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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llen rabbit Dec 02. 2022

못난 것들끼리 멱살 잡는 세상

None of my business 나는 안 불편하거든

오늘 아침 나는 한 시간이 넘게 움직이지 않는 지하철 객차 안에 서 있었다. 안내 방송에서는 장애인 시위 때문에 열차 운행이 지연되고 있다고 했다. 매일 아침마다 교통공사 홈페이지와 트위터로 시위가 있는 지를 확인했었는데 오늘은 깜빡했다. 아침 일찍 해야 할 일이 있어서 서두르느라 까먹은 거다. 하지만 지하철 말고 달리 마땅한 교통수단도 없다. 그저 운행이 재개되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벌써 몇 달째 지하철을 멈추는 장애인 시위가 계속되고 있었다. 장애인 연대는 늘 출퇴근 시간에 맞춰 시위를 벌이는데, 이는 아마 일반인들에게 장애인 이동권의 중요성을 알리려고 하는 것 같다. 하지만 이 시위는 아무런 진척도 변화도 없는 듯했다. 심지어 나는 이 문제에 대해 정부 책임자가 이들과 협상을 하거나 의견을 들었다는 기사를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정부는 마주 앉아 이 문제를 해결할 생각이 아주 없는 모양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그분들은 불편하지 않으니까. 

지하철? 그게 왜? 불편하면 차 타면 되지!


벽에다 외치는 듯한 장애인들의 절규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 같다. 장애인 이동권 보장하라! 

나를 비롯한 객차의 승객들은 열차가 한 시간 넘게 멈춰도 모두 꾹 참고 견디고 있었다. 우리도 알아요. 

그렇게 못난 것들끼리 서로 멱살을 잡고 늘어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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