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시 휴업

“이해할 수 없었기에”

by 제이

“부끄럼 많은 생애를 보냈습니다.”

“저는 인간의 삶이라는 것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실격” 중 첫 수기에 나오는 첫 문장이다. 작품 전체를 대표할 만한 문장이다. 인상적이고 강렬한 이 문장은 작품을 처음 접한 이후로 아직까지 내 머릿속에 남아있다.

노력했다. 타인이 좋아할 만한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했다. 더 나은 내가 되려는 노력은 언제나 있었다. 이기적인 욕심을 누르며, 봉사하거나 친절을 베풀 일이 있으면 마지않고 행동에 옮겼다. 옳은 일이었기에 후회하지 않는다. 앞으로도 계속할 생각이다.

사람들과의 교류가 늘어가며, 호의 내지는 호감이 오가는 상황에 놓이기도 했지만, 아직 사람을 이해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 사람들과 대화하다 보면 알 것 같다가도, 등을 돌리고 몇 걸음 걸어가다 보면 내가 사람을 정확히 이해하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 분명 밝은 인사로 떠나보냈는데, 다시 볼 땐 모르는 사람이 되어있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사람의 마음이란 게 같은 때에 서로 일치할 확률이 참 희박하다는 것도 느꼈다.

가족 외에 누군가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사흘 뒤에 헤어지자는 말을 들었다. 오래전의 일이다. 나로서는 아직도 이해하기가 어렵다. 예상가는 부분이 있지만, 그마저도 추측뿐이다. 마음을 들여다볼 능력이 있지 않은 이상 진실은 알 수가 없다. 이제는 건조한 기억으로만 남아있다.

사람의 마음은 논리적으로 계산하는 것이 아니라고 했다. 나는 그게 아직 미숙한 것 같다. 사람의 마음은 잴 수도 없고, 차트로 정리할 수도 없다고 한다. 나는 그 버릇을 아직도 못 고쳤다. 사람이라는 변수는 내 능력 밖의 일이다. 손댈 수 없는 일이고, 이제는 손댈 생각도 들지 않는다.

일은 열심히 하면 결과가 주어진다. 노력은 배신을 하지 않는다. 역량을 키우면 인정뿐만 아니라 새로운 책임과 더 좋은 대우가 따라온다. 모두 내 손안에 있는 일이다.

사람은 아니다.

누군가의 행복한 연애는 내게 아직도 로맨스 영화 속 한 장면으로 밖에 안 보인다. 화면 너머의 이야기에 그친다. 감정을 부정하지는 않는다. 아직 내 이야기가 아닐 뿐이다. 그래서 임시 휴업에 들어가기로 했다.

사람 온기에 너무 가까이 있었다. 가을이 온다. 온기를 털어내기에 이보다 좋은 계절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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