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을 노년으로 미룰 필요는 없다
<당신이 몰랐던 노화에 관한 오해와 진실, 베른트 클라이네궁크 지음, 강영옥 옮김, 김영사, 2023.>
노화의 프로세스를 뇌과학적 측면에서 풀어낸 책이다. 안티에이징이 목표라면, '노인'이라는 제목으로 외면하지 말고 한 살이라도 젊을 때 읽어야 한다. 젊음을 잃기 전에 관리하고, 최대한 천천히 늙어가는 방법이 소개되기 때문이다. 과학적 근거를 제시하므로 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안티에이징이 목적이 아니라면 건강을 목적으로 읽어도 좋다. 몸과 마음이 건강하기 위해 우리 몸의 시스템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나에게는 후자의 이유로 유용했던 책이다.
삶의 온갖 영역에 뇌과학이 근거로 제시되면 모두 그럴싸해 보인다. 당연하다. 우리 몸의 움직임은 물론이고 마음도 뇌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의 영향을 받으니까. 넘쳐나는 뇌과학 책을 여러 권 읽어도 아직 정리되지 않은 조각난 지식들을 엮으면서 읽게 되는 재미가 있다. 다 어디서 들어본 얘기 같지만 노화와 연결하니 또 다른 맛이 있다. 쉽게, 때론 유쾌하게 과학적인 건강 비법을 들을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이 있다. 어떤 목적으로 읽든 사실 상관없다. 그저 책 한 권 읽고 좀 더 건강하고 좀 더 여유롭고 좀 더 의미 있는 삶을 살면서 작은 기쁨을 느끼는 삶이 행복이라고 생각한다면 충분한 근거를 찾을 수 있으니 그저 읽기만 해도 좋다.
건강하게 살기 위해 규칙적인 운동, 균형 잡힌 식사, 긍정적인 생각 같은 것은 필수다. 그 모든 것은 뇌의 치밀함으로 온몸에 작용한다. 뇌에 의해 통제당하는 게 인간이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주객이 바뀐 느낌. 뇌는 내 것인데, 내가 조절할 수 없다는 건 말이 안 된다. 그렇다. 뇌에 조종당하는 게 아니라 내 결정을 뇌가 수행해서 노화를 늦출 수 있다. 스트레스나 행복과 관련된 호르몬, 장과 뇌의 관계, 후성유전학, 뇌의 가소성 등에 대해 알게 되면 뇌의 작용을 통제하는 방법으로 건강과 젊음을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과학적 안티에이징 비법보다도 내 마음에 와닿은 것은 생을 대하는 태도에 대한 저자의 생각이다.
일본어에 '이키가이 生き甲斐'라는 단어가 있다. 종종 '아침마다 일어나야 할 이유' 같은 미사여구를 덧붙여 쓴다. 시적 매력은 느껴지지만 반드시 필요하지는 않다. 일본어로 '이키'는 '삶'이고 '가이'는 '의미'다. 이키가이는 '삶의 의미'다. 삶의 의미는 일본인들의 사고와 장수 개념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일본뿐만 아니라 코스타리카의 100세 장수자들도 건강하게 오래 살려면 균형 잡힌 식사와 '인생 계획'이 필요하다고 여겼다. 프랑스의 실존주의 철학의 전제는 '존재의 이유'와 '삶의 기쁨'을 깨닫는 것이다. 스칸디나비아 인들은 '편안함'을 뜻하는 덴마크 단어 '휘게 hygge'의 원리를 지난 수십 년간 인생철학으로 발전시켰다. 일상에 더 많은 가치를 부여함으로써 존재의 기쁨을 느끼고자 한 것이다. (<행복한 노인은 늙지 않는다>, 베른트 클라이네궁크 지음, 강영옥 옮김, 김영사, 2023. p.243)
저자는 건강하게 오래 살려면 삶의 의미를 찾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열정(좋아하는 것), 과제(세상이 필요로 하는 것), 소명(잘할 수 있거나 재능이 있는 것), 그리고 직업(돈을 벌 수 있는 것)'을 통해 일상의 즐거움을 얻어야 한다는 것이다.
인생은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엄청나게 거창한 것 같기도 하고, 별거 아닌 것 같기도 하다. 공수래공수거의 마음으로 집착하지 않고 살면 사소한 것에도 기뻐할 줄 아는 여유가 생길 것이고, 다른 종과 다른 인간의 특별함을 생각하면 우주적 존재로서 사는 동안 뭔가 큰 획은 하나 그어야 할 것 같은 부담이 생기기도 한다. 결국 마음먹기에 따라 생은 저마다 다른 모습으로 나타난다. 그러니 각자 자신의 방식으로 삶의 의미를 물어야 한다. 살아있는 동안에 우리의 뇌가 우리의 계획과 의지를 수행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노년에 가장 두려운 질병이 치매라고 한다. 그것만 아니라면 언제든 우리가 원하는 방식으로 살 수 있을 것이다. 알츠하이머를 예방하는 가장 좋은 두뇌 훈련 방법은 무엇일까? 새로운 언어를 배우거나 악기를 배우는 것도 좋고, 사람들을 만나 소통하고 상호작용하는 것도 좋다. 그 모든 것을 종합해서 저자는 '춤'을 권한다.
춤을 배워라. 가능하다면 파트너와 함께 배우는 것이 좋다. 춤은 우리의 인지 능력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세 가지 요인을 하나로 연결시켜 준다.
-학습 : 새로운 춤을 배우려면 새로운 스텝과 움직임의 흐름에 익숙해져야 한다.
-움직임 : 춤을 출 때 더 활기차게 움직일 수 있다.
-사회적 상호작용 : 원래 춤은 둘이서 추는 것이다. 춤을 추려면 파트너에게 맞춰야 한다. 이것은 우리 뇌에서 종종 가장 까다로운 과제다.
노년에도 뇌를 젊게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되는 몇 가지 요인으로 학습, 움직임, 사회적 상호작용이 있다. 의학에서는 뇌의 젊음에 무엇이 도움이 되는지 알고 싶어 하지 않는다. 수치적으로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세포 혹은 분자 기반으로 뇌에서 무언가를 찾아내기를 원할 뿐이다.(<행복한 노인은 늙지 않는다>, p.268)
먹고, 자고, 운동하는 것만으로 부족해서 이제 춤이다. 나처럼 내향적이라면 굳이 춤이 아니어도 좋다. 외국어든 악기든 뇌를 자극하는 활동과 함께 사회적 만남이 중요하다는 것만 이해하자. 한방에 모든 걸 해결하고 싶다면 춤이 좋다는 거다. 오래된 일본영화 <쉘 위 댄스>가 생각난다. 그 점잖은 중년 신사가 춤을 통해 인생이 바뀐다. 좋은 건 좋은 거다. 따라 할 용기가 필요할 뿐.
혼자 살 수 없는 게 사람이다. 독거노인들이 외롭게 죽어가는 것도 '관계 맺음'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오래 사는 데는 돈도 필요하고 건강도 필요하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가족이든 친구든 사람의 존재가 필요하다. 그 관계 속에서 살아갈 힘도 얻고, 노화의 속도도 늦출 수 있다.
고령사회, 이왕이면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게 좋다. 소식(小食) 하면서 몸을 가볍게 하기를 바란다. 배우기를 멈추지 않기를 바란다. 사람을 사랑하기를 바란다. 그러면서 내 삶이 의미 있는 시간으로 채워지기를 바란다. 오래 살겠다는 욕심이 없어도 그리 살면 절로 건강하게 오래 살게 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