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p Year을 통해 한 번쯤 걸어온 길도 돌아보기
우리나라에서는 생소한 Gap Year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갭이어는 잠시 학업을 쉬고 본인을 돌아보는 시간이다. 항상 앞만 보고 달려가면 언젠가는 지치기 마련이다. 그래서 그런지 나도 3학년까지 학교를 다니면서 조금은 쉬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한국에서는 휴학이라는 것이 익숙한 제도이고 한 번쯤은 다들 해봤을 것이다. 하지만 중국인들에게 휴학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래서 내가 중국인 친구들에게 휴학을 해서 나만의 시간을 갖고 싶다고 말을 하였다. 그랬더니 역시 반응들이 다들 휴학을 하면 안 되는 거 아니냐는 반응과 집안에 무슨 일이 있냐고 걱정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나는 이렇게 학업을 마치면 무엇을 할지에 대해서 스스로의 고민을 해본 시간이 적었고 이 길 끝에는 무엇이 있는지도 알 수 없는 불완전한 상태였다. 그래서 3학년 1학기 방학 때 한국에 들어와서 부모님에게 다음 학기를 마지막으로 난 휴학을 할 것이라고 통보를 하였다.
처음에는 반대가 있었다. 왜 휴학을 할 건지부터 시작해서 휴학을 하면 무엇을 할 것인지 등의 계획을 물어보셨다. 하지만 나에게는 계획은 없었다. 그냥 졸업 전에 스스로를 알아보는 시간을 갖고 싶었다. 그래서 나는 말했다. “그냥 일단 휴학을 하면서 생각을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항상 파워 J인 우리 아빠는 계획 없는 휴학은 낭비라고 말했다. 나도 파워 J이기에 그게 무슨 말인지 바로 이해를 하였지만, 이번 만은 계획 없이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무엇을 좋아하고 잘하는지에 대해서 알아가보고 싶었다. 그렇게 3학년 2학기를 마지막으로 휴학을 결정하고 모든 짐을 싸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처음 한국에 들어와서 한 일은 여행을 갔다. 혼자 약 2주 동안 오스트리아로 떠났다. 유학생활 이외에 혼자 여행을 간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것도 가까운 아시아 국가가 아닌 동유럽을 가게 되었다. 어릴 적부터 악기와 클래식에 대해서 관심이 많았고 혼자 연주회를 찾아다닐 정도로 음악에 대한 열정이 타오르던 시절이 있었다. 음악을 좋아하는 나에게는 오스트리아는 천국이었다. 오스트리아는 음악의 도시답게 클래식 공연부터 작은 연주회까지 매 시간 공연이 있었고 티켓도 쉽게 구할 수 있었다. 언어도 영어를 사용할 줄 알아서 모든 것이 순조로웠다.
여행을 하면서 만나게 된 사람들이 전부 나와 비슷한 대학생이거나 학교 선생님, 포토그래퍼 그리고 의대생도 있었다. 이런 사람들과 같이 모여서 저녁도 먹고 술 한잔 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게 되었는데, 다들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 “쉼”이었다. 우리나라는 어릴 적부터 ”경쟁 사회“라는 것을 항상 인식시켜 주고 숫자로 사람을 줄 세우고 평가한다. 또 아이러니하게 친구들과 친하게 지내야 한다 하고 싸우지 말아야 한다고 한다. 이게 무슨 말인가… 이렇게 아이러니할 수가 없다. 물론 경쟁을 하면서 서로 성장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경쟁하는 것만 알려주지 쉬는 법을 알려주지 않는다. 그래서 내 또래 친구들을 보면 막상 쉬면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다들 그래서 혼자 여행을 하면서 쉬어가는 법을 배운다고 한다. 나 또한 그렇다. 중국에서의 경쟁 생활과 학점 등으로 지쳐갈 때 쉬기 위해서 휴학을 선택한 것이다.
그래서 2주 간의 클래식 여행을 끝내고 한국으로 돌아와서 생활비를 스스로 벌기 위해서 내가 잘하는 언어를 살려서 아르바이트를 하였다. 집 근처에 있는 동네 영어 학원에서 중, 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영어를 가르치고 퇴근 후에는 독서도 하고 정말 경쟁에서 벗어나 잘 쉬고 있었다. 그동안 못 만났던 학창 시절 친구들도 만나고 그들이 사는 이야기도 들으면서 정말 휴학하기 잘했다는 생각을 하였다.
