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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 카페 직원의 고군분투 생존기 1

난관의 시작

by 연두

16화 이직 3번 차: 브런치 카페 직원이 되다

<전편 참고>


※ 이 글은 회사의 정보 유출 문제 가능성을 고려해서, 일부(지역, 시간 등)는 각색하고, 회사의 상호명은 공개하지 않았음을 밝히며, 회사에 대한 추측성 댓글은 자제 부탁드립니다. 제 글을 읽어주시고 응원해 주시는 분들께 항상 감사드립니다.


첫 출근을 마치고 지친 몸으로 집으로 돌아온 그날 새벽, 내가 새로운 직장에 출근한다고 너무 긴장했던 탓일까? 갑자기 속이 안 좋아지기 시작해서 잠에서 깼다.


"으어........" 비몽사몽 한 상태로 화장실에 달려가 변기 뚜껑을 올리고 그 자리에서 바로 구역질을 하기 시작했다. 마치 술을 몸속에 들이부은 것처럼 속은 울렁거리고 잠에서 깬 지 얼마 안돼 비몽사몽 한 상태라 더 지치고 힘들었다. 먹은 것도 별로 없는데 긴장했던 내 마음까지 다 게워내는 기분이었다.


면접 보기 전부터 불안했던 마음과 면접 붙고 나서 첫 출근을 했을 때 긴장됐던 마음에서 시너지가 일어났던 걸까? 그렇다고 첫날부터 구역질이라니... 뭔가 난관이 예상된다.


오늘은 대형 브런치 카페 출근 둘째 날! 어제는 첫날이라 사장님께서 알려주시면서 오픈 업무를 같이 했지만,

오늘부터는 샷 추출을 뺀 나머지 오픈 업무를 나 혼자 해내야 한다! 오늘도 힘내는 거야 아자! 아자!


원래 오픈 근무는 9시 출근이지만, 혼자 하는 게 처음이고, 오픈 시간 10시 안에는 다 끝내야 하니 여유 시간을 벌기 위해 부랴부랴 집을 나섰다. 오늘도 긴장되는 마음을 가득 안고 대형 브런치 카페로 출근길을 오른다.


매장에 도착하자마자 어제 알려주신 대로 차근차근 오픈 근무를 하기 시작했다. 주차장에 널어놓은 메트를 갔다 놓고, 1층 전원 스위치 다 키고, 화장실 체크에.. 머신이랑 키오스크, 포스기 전원 켜고, 얼음물 받아서 홀에 갔다 놓고...


오픈 시간이 가까워질 때쯤, 오픈 전 업무를 다 끝내서 사장님께 검수를 받으러 갔다. 어제처럼 사장님과 함께 1층부터 내려가서 검수를 받았는데, 처음이라 포스기 설정을 안 해 놨거나 물통 다리를 안 피는 등의 실수한 거 말고는 그럭저럭(?) 잘했다고 칭찬받았다. 기억력이 좋은 것 같다는 말을 덧붙여서.


휴... 다행이다. 실수했던 건 고치면 되고, 이대로만 하면 되는 건가? 싶었는데, 브런치 카페 신입으로서의 난관은 지금부터였다.




첫 출근 날, 오픈 전 업무 말고도 바(bar)에서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기 위해 선임분들이 일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나의 사수가 된 선임분을 따라다니면서 식사도 같이 하고 바리스타 업무와 홀 업무를 조금이지만

세세하게 배웠다.


특히 홀 업무 중 '퇴식'을 해야 하는 업무가 있는데, 손님들이 매장에서 나갈 때 퇴식대에 먹은 것을 놓고 간다.

특히 이곳은 브런치 카페라서 퇴식해야 하는 식사용 식기류, 다양한 종류의 접시가 대거 포함되어 있고

거기에 음료 컵에 머그잔 케이크 접시까지,, 2층보다는 3층 퇴식대에 손님들이 놓고 트레이가 더 쌓여

있기 때문에 근무하다가 틈틈이 퇴식할 타이밍을 노려 엘리베이터에 카트를 끌고 올라가 가져오는데,

문제는 여기서부터 시작이었다. 퇴식 업무는 퇴식대에 놓인 트레이와 접시, 식기류들을 종류별로 분리해서

차곡차곡 카트에 실어 내려와 주방 개수대에 다시 차곡차곡 놓으면 된다.


