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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llen rabbit Nov 01. 2023

안 되는 일은 안 될만한 이유가 있다

시나리오 쓰는 일은 악몽에 가깝다.

우리는 매일 잠을 자면서 꿈을 꾸지만 대게는 기억에 남지 않는다.

하지만 흉포한 악몽은 일반적인 꿈에 비해 잘 기억된다.


사실, 글은 쓴다기보다는 자신을 쥐어짜는 일에 가깝다.

매번 자신의 한계에 직면하고,

좀 더 세상을 잘 파악하지 못한 자신을 탓하는 과정이다.

젊어서는 쓰는 중에 그냥 지나치던 돌부리도

온갖 가능한 우려를 떠올리다가 마침내 걸려 넘어지는 이즈음.

아무도 응원하지 않는 작업을 몇 달이고 지속해야 마칠 수 있는 이 수고를 

나는 지금껏 계속해 왔다.


하지만 시나리오가 완성되고도 마침내 영화화되지 않으면 아무 쓸모가 없다.

죄다 헛고생일 뿐이다.

파도에 휩쓸려 스러질 모래성을 쌓는 일이다.

다만 요행을 바랄 뿐.

낮술에 지갑을 털어 복권을 사는 일이다.

일장춘몽.

모든 것을 태워버릴 산불을 놓는 일이다.


사건을 추적하고, 세상의 진실을 밝히고, 빌딩 숲을 달리고, 총을 쏘고 자동차를 몰고.

그렇게 매일 꿈을 꾸지만.

시나리오 쓰기는 악몽이다.


무엇 때문에 나는 매일 악몽을 꾸는 것일까?

왜 다른 것을 꿈꾸지 못하는가?

100회 기념 독자 테러용 그림

어느새 브런치 글이 100개가 됐다.

기념 삼아 그냥 괜히 센티해 봤다.


왜?

징징거리면 안 돼나?

100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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