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0월 10일은 처음 정신과에 방문한 날이다. 1년 뒤, 2022년 10월은 내 끝없는 추락이 시작된 때다.
정신과에 다니기 시작한 초반에는 제법 괜찮았다. 병원에서 상담한 내용이나 받은 조언을 메모했다. 수시로 확인하며 관성을 바꾸려고 했다. 공황이 심해지거나 유독 지치는 경우 술이나 담배에 의존하기보단 약을 잘 챙겨 먹고 원래의 주기보다 병원에 자주 방문하는 식으로 해결했다. 그렇게 1년은 제법 괜찮게 버텼다.
문제는 정신과에 처음 방문하고 1년 정도 흐른 뒤인 2022년 10월경 시작됐다. 집이 망했다. 아니, 망한 수준이 아니라 아예 박살이 났다. 모든 걸 빼앗기고 가족이 같이 살기도 어려워졌다. 나는 무너졌다. 내가 무너진 까닭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불행의 크기가 너무 커서 내 심적 용량으론 그걸 소화할 수 없었단 것이고, 다른 하나는 집안이 다시 망할 일이 없을 거란 근거 없는 맹신의 붕괴다.
일주일 주기로 방문하던 정신과는 이주에 한 번, 삼주에 한 번으로 변했었다. 일이 터지고는 하루, 이틀에 한 번씩 병원을 찾았다. 약을 늘렸다. 한 알씩 먹던 안정제를 한 번에 세 알씩 털어 넣었다. 나중엔 술과 약을 섞어 마셨다. 술과 약을 섞어 먹는 건 금기다. 미친 짓이다. 그런데 몇 개월을 그렇게 살았는지 모른다. 정신을 차려보니 매일 술을 먹고 있었다. 심한 날은 아침에 일어나 술을 마시고 취해서 졸리면 자고 다시 일어나면 술이 깨니 다시 술을 찾았다. 내 관성은 망가질 대로 망가졌다. 1년 이상의 시간을 그렇게 보냈다. 상황은 개선되지 않았다. 내 삶이 밑바닥까지 와서 더는 내려갈 곳이 없다고 여기고 며칠 뒤 더 깊은 밑바닥에 처박히는 것이 반복됐다.
결국 나는 2024년 3월경 자살을 결심하는 지경까지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