개수대에 놓을 때도 다 자리가 정해져 있고 요령이 있었나 보다. 특히 피클을 담는 종지는 크기가 작아 큰 접시들과 설거지할 때 불편하기 때문에 식기류를 포함해서 따로 놓는 통이 있었는데, 나는 이를 모르고

그냥 큰 접시들과 같이 놓아버렸다. 그리고 또한 몰랐다. 이것이 어떤 일을 불어올지를...


시간이 지나 마감 근무자들이 출근했다. 마감 근무자들이 출근할 시간이면 피크 타임이 다가오는 시간이라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기 시작하는 시점이었는데, 한 마감 근무자가 큰 소리로 나를 불렀다.


"연두님!!!!!!!!!!!!!!!!!!!!!"


주방 개수대에서 들려오는 소리였다. 나를 부르는 큰 소리에 나는 잽싸게 주방 개수대로 달려갔다.

개수대에서 설거지를 편하게 할 수 있도록 쌓인 접시를 잘 구분해서 놓지 못한 데다가 피클 종지를

정해진 통에 넣지 않고 큰 접시들이랑 섞여버렸다. 그래서 그가 나를 부른 것이다.


"아아, 둘째 날부터 크게 혼나는 건가..." 하며 속으로 마음의 준비를 했다.


" 이거 피클 종지는 놓는 통이 따로 있는데, 여기다 놓으라고 하지 않았나요?"

" 아.. 네.."


"또 이거는 이렇게 해야 하고... 저거는 저렇게 해야 하고... 어쩌고... 저쩌고.."


" 아... 네... 죄송합니다..."


" 계속 앞에 아... 를 붙이시는 거 같은데, 습관인가요?"


"........ 네.."


" 아 이거 내가 원래 성격이 좀 직설적이라 직설적으로 말했으면

일 왜 그런 식으로 하냐고 바로 그랬을 텐데,,"


"................"


이 대화는 놀랍게도 마감 근무자였던 그와 내가 그날 만나자마자 처음으로 나눈 대화였다.


그는 내가 소속되어 있는 홀(바리스타) 팀의 팀장으로, 사장님의 극 친한 동생이라고 한다.

사장님도 그렇고 다른 팀원들도 그렇고 그가 겉으론 저러지만 속은 매우 착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이를 듣고 처음에 나는 믿을 수가 없었다. "저 사람이.....? 좀 많이 무서운데..."


근데 내가 사장님의 직속 부하 직원이 아니라 그의 직속 부하 직원이라는 사실에 더 망연자실했었다.

사장님은 매장 전체를 전두지휘하시는 분이라 그런 것 같았다.

앞으로 스케줄 관련 질문이나 업무 관련 등의 보고를 사장님이 아니라 그에게 해야 한다는 사실에

무서워지기 시작했다. 첫인상이 매우 좋지 않아서 더 그런 거 같다.




4일 연속의 오픈 업무가 끝나고 나서는 여기에서도 프랜차이즈 카페에서 근무했을 때처럼 업무가 적응될 때까지는 한동안 계속 마감만 해야 한다. 이곳은 팀장 빼고는 별다른 직급 없이 다 팀원(바리스타)이다.

사장님을 제외하고 팀장을 포함한 홀, 주방팀 모두의 근무시간은 9시간이다. 미들, 마감과의 출근 시간도 1시간 밖에 차이가 안 나기 때문에 출퇴근 시간이 비슷비슷하다. 마감의 경우 퇴근 시간이 8시이다.


프차 카페 당시와 다르게 집도 크게 멀지 않은 거리이고 마감 시간도 크게 늦지 않아서 좋았다.


