 말없이 물을 들고 올라간 뒤 아무도 없는 휴게실에서 입맛은 없어서
내 앞에 놓인 밥은 먹지도 못하고 혼날 때부터 애써 참아왔던 눈물을 터트렸다.
우리 매장에 자주 오시는 할머니 손님이 있었다. 할머니 손님은 보통 할머니 한분, 할아버지 한분과 함께 셋이 오시는 경우가 많았고, 툭하면 사소한 거 하나에 꼬투리를 잡아 컴플레인을 거는 진상 손님이었다.
얼마나 진상이었냐면 직원들에게 반말로 말하는 건 기본이고, 매번 올 때마다 음식이 짜다면서 컴플레인을
걸고, 서비스를 당연하듯이 생각하면서 맛 좀 보게 피자 한판 좀 주지라고 투덜거린 적도 있다.
물컵을 1인당 하나씩, 총 3개만 가져가면 되는데 6개는 넘게 가져가 다 쓴 뒤, 다 먹은 걸 트레이를 퇴식대에
꽂아 놓고 가야 하는데 카트에 끌고 와 퇴식대 앞에 카트를 통째로 놓고 간다.
그래서 우리는 항상 그 할머니 손님을 보며 생각한다. 그렇게 매일 진상짓하러 올 거면 오지 말아 달라고 제발.
그러던 어느 날, 이런 일이 있었다. 오늘도 여김 없이 그 할머니 손님이 매장에 찾아왔다.
음료를 주문하고 받아간 지 얼마 안 돼서 할머니 손님이 주문받는 곳으로 내려왔다.
그 당시 바에는 나 혼자 있었는데, 당신은 나에게 다가와 이렇게 말했다.
"언니, 나 아이스크림 하나 짜서 자리로 좀 갖다 줄 수 있어? 3층에 앉아있는데, 내가 허리가 아파서
가지러 오기 힘드니까 카드 줄 테니까 아이스크림 짜서 갖다 줘."
할머니 손님의 말을 듣고 나는 당황했다. 우리 매장은 주문부터 퇴식까지 다 셀프로 운영되고 있고,
아무리 할머니 손님이라도 한 두 분씩 서빙해 드리기 시작하면 다른 손님들 모두에게 서빙해 드려야
하기 때문에 시스템 상 해드리고 싶어도 해주면 안 되는 일이었고, 직원에게 반말로 심부름시키듯이
말하는 저 말투에 무지 어이가 없고 조금 기분이 나빴다.
나는 그래서 그러면 안 된다며 우리 매장은 모두 셀프로 운영되고 있다고 설명한 후 서빙은
못해준다고, 아니 그럴 수 없다고 죄송하다고 말하며 거절했다.
하지만 할머니 손님은 어차피 한가하지 않냐면서 계속 서빙해 달라고 조르듯이 말한 뒤 내 앞에 카드를 놓고 그냥 올라가 버렸다.
내 거절이 당신에게 먹히지 않은 걸까 하고 어떻게 해야 하나 잠시 안절부절못하고 있다가
사장님께 어떻게 해야 하냐고 여쭤보자, 일단은 내버려 두라고 하셔서 기다려보기로 했다.
그러자, 매장 전화기로 전화를 걸어 왜 안 갖다주냐고 따졌고, 결국은 내려와서 주문한 뒤
왜 안갖다주냐면서 투덜거리시면서 직접 가져가셨다.
TMI
1. 음료는 손님이 브런치와 한 번에 같이 가져가시라고 손님이 주문하신 브런치 메뉴가 나오는
타이밍에 맞춰 음료를 제조해서 손님이 같이 가져가실 수 있도록 응대한다.
2. 휴게실에서 머리 박고 울고 있는데 후에 주방팀 분들이 올라오시면서 어차피 지나가는 사람이라고,
잊어버리면 된다고 위로(?)를 해주셨다.
3. 할머니 손님 응대는 어떻게 했어야 맞았던 걸까? 그냥 갖다 드렸어야 했나 글을 쓰다가 갑자기 생각해 보게 되었다.
*다음화 예고편*
나는 하루에도 몇 번씩 작은 일 하나만 걸려도, 남들이 잘못할 수 있는 흔한 실수여도
나는 남들보다 두배로, 세배로 그에게 크게 혼난다.
억까는 기본이고, 장난이라고 하지만 스케줄 가지고 협박에 갈구기까지...
그에게는 내가 못하는 모습 밖에 보이지 않나 보다. (다쳤을 때도 비웃은 거 같고,,,)
나는 정말 카페에 소질이 없는 걸까? 진상손님과는 차원이 다르다.
그들은 한번 보면 끝인데 잊기는 쉽지 않다.
그렇다면 진상손님과 진상상사는 과연 어떤 차이점이 있을까? 다음 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