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로하는 법
<니나 상코비치 지음, 웅진지식하우스, 2012.>
"책은 삶 속으로 들어가는 도피처다."
옳다. 마음이 아프거나 힘들 때는 약이 능사가 아니다.
스스로 치유할 수 있는 힘이 있음을 믿는다. 그리고 거기에 책이 함께 한다.
책으로의 도피는 용기 없는 선택이 아니라 진심으로 다시 삶을 마주할 용기를 얻기 위한 쉼이다.
쉬는 동안 곰곰이 생각한다.
지나온 날들과 다가올 날들을 떠올린다.
그 사이에 지금의 내가 있다.
지나온 날들의 내가 지금의 나를 만든 것처럼, 지금의 내가 앞으로의 내가 될 것이다.
언니가 죽은 슬픔을 외면하다가 그 죽음을 받아들이고 자신의 삶에 다시 생기를 불어넣으려는 저자의 책 읽기 기록. 아들 넷을 키우며 매일 한 권씩 책을 읽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자기 자신이 삶의 중심에 있어야 가능하다. 책임과 의무로 채워진 일상의 역할을 기꺼이 해내면서 자신을 돌본 저자를 응원하게 되는 것은 나 또한 그러고 싶다는 마음의 표현이다. 책 속에서 그녀를 만났고, 나 역시 책 속에서 나를 찾는다.
힘없이 허물어지는 삶을 원하지 않는다.
단단하게 서서 내 삶과 내 죽음을 감싸안을 것이다.
그 품 안에는 나 혼자가 아니라 가족이 있고 친구가 있을 것이다.
또 낯모르는, 그러나 친절과 연민으로 대할 누군가도 있을 것이다.
더 큰 세상을 꿈꿀 수 있는 것은 지금의 내가 그저 한 순간에 만들어진 게 아니라는 자각 덕분이다.
가족의 오랜 사랑과 인내와 책임감이 있었고, 스스로의 노력과 좌절과 성취가 있었다.
여기서 멈추지 않기로 결심할 수 있는 것은 남아 있는 생을 알게 된 까닭이다.
끝이 있으므로 영원한 노력과 좌절은 없다. 반드시 이루어야만 하는 성취도 없다.
지금의 의미 있는 활동과 시간들이 쌓이고 흘러 앞으로의 내가 되고, 죽음이 된다.
그 여정에 책이 있을 것이다.
책은, 혼자 책 읽는 시간은
삶에서 도망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삶 속으로 다시 들어가기 위한 쉼이다.
상실을 경험한 그녀와 나의 공통 서사가 담긴 책에서 나는 오늘도 위안을 얻는다.
준비가 되었다. 보랏빛 의자에 앉아서 책을 읽을 준비가 되었다는 말이다. 오랫동안 책은 내게 다른 사람들이 삶을 어떻게 살아가는지, 삶의 슬픔과 기쁨과 단조로움과 좌절감을 어떻게 다루는지 내다보는 창문이 되어주었다. 그곳에서 공감과 지침과 동지 의식과 경험을 다시 찾아보려 한다. 책은 내게 그 모든 것을, 그 이상의 것을 줄 것이다. 언니의 죽음에 대한 진실을 등에 짊어지고 3년이 지난 뒤 슬픔에서 절대로 벗어나지 못하리라는 것을 알았다. 나는 놓여나기를 바라지 않는다. 대답을 원하는 것이다. “나는 왜 살아갈 자격이 있는가?”라는 무자비한 물음에 대한, 또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물음에 대한 대답을 책에서 찾을 수 있으리라고 믿는다. 한 해 동안의 독서는 내가 삶으로 돌아가는 탈출구가 되어줄 것이다. (p.47)
하지만 지금, 도피를 위한 책들을 읽으면서 나는 그와 다른 대답 방식을 찾아냈다. 그것은 슬픔을 내게서 떼어내는 것이 아니라 흡수하는 방식이다. 우리는 기억을 통해 슬픔을 흡수한다. 기억이 슬픔을 몰아내거나 죽은 사람을 도로 데려오지는 못하지만, 과거가 우리와 항상 함께 있도록 보장해준다. 나쁜 순간들만이 아니라 매우 좋았던 순간들, 웃음과 음식을 함께 나누고 책들에 대해 토론했던 순간들도 함께 남아 있게 해주는 것이다. 죽은 사람을 기억하는 것도 그들에게 존엄성을 부여하고 그들이 영위한 삶에 존경을 보내는 방법이다. (p.98)
<혼자 책 읽는 시간>, 니나 상코비치 지음, 웅진지식하우스, 2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