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 느끼는 슬로우 라이프
내가 처음 제주 생활을 꿈꾼 것은 “슬로우 라이프”이다. 항상 수도권에서만 살았던 나는 모든 것을 빨리 처리하고 남들보다 일찍 일어나서 부지런히 생활하는 것에 익숙해졌다. 그래서일까 점점 내가 고장 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제주도 여행을 하면서 느낀 점은 관광객들은 항상 부지런히 이동하고 모든 행동이 정해진 루틴대로 발 빠르게 진행되지만 제주 도민들은 항상 여유로워 보였다. 그리고 사람들이 살아가는 속에서 정이 느껴졌다. 내가 처음 제주도 내려오고 쉬는 날 업무를 해야 할 일이나 개인적인 단체활동 등을 해야 할 때 자주 이용하던 카페가 있었다. 가끔 그쪽을 지나갈 때면 사장님이 들어오라고 하시면서 도넛 하나를 주실 때가 있다. 처음에는 그런 게 낯설어서 괜찮다고 몇 번 거절을 했다.
처음 느껴보는 낯선 손길이라서 친한 언니에게 이 이야기를 했더니 돌아오는 대답은 “서울깍쟁이야 완전!”이러는 거였다.
처음에는 ‘이게 무슨 깍쟁이지..?’라고 생각했다. ”세상엔 공짜가 없고 대가 없는 호의는 없다 “라고 생각한 나는 그 도넛하나가 부담이면서 의문이었다. 나중에 시간이 지나서 제주 생활에 익숙해지면서 이제야 알았다. 아직 제주에는 사람 간의 정이 남아있다는 것을 말이다.
내가 제주도에 내려오고 주변 사람들에게 가장 많이 듣는 말이 “부지런하다.. 대단하다”라는 말이었다. 사실 내가 하는 행동이 그리 대단하지는 않다. 오픈 출근이면 퇴근하고 운동 가고 요리해 먹고 좀 쉬다가 외국어 공부 하고 싶으면 하고 그러다가 자고...
마감 출근이면 아침에 일어나서 운동 가고 밥 해 먹고 청소하다 보면 출근시간이다. 다른 사람도 다할 수 있는 일이고 해야 할 일을 할 뿐인데 부지런하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조금 당황했다.
하지만 제주도 남자친구를 3-4명 만나 보니까 무슨 느낌인지 확 와닿았다. 이런 표현이 어떨지 모르겠지만 내가 느낄 땐 게을러 보였다. 청소도 조금씩 해두면 나중에 대청소할 때 편한데, 청소도 한꺼번에 몰아서 다하고 집 청소도 몰아서 하고... 쉬는 날에는 아무것도 안 한다. 오히려 뭘 그렇게 움직이냐 조금 누워서 쉬라는 이야기를 하는데, 나한테는 “해야 할 일을 할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이었다.
가끔 내가 일을 하면서 사람들을 보고 있으면 각자 나름대로 바쁘다. 자리에 앉아서 컴퓨터로 일하는 사람, 독서를 하는 사람 그리고 수다 떠는 사람... 그들의 이야기를 어쩔 수 없이 들어보면 여유로운 생활 속에 각자 나름의 고민도 있고 하루하루가 수도권 사람 못지않게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나도 이제는 제주 생활이 익숙해져서 인지 가끔 서울이 그립다 가고 막상 서울을 가면 사람들에 치이는 지하철 전쟁과 큰 건물들 그 속에 오래 있으면 답답함을 느낀다.
그래도 가끔은 도심 라이프가 그리울 때도 있다. 내가 오랫동안 살았던 생활환경이라서 그런지 슬로우 라이프를 꿈꾸지만 몸으로 실천이 안 될 때가 많다. 항상 무언가를 해야 하고 멈추어 있으면 남들에게 뒤처지는 그런 느낌을 떨쳐 낼 수가 없다. 그래서 난 지금도 어떤 자격증을 취득할지 찾아보고 틈틈이 그 속에서 공부를 하고 있다.
전쟁 속에서도 사랑을 하고 꽃이 피듯이 각자 본인들의 삶에서도 꽃 한 송이, 커피 한 잔을 할 수 있는 각자의 숨통을 틔일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