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화> 2. 찾는 게 있지?

단편소설 <서쪽 끝> 4화

by allen rabbit

***

내가 한철을 우연히 만난 건 대리운전을 나갔을 때였다. 녀석은 엉망으로 취한 채 차에 늘어져 있었다. 이미 1년 전에 회사를 그만둔 한철은 개인 투자자로 손을 대는 주식마다 큰 성공을 거두며 순식간에 이 바닥의 유명 인사가 됐다. 가끔 한철의 연락처를 묻는 전화가 나한테 올 정도였다. 지금 한철이 타고 있는 차도 굉장히 비싼 스포츠카였다. 손목에 찬 시계며 구두, 커프스단추까지 녀석은 고급 일색이었다. 나는 반가운 마음에 짓궂게 한철을 마구 흔들어 깨웠다. 부스스 일어난 한철은 욕이라도 할 듯 인상을 찌푸렸다. 나는 쓰고 있던 마스크를 내리고 얼굴을 보였다.


“대리운전요.”


그러자 녀석은 무슨 나쁜 짓이라도 하다 들킨 것 같이 화들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일영아… 네가 어떻게?”

“놀래긴. 나도 회사 그만뒀어. 잠 안 오는 날 가끔 뛰어. 근데, 너 전화번호 바꿨냐?”

“미안. 너한테 연락을 못 했어. 너 괜찮냐?”

“괜찮아. 나도 안 했잖아.”


한철이 회사를 그만두고 연락이 끊겼었다. 내가 할 수도 있었지만 그럴 겨를이 없었다. 그즈음 우울증이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차가 청담대교를 지나갈 때였다. 한철이 다시 물었다.


“일영아. 너 괜찮아?”

“그만 물어라. 안 괜찮으면 어쩔 건데?”

“아니, 미안해서. 그냥…. 내가 이상한가?”


내가 알던 한철의 말투가 아니었다. 그리 반가운 말투도 아니었다. 대학 시절 한철은 딱히 뭘 열심히 하는 친구가 아니었다. 성적에 목을 매지도, 돈에 연연하지도 않았다. 대형 교회 목사의 외아들로 인심도 좋았다. 동기들은 아무렇지 않게 한철에게 술이며 밥을 얻어먹었다. 한철도 별로 신경 쓰지 않는 눈치였다. 하지만 나는 아무래도 껄끄러워서 캔 커피라도 사려고 했다. 그 탓인지 한철은 나와 자주 어울렸고, 나를 따라 입사 시험을 보고, 같은 회사에서 일도 하게 됐다. 물론 녀석은 회사 일에도 그다지 의욕이 없었다. 그리고 1년 전 아무 말 없이 녀석은 갑자기 회사를 그만뒀다. 나는 녀석의 집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물었다,


“야, 좀 이상한 말이지만, 혹시 내가 뭘 찾는 사람 같아 보이냐?”

“글쎄…. 뭘 찾는데?”

“그럼, 너 혹시, 백연희라는 이름 들어 본 적 있어?”

“…몰라. 처음 들어. 네가 찾는 게 그 사람이야?”


한철이 화가 난 표정으로 물었다. 녀석의 목소리가 심하게 떨렸다. 나는 단서를 찾은 형사처럼 따지듯 물었다.

“아는 사람이야?”


그러나 나는 서둘러 마스크를 한 장 더 써야 했다. 갑자기 지하실의 공기부터 한철의 술 냄새까지 온갖 냄새가 참을 수 없어졌기 때문이었다. 곧이어 두통이 파도처럼 밀려들었다.


***

화, 수, 목, 금 연재
이전 04화<3화> 2. 찾는 게 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