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소설 <서쪽 끝> 3화
2. 찾는 게 있지?
“누구세요? 갑자기 무슨 말을 하는 거예요?”
“잃어버린 거 있잖아.”
고둥이 말하자 순간 나는 울컥했다. 나도 모르게 눈물이 주룩 흘렀다. 동시에 강의 물비린내, 잔디의 풀 비린내, 간이 탁자의 플라스틱 냄새가 훅 끼쳐 올라왔다. 나는 마스크를 올려 쓰며 몰래 눈물을 닦았다. 하지만 사내에게는 아무 냄새도 나지 않았다. 고둥이 쵸코를 보며 말했다.
“이 녀석도 기다리고 있잖아.”
“갑자기…. 그게 무슨 말이세요?”
내가 묻자 고둥이 가버릴 듯 자리에서 일어섰다. 나는 그를 붙잡고 싶었다. 내가 뭘 잃어버리고, 뭘 찾는다는 건지 묻고 싶었다. 하지만 그 말을 꺼내는 순간 나는 꺼이꺼이 울어 버릴 것만 같았다. 엄마 집에서 하염없이 울던 그 순간처럼. 어디선가 날카로운 비명이 들렸다.
“여기, 여기 사람이 죽었어요!”
고개를 들었을 땐 이미 고둥은 보이지 않았다. 강둑으로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나는 서둘러 쵸코를 안고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향했다. 하지만 그곳에도 고둥은 보이지 않았다.
강가에는 한 젊은 여자가 떠내려와 있었다. 사람들이 뛰어 내려가 여자를 끄집어내고 응급조치를 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여자는 아무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나는 쵸코를 안고 집으로 돌아왔다. 내가 병원에 다니는 동안 쵸코도 우울증을 앓았다. 털이 빠지고 살도 많이 빠졌다. 회사를 그만둔 뒤에 쵸코와 산책을 많이 다녔지만, 녀석은 언제나 금방 지쳤다. 아파서일까, 아니면 고둥의 말처럼 정말 뭔가를 기다리는 것일까.
나는 컴퓨터 앞에 앉았다. 문득 소설을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특별히 소설을 써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나는 얼기설기 떠오르는 데로 이야기를 써나갔다. 집에만 있다 보니 외로워진 걸까? 연애 소설이었다. 다니던 직장을 배경으로 주인공은 나였고 대학 단짝이자 직장 동료였던 이한철도 등장했다. 그리고 여주인공. 나는 여주인공의 이름을 고심 끝에 백연희로 지었다. 수많은 인연으로 기쁘다는 뜻이었다. 백연희. 나는 이름이 마음에 들었다. 소설의 시작은 대강 이랬다.
백연희는 중국 담당 애널리스트로 이한철의 절친이다. 늘 그녀와 만날 기회를 엿보던 나는 그녀와 함께 프로젝트를 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그러나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지 못한 채 다시 직장 동료로 되돌아간다. 대신 비린내가 난다며 콩나물을 싫어하던 그녀처럼 나도 콩나물을 먹지 않게 된다. 그러던 어느 늦은 밤. 연희와 술을 마시고 있으니 나오라고 한철에게 전화가 온다. 나는 늦은 시간까지 연희와 단둘이 있는 한철에게 질투를 느끼고 크게 화를 내고 만다. 그리고 이 문제로 한철과 주먹다짐까지 하게 되자 연희에게 만나자는 연락이 온다. 이 자리에서 연희는 내게 이렇게 말한다.
“나 이한철 대리랑 아무 관계도 아니에요.”
고개를 들어 나를 본 그녀가 다시 묻는다.
“뭐야. 왜 웃어요?”
그리고 두 사람의 연애가 시작된다.
쓰면 쓸수록 나는 이야기에 빠져들었다. 경험하지도 않은 일을 있었던 것처럼 떠올리는 일은 재미있었다. 하지만 이야기가 떠오른다고 쉽게 글이 써지지는 않았다. 간밤에 써 놓고 다음 날 읽어보면 글은 유치하고 어색했다. 쓰고 지우고 다시 쓰면서 글은 쉽게 앞으로 나가지 못했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사무친다’라는 단어가 계속 머릿속을 맴돌았다. 예전에는 써본 적도 없고 그 뜻이 무엇인지 잘 몰랐던 말이었다. 그런데 이제 ‘사무친다’는 마치 자동차나 책상이라는 단어처럼 실체가 너무나 분명했다.
사무치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