마감 근무의 경우 보통 2명이서 하고, 많으면 3명이서 한다. 마감 근무 첫날, 나는 이곳에서의 마감 근무가 처음이었기 때문에 3명이서 마감했다. 마감 근무는 오픈 근무 때보다 할 일이 두 배이다. 매장이 넓어 청소할 구역이 많은 데다 홀이랑 바로 나눠서 마감을 하는데, 두 명이서 하는 경우에는 바 마감을 혼자 하기 때문에 홀 구역은 나머지 한 명이 해야 한다. 3명이서 하는 경우는 홀 마감 구역을 두 명이서 나눠서 진행한다.


마감 시간 안에 이 넓은 구역을 다 하는 게 가능하냐? 가능하다. 왜냐하면 3시부터 중간 마감을 시작하기 때문에 미리미리 구역 마감을 해 놓으면 나중에는 손님 테이블 구역 마감만 하면 된다.


마감 근무의 루틴은 이렇게 돌아간다.

홀 마감하는 사람은 근무하다가 시간이 되면

1. 젖은 메트를 들고 1층으로 내려가 주차장에 널어놓은 뒤 복도를 쓴다.

2. 2,3층의 퇴식대와 카트를 닦는다.

3. 손님들에게 영업 마감 안내 및 화장실 청소를 한다.

4. 마감 퇴근 전까지 홀 청소를 다 끝내 놓는다.

나의 경우 손님 테이블 청소와 화장실 청소가 오래 걸려 퇴근 시간 안에 끝내기 너무 어려웠다...


바 마감하는 사람의 경우 바에서 전자레인지나 빵 커팅대 등의 경우

다른 근무자들이 퇴근하기 전 마감을 하기 때문에 바 마감의 진짜 시작은

홀 마감이 3층에 청소하러 올라갔을 때부터이다.


피크타임은 저녁에도 존재하는데, 이곳은 평일 저녁때만 되면 음료 마감 직전까지 손님들이 몰려오는 날이 있다. 그럴 때는 홀 마감 근무자가 없는 동안 혼자 손님들을 응대해야 한다. 이게 홀 마감보다 훨씬 더 어렵다.

그래서 프차 카페 때도 책임자 마크를 붙일 만큼 어려운 업무인가 싶었다..


음료 마감을 하고 나서는 커피 머신 마감, 2,3층 퇴식 설거지, 정산 마감 등을 한다.

특히 정산 마감의 경우 팀장에게 보고해야 하기 때문에 실수하면 전화 와서 엄청 혼난다.


나의 경우 바 업무를 아직 잘 몰라서 한동안 홀 마감만 하다가 "어떤 이유"로 바 마감을 배우기 시작해

한동안 바 마감만 하다 보니 익숙해져서 그때부터 바 마감과 홀 마감을 번갈아가면서 하게 되었다.





프랜차이즈 카페에서 일했을 당시와 크게 다른 점은 바로 누구라도 할 의지와 역량만 있다면

일한 지 몇 개월 되지 않아도 커피를 추출할 수 있고, 바 마감을 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나도 첫 출근날 바로 커피를 추출하는 방법을 배우지 않았는가.


비록 매장이 넓어서 해야 하는 업무가 많고 아직 입사한 지 얼마 안 돼서 우당탕탕하고

내 직속상사가 무섭긴 하지만 그래도 계속하다 보면 적응되겠지?

이겨내다 보면 어느새 성장의 계단을 올라있으리라고 믿는다. 아니 믿고 싶다. 그럴 것이라고.




브런치 카페 에피소드는 해당 에피소드를 포함한 총 5편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번 에피소드에서 하지 못한 이야기는 다음 에피소드로 이어집니다.


해당 직장 에피소드는 그동안의 직장 에피소드 중 최장 편으로, 근무하면서 크고 작은 에피소드가 너무 잦았기 때문에 풀어나갈 이야기가 많아 다른 직장 에피소드보다 한 에피소드 당 내용도 훨씬 더 세부적이고 많을 예정입니다.


5편으로 예정되어 있지만, 연재 상황에 따라 에피소드가 1~2개 정도 더 추가될 수도 있습니다.


다음 에피소드에서는 위에서 언급한 "어떤 이유"에 관한 에피소드와 그 외에 근무하면서 있었던 일 중에 기억에 남는 특정의 에피소드 몇 가지를 순차적으로 풀어볼 예정이니 많은 사랑과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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