또한 학원 방학을 맞이하여 나는 엄마와 둘이서 홍콩으로 떠났다. 이번 홍콩 여행의 주제는 힐링이었다. 유학 생활을 할 때도 엄마가 많이 오긴 했지만, 나의 생활 터전이라서 그런지 중국은 이상하게 여행하는 기분이 안 들었다. 그래서 그런지 이번 여행을 정말 오랜만에 둘이서 가는 것이었다. 홍콩은 중국어와 영어를 둘 다 사용하기 때문에 정말 언어적인 것은 이번에도 문제가 되지 않았다. 단지 지도를 잘 못 봐서 길을 잃었던 적인 몇 번 있었다. 이상하게 지도가 잘 나와있는데도 불구하고 해외를 나가면 지도가 왜 이렇게 작동이 안 되는지 모르겠다. 그래서 몇 번이나 왔던 길을 다시 되돌아가는 경우도 있었다. 같은 아시아 국가라서 그런지 홍콩 사람들이 살아가는 것이 한국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아침 출근 시간에는 트램이 만석이 되고 출근 시간이 임박하면 달려가는 사람도 있었다. 또한 퇴근 시간에는 교통 체증이 정말 우리나라보다 심각했다. 나는 이번 유럽과 아시아 국가를 여행을 하면서 하나 확실한 차이를 느꼈다.
일단 오스트리아 여행을 갔을 때에는 사람들이 여유로워 보였다. 또한 일을 하면서 굉장히 즐거워하는 것이 보였다. 본인이 하는 일에 대해서 만족도가 높기 쉽지 않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속된 말로 ‘가슴속에 사직서 하나씩은 품고 다닌다’라는 말을 한다. 그만큼 일하는 것이 스트레스이고 힘이 든다는 의미이다. 그런데 내가 오스트리아에서 어느 매장을 가던 사람들이 항상 밝고 그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여유로움이 보였다. 이런 말을 하면 몇몇 사람들은 나에게 “먹고살려면 그래야 하는 게 당연한 거지. 우리나라 사람들도 일할 땐 즐거운 척을 한다”라고 할 수도 있지만 이건 실제로 보지 않는 한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 수 없다.
반면에 아시아 국가를 여행할 때는 한국과 별 다를 게 없었다. 모두가 정해진 루틴이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출근 시간이니까 모두가 한 방향으로 달려가고 퇴근 시간이니까 모두가 다시 한 방향으로 움직이고.. 가계를 가면 손님과 대화를 하는 여유로움과는 달리 자신들의 할 일만 하는 듯한 느낌 등이 너무 비슷하였다. 어느 날 내가 티브이에서 유럽인들이 바라보는 아시아인에 대한 느낌을 담은 다큐를 본 적이 있다. 유럽 사람들이 말하길, “아시아 사람들은 바쁘다”, “모든 사람들이 모든 방면에서 능력이 뛰어나다” 또한 ”아시아인들은 모든 것이 정해진 때가 있다”라고 언급을 하였다. 나는 이 말에 정말 공감한다. 우리 아빠만 봐도 휴학 계획에 대해서 물어보았다. 이렇듯이 한국인들은 항상 정해진 때를 중요시하는 것 같다. 어릴 적에는 예체능을 해야 하고 중학교 때는 공부를 해야 하고 고등학생 때는 대학교 진학 준비를 해야 하고 대학교를 진학하면 취업 준비를 해야 하고… 그리고 막상 취업을 하면 결혼 준비, 나의 집 마련 계획 등 일상이 챌린지 그 자체이다. 이러다 보니 쉽게 지칠 수밖에 없는 것 같다.
그렇게 휴학 한지 6개월이 지났다. 상반기에는 다른 나라 사람들이 생활하는 방식을 보면서 우리와 무엇이 다른지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었고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즐기면서 말 그대로 잠깐 경쟁에서 벗어나 휴식을 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하반기에는 독서도 하고 스터디 그룹도 운영을 하였다. 어릴 적에는 주로 판타지 장르를 좋아했다. 비현실적인 이야기를 보면서 자유롭게 상상을 하게 되고 ‘만약에 소설 속 일이 현실에 발생하게 된다면?’이라는 생각을 하기도 해서 4차원이라는 별명도 있었다. 하지만 성인이 되고 나서는 심리학적 장르와 에세이 위주로 읽게 되었다.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가고 왜 그런 행동을 하게 되는지에 대해서 궁금하기 시작하였다. 그래서 독서를 통해서 그 갈증을 조금 해결하고자 하였다. 또한 마음이 맞는 사람들끼리 모여서 같은 주제를 가지고 공부하는 즐거움을 느끼고 싶었다. 그래서 영어 실력과 관계없이 스터디 그룹원 모두 영어로 소통을 하면서 즐겁게 대화를 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쯤 되면 ‘뭐야.. 갭이어라고 본인을 되돌아보는 시간이라면서 그냥 놀기만 했네’라고 생각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다르게 생각을 하면 목표만 보고 달리는 경주마보다 혼자 여행을 하고 사람 사는 것을 구경하고 하면서 그 안에서 배우는 것들이 있다. 갭이어라고 무언가 거대하게 뭘 했을 것이라는 상상은 이제 그만하자. 내 삶의 주인공이 되어서 무언가를 스스로 결정하고 행동하는 것 자체로도 충분히 대단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