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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 카페 직원의 고군분투 생존기 2

상사에게 포기당할 뻔하다

by 연두

17화 브런치 카페 직원의 고군분투 생존기 1

<전편 참고>


※ 이 글은 회사의 정보 유출 문제 가능성을 고려해서, 일부(지역, 시간 등)는 각색하고, 회사의 상호명은 공개하지 않았음을 밝히며, 회사에 대한 추측성 댓글은 자제 부탁드립니다. 제 글을 읽어주시고 응원해 주시는 분들께 항상 감사드립니다.


내가 브런치카페에서 근무한 지 벌써 2주가 흘렀다.

선임들 왈, 근무한 지 2주가 지나면서부터는

얄짤 없다고 한다. 그 말에 나는 조금 쫄았다.


이직한 지 2주가 흐르는 동안 나는 바 마감과 높은 난도를 요하는 업무들을 뺀 나머지 업무들의 대부분은 할 줄 알게 되었다.


이곳은 프랜차이즈 카페 때와 다르게 단기속성반처럼

일한 지 얼마 되지 않아도 근무하면서 틈틈이 여러 업무를 가르쳐주셨다. 그래서 커리큘럼이 있는 프랜차이즈 카페에서 일했던 나에게는

너무 신기하면서도 많은 것들을 빨리 배워서 좋았다.


하지만 배웠던 그 많은 업무들 중에 내가 무서워했던 업무들이 몇 있는데, 그중에서 대표적인 것은

바 마감이다.


나는 프랜차이즈 카페에서 1년을 넘게 일했는데도 아직

바 오픈과 마감을 해본 적이 없어서 이곳에서 바 마감을 처음으로 배우게 되었는데, 나는 프랜차이즈 카페에서 바 마감하는 직원에게 책임자 업무를 부여하는 만큼 바 마감이 매우 중요한 업무라고 머릿속에 박혀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이곳에서 바 마감을 해야 한다는 사실이 나에게는 큰 부담감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그 걱정은 곧 사라졌다.


바 마감을 할 줄 몰라 마감하는 날마다 계속 홀 마감만 하니 어느 날 우리 팀 팀장이 나에게 와서 말했다.


" 연두야 너 이제 바 마감도 해봐야 되지 않겠어?"


"언제까지 홀 마감만 할 거야?"


그날 이후로 나는 선임들과 팀장에게 바 마감 업무를 조금씩 배워 나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조금씩 배워나가면서 익숙해지면 좋았을련만..

전편에서 언급했던 "어떤 이유" 때문에 며칠 동안

반 강제로 바 마감만 했었다.


"어떤 이유"의 발단은 이러하다.

내가 일했던 브런치 카페는 바와 주방이 연결되어 있는데, 식기세척기가 주방에만 있어 컵 설거지를 하고

식기세척기 박스에 담아 주방까지 들고 가야 했다.

그때 주방에서는 식기세척기 앞에 있는 배수구 뚜껑을 열어놓은 채 한참 물청소가 진행 중이었다.


하지만 나는 컵이 잔뜩 담겨 무거운 박스를 들고 앞만 보고 걷느라, 애초에 박스가 커 시야가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물청소가 진행 중인 걸 모른 채 걸어가다가

그만 열려있는 베수구 구멍에 빠지며 앞으로 꼬꾸라져 들고 있던 박스를 엎고 발을 다치게 되었다.


큰 소리가 나자 주방과 바에 있는 직원들이 내가 있는 곳으로 하나둘씩 모이기 했다.


나는 선임분과 함께 바로 탈의실로 올라가 발 상태를 확인했는데 다행히 피는 나지 않았다. 발이 많이 아파서 파스를 붙이긴 했으나 낫지 않자, 중간에 병원에 다녀오게 되었고, 그 이후로 나는 약 2주 동안 반 깁스를 하게 되었다.


그래서 나는 반 깁스를 한 상태에서는 홀 마감을 할 수 없어 반 깁스 풀 때까지 반 강제로 바 마감만 하게 되었고 그 덕(?)에 나는 바 마감 업무에 금방 적응할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 나는 이 상황이 참 웃프다.



두 번째로 무서워했던 업무(사실 스킬이다)는 바로

라떼아트다. 프랜차이즈 카페 에피소드에서 언급했지만 나는 본사 사람에게 따로 라떼아트를 배워야 할 정도로 엄청 못하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이곳에 입사한 첫날 다른 선임들이 아트를 연습하는 걸 보면서 팀장이 너도 배울 거니까 걱정 말라고 말했을 때 무지 걱정 되고 무서웠다.

