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가 맺어준 인연의 마지막
<전편 참고>
나는 학교에서 꽂아준 첫 직장인 마카롱 공장에서 현장실습을 거쳐 정직원으로 전환되어 생애 첫 취업을 했다는 생각에 매우 뿌듯했고 현장실습 때 보다 더 열심히 일했다. 일하면서 시간도 빨리 가고, 학교 가서 공부하지 않아도 되고(이래놓고 시험공부는 열심히 했다) 무엇보다 가장 좋았던 건 돈을 벌게 되었기 때문에 씀씀이가 조금 자유로워졌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나는 이곳에서의 생활이 비록 우요곡절이 많긴 했지만 사람들도 좋았고 나름 만족하고 있었던 입장이었기에 지금의 시간이 지나지 않기를 바라기도 했었다.
하지만 사람들이 아무리 잘해줘도 일하면서 힘들었던 부분이 없다고는 절대 못한다. 모두 만족했었다면
내가 이직을 n번씩이나 하지 않고 계속 여기서 일했을 터이니.
이곳은 마카롱 "공장"이다. 마카롱을 그날그날 생산 일정(거래처 요청)에 따라 대량으로 생산하기 때문에 퇴근 시간 전까지 많은 생산 일정을 다 소화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야근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내가
있었던 작업실(샌드 하는 곳) 기준 크림 짜기- 충전물(쨈, 가나슈 등) 채우기- 샌드- 데코의 단순반복작업으로
업무를 다른 업무와 로테이션하지 않는 이상 매일 이 작업만 반복해야 한다.
그것도 수도 없이 쌓인 많은 양을 말이다.
이러한 단순반복작업은 이곳뿐만이 아니라 공장의 특성이 대부분 그렇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 이곳에 와서 단순반복작업에 일에 대한 흥미를 잃었거나 대량 생산으로 일이 너무 많아 힘들거나(대기업 거래처가 많았다) 등의 이유로 일하는 직원들이 1년만 채우고 떠나거나 어느 날 갑자기 연락을 끊고 그만두는 사람들이 많았다. 새로운 사람들이 들어와도 하루만 일하고 나가는 사람들도 대다수였다.
사실 이곳에 우리 학교 실습생 말고도 다른 학교 실습생들도 함께 일했었다. 그래서 실습생이 나를 포함해서 총 9명이었는데, 9명 중에서 6명이 현장 실습이 끝나고 난 뒤에 정직원 전환이 되기도 전에 학교로 돌아가거나 다른 취업처로 옮겼다. 갓 조리과를 졸업해서 외식업에 대한 창창한 미래를 꿈꾸고 있는 그들에게 공장은 단순반복작업으로 크게 배울 만한 기술이 없다고 생각한 것이다.
게다가 이곳은 체계가 제대로 잡혀있지 않았기 때문에 직원으로서 누려야 하는 권리가 제대로 채워지지 않았다. 특히 무슨 일이 생겨서 결근이나 조퇴를 해야 할 때에는 왜인지는 모르겠으나 부장님, 이사님, 전무님 모두에게 따로 얘기를 하러 다녔어야 했다.(서로 전달을 하지 않아서 이렇게 하라고 하신 거 같다.) 매일 사람들이 들어왔다 나갔다를 반복하다 보니 인원이 부족해 한 사람 당 감당해야 하는 일이 늘어났고, 중요한 한 비중을 차지했던 내 친구와 다른 친구도 졸업 후에 바로 회사를 퇴사해 버렸다.
그러한 환경인데 나는 왜 이 직장이 만족스러웠는가? 그 당시의 나는 뭘 몰라도 너무 몰랐던 것이다. 그냥 사람들이 우리에게 큰 소리로 화내지 않고 욕하지 않고 친절하고 편하게 대해준다면 그걸로 된 거라고만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인간관계가 1순위인 내 성격의 영향도 있는 걸지도.) 직장생활은 환경도 중요한 한몫인데 말이다.
사실 그래서 나도 내 친구와 같이 졸업하자마자 바로 그만두려고 했다. 그래서 학교와 회사 양측에 그만둔다고 말까지 했었다. 하지만 그만두겠다고 말한 날이 오기 5일 전, 나는 계속 고민했다. 이미 그만둔다고 말은 했지만,,, 사실 친구 따라 강남 간다의 마인드로 즉흥적으로 말했기 때문에 그만둬서 당장 무엇을 해야 하는지 계획을 세우지도 않았고, 회사 사람들은 우리에게 그만두지 말라고 계속 붙잡고 있었다. 게다가 그놈의 사람들... 이 나는 너무 좋았기 때문에,,, 그만둔다고 말한 이후 나는 계속 마음이 좋지 않았다. 퇴사 이후의 계획도 터무니없기도 했었고.... 결국 조금만 더 일해보고 그만둘 때는 이직 준비를 해놓고 그만두자고 마음속으로 합의한 뒤 그날 점심시간에 학교와 회사 양측에 다시 다니겠다고 말했고 졸업 이후에도 당분간 계속 다니게 되었다.
내가 회사를 퇴사한 시점은 졸업 이후 약 2달 후인 3월 초이다. 2달 동안 나는 고등학생이 아닌 "성인"으로서
미성년자 특혜(제시간 퇴근, 주 5일 근무, 야근 X) 없이 이 회사에서 일했다. 알고 보니 주 6일이었던 이곳은 토요일에도 나와서 일했고, 졸업 다음날 바로 야근했고 일이 바빠 정시(6시)에 퇴근하는 날이 별로 없었다. 정직원이 되어도 졸업하기 전까지 학생 신분이었던 탓에 특혜를 누려왔던 나는 우리가 가고 남은 직원분들이 우리 몫까지 얼마나 고생하셨을지 뼈저리게 느꼈다. (심지어 퇴근 직전에 우리가 실수라도 저질렀었더라면.....?) 사실 내가 이곳에서 직원으로서 회사의 룰을 다 지키면서 일했던 시점은 2달 남짓밖에 되지 않는 셈이다. 나는 2달 동안 떠난 친구들의 빈자리를 느끼며 이직 준비를 했고, 그 결과 나도 다음 직장 첫 출근 2주 전을 앞두고 이곳을 떠나게 되었다.
이렇게 고등학교 취업처이자 나의 생애 첫 직장인 이곳과의 인연은 완전히 끝이 나게 되었다.
TMI
1. 처음 그만두겠다고 말했을 때 학교에 먼저 사정을 말하지 않고 회사에 먼저 말해 학교에 불려 가서 선생님께 혼났다.( 취업했어도 졸업 전까지는 학생 신분이므로 회사에 대한 특이사항이 있거나 퇴사 등을 고려하는 상황이라면 꼭 학교 선생님께 먼저 말씀드려야 한다.)
2. 실습생 9명= 우리 학교 3명(나머지 두 명은 각각 학교복귀, 다른 취업처 이동)+ A학교 3명+ B학교 3명
※ 회사의 정보 유출 문제 가능성을 고려해서, 저의 모든 글의 일부는 각색하고, 회사(취업처) 상호명은 공개하지 않았음을 밝히며, 회사(취업처)에 대한 추측성 댓글은 자제 부탁드립니다. 길지만 부족한 글 끝까지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다음 편은 보너스 에피소드이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