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하나 다시 헤쳐나가는 씩씩한 소년 같은 소녀
집 안에서 첫 째인 사람들이 가장 많이 듣는 소리가 무엇일까? 아마 “너는 동생을 지켜야 돼”, “부모님이 사라지면 유일한 핏줄은 동생이야.. 그니까 잘 챙겨야 돼” 등과 같은 이야기 일 것이다. 나도 물론 그런 이야기를 술 없이 듣고 심지어 곧 30이 되는 지금도 듣고 있다. 내 남동생도 성인인데 말이다... 그럼 반대로 첫째인 나는 누가 지켜주고 챙겨줄까?
그래서 늘 나의 성장환경은 혼자서 헤쳐나가고 힘들어도 티를 내지 않는 항상 해맑은 아이여야 했다. 그래서 그런지 지금도 내가 지켜야 할 사람이라고 생각이 들면 나를 희생해서라도 지키게 된다. 그 사람이 설령 나에게 상처를 주었다 하더라도 뭐라 말도 못 하고 그냥 혼자 소리 없이 눈물을 흘리게 된다.
이러한 환경 덕분에 나는 어디에 떨어져도 잡초처럼 잘 밟혀도 알아서 잘 일어나게 되는 것 같다.
그렇게 끈질긴 성격으로 편견과 맞서 싸운 결과가 바로 제주 살이다. 물론 연고도 없고 친구도 없는 낯설디 낯선 땅에 또 떨어진 것이다. 그래도 다행인 건 한국말이 통한다...
제주 도착 후 일주일 뒤에 입사를 하게 되었고, 입사 후에는 내 생활은 그저 정해진 루틴인 것처럼 일->집-> 눕방 or 가끔 카페 독서... 반복되는 삶이었다. 직장 생활 시작한 지 2달째 나는 경제적인 독립도 시작했다. 사회초년생이지만 1억 자금 모으기를 목표로 꾸준히 통장도 분할하고 적금도 타고 나라에서 받을 수 있는 지원금도 찾아서 야무지게 다시 적금에 넣었다.
매일 반복되는 지루한 일상에 무언가 재미있는 요소가 없을까 하다가 다시 시작한 외국어 자격증 공부! 이때부터 난 자격증을 매년 갱신하고 있다. 언어 자격증 같은 경우는 2년이 최대이기 때문에 만료되기 전에 미리미리 갱신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혼자 지낸 지 어엿 6개월이 되었을 때 같이 유학생활했던 언니의 지인을 통해서 새로운 인연을 알게 되었다. 사실 나는 제주도에서 생활하면서 연애는 거리가 멀게 느껴졌다. 왜냐하면 중국에서 연애, 휴학 동안의 연애, 그리고 졸업 후 제주 오기 전에 연애가 모두 나에게 큰 아픔으로 다가왔다. 그래서 더 이상 연애로 상처받기 싫어서 비혼주의가 되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끝없는 설득 끝에 수락을 하였지만 나와 5살 차이라는 것에 조금은 놀랐고 고민도 되었다. 나도 그때 당시 25살이면 적지 않은 나이였지만 30살은 뭔가 나이가 그냥 많아 보였다. 그래서 조금은 망설였지만 그래도 밥 한 끼라도 같이 먹으면서 대화라도 해보자 하는 생각에 수락을 했다.
내가 스케줄 근무이고 그분은 공기업이라서 9to6 확실한 직장인이었다. 처음 그분을 만났을 때 굉장히 놀랐다. 사실 내 이상형과 거리가 너무 멀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냥 밥이나 먹고 집에 가야겠다고 생각을 했다.
하지만 생각 외로 이야기도 잘 맞았고 그분이 너무 잘 맞춰주고 정말 나를 진심으로 생각하는 느낌이 연락에서도 그리고 만나서도 느껴졌다. 너무 오랜만에 느껴보는 낯선 이의 손길이라서 조금은 경계가 됐다. 왜냐하면 처음은 늘 친절하다... 이 공식은 국룰이다. 시간이 지난 후의 이 사람의 행동이 궁금해졌다. 과연 그대로 일까?
역시나 처음은 훼이크였다. 시간이 지나고 그 사람의 본성이 나왔다. 그 사람이 실수를 해도 처음 몇 번은 그냥 알아도 모른척했다. 하지만 이 사람이 나를 어리게 생각해서 그런지 점점 실수가 잦아지고 결국 나의 이성의 끈을 건드렸다. 그 사람도 결혼을 하고 싶어 했기에 나도 진지하게 결혼에 대해 다시 생각을 하려던 순간에 사건이 터졌다. 그 사건이 터지고 나서 그 사람과 오래 연애했던 기간이 한순간에 배신으로 돌아왔고 나는 다시 혼자 동굴 속으로 들어갔다.
다양한 사람을 만나면서 다양한 상처를 겪었는데 이런 종류는 처음이라 말도 안 나오고 멍했다. 내가 사람을 상대하는 직업이라서 이 멘탈로는 일이 안될 것 같아서 연차를 일주일쓰고 집에서 계속 울기만 하고 나오지 않았다. 이때 기분은 진짜 말로 표현이 안된다.
사람과의 접촉을 차단하고 혼자 동굴에 갇힌 지 1주일이 지나고 정신을 차리니 집안 꼴도 말이 아니고 내 몸상태도 말이 아니었다. 그때 다짐했다. 내가 더 열심히 잘 살아야지 그 사람에 대한 복수를 하겠구나! 그 사람 직장이 우리 집과 차로 3분 거리에 있고 제주도 전체를 총괄하여 다니는 주로 외근인 직장이기 때문에 우연히 볼 수도 있는 위험한 상태였다.
그래서 혹시나 마주쳐도 내가 이런 상태로는 안된다 싶어서 일 끝나고 공부하고 운동도 하면서 내 나름대로 열심히 살았다. 또한 혼자 제주도 이곳저곳을 여행하면서 생각도 정리하게 되고 나의 내면이 조금은 더 단단해지는 시간이 되었다. 다음 이야기에서는 내가 여행한 제주 핫 스폿에 대해서 써 내려가려고 합니다.
모든 일에는 우연이든 필연이든 문제가 발생하기 마련이다. 이때 수학처럼 하나하나 과정을 나열해 가며 풀다 보면 결국 하나의 답이 나올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