(배울 때 너 울 수도 있다는 말을 덧붙이면서 말했다...)


그래서 속으로 이 순간을 위해 마음의 준비를 했고,

그 순간은 찾아왔다.


우유 스티밍과 아트를 하기 위한 자신만의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하며 이미지 트레이닝과 연습만이 답이라고 했다.


다른 선임들이랑 팀장이 번갈아가면서 나를 전담 마크

해주었지만, 우유로 하트를 겨우 그릴 수 있게 되었지만 그들이 원하는 하트 모양은 아니었다.


계속 1대 1로 나를 전담 마크 해주고 자투리 근무시간에 샷을 버려가며 우유를 버려가며 연습해 보지만 되지 않자, 팀장이 나에게 비수를 던졌다.


"너 내가 일주일 시간을 줄게. 그때까지 피드백 개선이 안되어있고 하트 모양 제대로 안 나오면 나 너 포기한다.

아트뿐만이 아니라 너 자체를 놓는다?"


나를 놓는다는 말에 충격을 받은 나는 그때부터 유튜브로 아트 영상을 보면서 눈에 익히고 자투리 시간에도 열심히 연습했으며, 꿈에서 아트 시험 보는 꿈을 꿀 정도로 머릿속엔 아트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했었다.


이런 나의 마음 따위는 알리가 없는 그는 일주일 내내 나에게 며칠 남았다고 손가락으로 사인을 보냈다.


그렇게 일주일이 흘러 드디어 결전의 날이 다가왔다.


결전의 시간을 앞두고 나는 엄청 긴장했고 손이 벌벌 떨렸다.


낮고 굵은 목소리로 시작하라는 그의 말에 나는 떨리는 마음을 뒤로하고 시험을 시작했다.


아트를 마치고 테이블에 내려놨는데 그가 보더니

갑자기 이유는 말하지 않은 채 다시 해보라고 한다.


"뭐지... 무슨 문제가 있었나?" 가뜩이나 떨리고 걱정되는데 다시 하라고 하니 다시 해서 테이블에 내려놨다. 근데 그가 다시 한 걸 보더니 진지한 목소리로 날 불렀다.


"야, 이거 이제 손님한테 내놔도 되겠는데?

이번 건 합격이야. 앞으로 이렇게만 해."


"와!!!!!!! 드디어 해냈다!!!!!!!!"

일주일 동안 긴장되고 답답했던 마음이 싹 가라앉았다.

또 눈물도 조금 났다. 프랜차이즈 카페에서도 제대로 못했던 걸 해냈다는 생각에.


어렵게 첫 단계를 통화한 이후에 단계들은 처음보다 쉬워져 이후에 연습해서 다른 단계도 가능해지게 되었다.


프랜차이즈 카페에서 시작되었던 라테아트에 대한 애증은 이곳에서 완전히 해결되었다.



프랜차이즈 카페에서 일했을 때와 다르게 많은 것을 배울 수 있고, 분위기가 자유롭고 개방적이어서 숨이 좀 트이는 것 같았는데...


왜 어딜 가도 힘든 사람들 한 두 명씩은 꼭 있는 건지......


나의 브런치 카페 직원의 고군분투 생존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TMI

1. 다친 발이 왼쪽이었는데, 다친 다음날 타박상이었는지 엄지발가락을 둘러싼 시퍼런 멍이 들었다.


2. 내가 그곳에서 일한 직원들 중 세 번째로 구멍에 빠진 사람이라고 한다.




브런치 카페 에피소드는 해당 에피소드를 포함한 총 6편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번 에피소드에서 하지 못한 이야기는 다음 에피소드로 이어집니다.


원래 5편으로 예정되어 있었지만, 내용이 길어질 것 같아 한편 연장하게 되었습니다.


해당 직장 에피소드는 그동안의 직장 에피소드 중 최장 편으로, 근무하면서 크고 작은 에피소드가 너무 잦았기 때문에 풀어나갈 이야기가 많아 다른 직장 에피소드보다 한 에피소드 당 내용도 훨씬 더 세부적이고 많을 예정입니다.


다음 에피소드는 브런치 카페 직원의 수난시대에

대한 내용을 풀어볼 예정이니 많은 관심과 사랑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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