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allen rabbit Oct 25. 2023

모기가 사랑하는 나는 무화과 되어 시(詩)를 쓰고

슬프다.

모기가 눈앞을 날아다녀도 도무지 잡을 수가 없다.

속수무책으로 물리고 있다.

앉으면 모기 쫓느라 수시로 내 뺨을 내가 철썩철썩 때려야 한다.

이런 고행이 있나.

자려고 누우면 앵- 폭격기처럼 날아드는 모기 때문에 자꾸 잠을 깬다.

집에서도 나만 물린다.

도대체 10월 말에 아직도 모기가 있다니 말이 되나?

물려서 온 데가 간지럽고

가만히 있으면 없는 모기가 환영으로 눈앞을 스쳐간다.

이건 사랑인가?

갑자기 안도현의 시가 떠오른다.

그를 따라 나도 시를 써본다.


<나에게 묻는다>


모기 함부로 잡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달콤한 사람이었느냐.

가녀린 몸뚱이로

백리 길 날아와

어린 모기 먹일 피를 빠는

목숨을 걸고 날아드는

세상 유일하게 너를 좋아하는

이 늦가을의 모기를

네가 함부로 박수로 잡을 수 있는가?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