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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현 Nov 30. 2023

06. 제주도 집 구하기 미션 임파서블

대략 20곳 정도의 집을 보았다. 없다 ^^

집을 꽤 많이 보았다.

언니, 오빠가 시간이 나면 함께 집을 봐주었고,

집을 보는 기간 동안 광주에서도 친한 오빠가 제주에 놀러 와 함께 집을 보러 다녀주었다.

홀로, 그리고 같이 많은 집을 보았다.

이렇게 많은 집을 보았음에도 마음에 드는 곳 하나가 없다는 게 더욱 놀라웠다.

여러 옵션의 선택지를 두고 선택을 하고 싶은데 선택지에 놓인 패가 없는 느낌..

한 달 집값은 저렴하면 저렴할수록 좋지만 너무 저렴한 곳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 법.

한 달에 지불할 수 있는 금액을 최대 60만 원까지 측정했다.

무리한 선인 건 알지만 그래도 안전하고 마음이 편한 곳이 집이어야 하니까.

집은 원룸보다는 부엌과 방이 분리된 1.5룸을 희망했다.


1. 200/60- 입주일이 맞지 않아 가보기도 전에 패스


2. 바다 근처의 집이었다. 집에 들어가자마자 담배 쩐내가 엄청나게 났다. -> 패스

집에 배인 냄새는 빼는 게 어려워 담배냄새가 심한 곳은 그냥 고려도 안 하고 무조건 패스했다.

그런데 생각보다 집을 둘러보며 집에 담배냄새가 나는 곳이 너무 많아 놀랐다....

담배냄새로 패스된 집만 해도 엄청 많다.


3. 주민센터 근처

집을 보기 위해 부동산중개인을 기다리는데 집 외곽 벽을 타고 개미떼가 줄지어 가고 있다.

그래.. 나 구옥 괜찮아.. 괜찮은데... 안 괜찮아... 사실 안 괜찮은 것 같다........

3번째 옵션의 집의 리뷰는 다이어리에 다음과 같이 적혀있다.

ㅇㅇ주민센터 -> 문도 안 열리는 구옥, 기름보일러, 개미떼....... pass

중개인이 집을 보여주려는데 문이 안 열린다. 문이 너무 녹이 슬어서 열리질 않는다.

오오, 이게 왜 안 열리지 갑자기. 중개인의 당황스러운 목소리와 등줄기에 땀 흐르는 소리가 들린다.


아니 제주에 빌라가 이렇게 많고, 집이 이렇게 많은데

원룸, 1.5룸 컨디션 괜찮은 곳이 이렇게나 없다고..? 왜 보는 집마다 이 상태인 건데


4. 200/45/0(보증금/월세/관리비)

오 나쁘지 않은 옵션이다. 집 평수도 10평 남짓으로 넓다.

공간분리가 되어있진 않지만 그래도 평수가 넓기 때문에 나쁘지 않을 것 같고, 집도 4층이다.

부동산 중개인 말씀이 한라산과 바다가 동시에 보이는 류라고 한다.

설렌다. 내 집을 찾을 것만 같은 기분이다.

집은 조금 연식이 있는 곳이었지만 그래도 나쁘지 않았고, 집의 왼쪽 통창으로는 정말 한라산이, 다른 쪽 창문으로는 바다가 보였다. 위층건물이라 한적한 동네가 잘 보였고,

고층빌딩이 없는 제주도 특성상 속이 뻥 뚫리는 기분이었다. 그런데..

청소가 아직 덜 되었다고 하지만 음식물 쓰레기 냄새가 계속해서 난다....

전임대인이 두고 간 물건들이 구석구석 보인다. 냉장고에 음식도 두고 갔다.

냉장고 문을 열었는데 경악이었다. 냉장고가 아니라 음식물쓰레기 냉장고인 줄 알았다.

여기서는 내가 살아도 한 달간 청소를 해도 냄새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을 것 같다.

도대체 집을 어떻게 사용하면 이런 냄새가 나는 거지..?


5. 레전드 집을 만났다.

ㅇㅇ동 집을 보고 싶어 부동산 중개인께 전화를 드렸는데 막 나갔다고 한다.

방금 올라온 매물이 있는데 괜찮으면 여기라도 보시겠냐는 말씀에 어디든 본다 했다.

집에 3룸인데 월세가 30만 원 중반 대이다. 이럴 수 있나...?

중개인도 아직 가보지 않은 집이라고 하는데 뭔가 이상하다.

다세대 주택과 빌라는 많이 가봤는데 들어가는 입구를 찾을 수가 없다.

마치 보통 집의 뒷문일 것 같은 곳으로 미로처럼 들어가니 집이 나온다.

옆으로 미는 미닫이 유리문을 열고 나면 신발을 벗는 곳이 나온다. 그리고 다시 집문을 하나를 더 열고 들어가면 집이 나온다. 3룸은 맞다...

이전 세대주는 양심적이면서 솔직하셨다. 동시에 집이 나가지 않아도 무관한가..라는 생각도 들었다.

이 집의 특징 3가지만 말씀을 해주시겠다고 한다.

이 3가지가 괜찮으면 이 집에 살아도 된다고 한다.

첫 번째, 3개의 방 중 하나의 방은 잠겨있는데 그 방에는 집주인의 물건이 보관되어있다고 한다.

그래서 문을 열어도 안되고 사용 불가. 항상 잠겨있다.

두 번째, 다른 방을 가니 한 벽면에 곰팡이가 있다. 습하고 해가 잘 안 들어와서 곰팡이가 피는데 괜찮으면 오케이.

세 번째, 누수가 있다. 나머지 다른 방을 가니 천장에 빗물이 센 흔적이 있다.


이 세 가지가 다 괜찮으면 이 집에 살아도 괜찮을 것이라고 말씀하신다.

괜찮을 리가 없잖아.

집을 볼 때 이런 곳은 가지 마세요! 유튜브 썸네일로 나와야 할 것 같은 옵션이 한 곳에 소위 몰빵 되어있는 공간인데......

이게 맞아....? 나 제주도에서 집 찾을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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