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소설 <서쪽 끝> 6화
3. 사무치게
한철이 말을 이었다.
“네가 느끼는 기분. 누군가 세상에서 사라져 버렸기 때문이란 거지. 하지만 그 사람이 있었던 건 느낄 수 있거든. 그래서 그립고, 슬프고, 무기력하고. 상실감을 느끼는 거지.”
사라져 버린 사람이라니. 어째서인지 나는 녀석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가슴에 와 닿았다. 녀석의 말이 사실이라면 지금의 내 상황을 설명할 수 있을지도 몰랐다. 그리고 어쩌면 해결할 방법을 찾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믿고 싶은 마음과 달리 머리로는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런 낌새를 알았는지 한철이 덧붙였다.
“나도 들은 얘기야.”
한철의 전화는 쉼 없이 울렸고 그사이 나는 혼자 술을 홀짝였다. 나는 지푸라기를 잡은 기분으로 점점 취해갔다. 한철의 말이 맞았다. 부모님 집에서 하염없이 울던 그 아침에 내가 느꼈던 감정은 그리움이었다. 상실감이었다. 나는 누구를 그리워하는지조차 모르면서 울었다.
사무치게.
소설을 쓰다 잠든 어느 날이었다. 꿈속에서 나는 누군가를 만나기 위해 어느 낯익은 거리에 깜짝 나타났다. 그리고 한 여자가 나를 향해 맹렬히 달려왔다. 백연희. 틀림없는 그녀였다. 서둘러 나온 그녀는 레깅스에 카디건을 걸치고 맨발에 슬리퍼를 끌었다. 사랑스러운 그녀의 모습에 나는 온몸이 간지러웠다. 히죽히죽 웃음이 새어 나왔다. 그녀는 입이 찢어져라 환하게 웃고 있었다. 그리고 커다랗게 팔을 흔들며 소리쳤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내가 금방 사라지기라도 할 듯.
“천일영!”
뛰지 마. 넘어져. 천천히 와! 내가 외치자마자 그녀는 발이 걸려 넘어졌고, 경사를 데굴데굴 굴렀다. 하지만 이내 폴짝 뛰어올라 내 품에 안겼다.
“너무 보고 싶었어!!”
“응! 나도!”
담뿍 안긴 그녀의 레깅스 무릎이 찢어져 있었다. 그 모습이 너무나 생생해 나는 가슴이 벅차올랐다. 그녀의 두 뺨이 추위로 빨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나는 그녀가 사라질까 세게 끌어안았다.
“연희야. 너무 귀여워!”
“우리 나중에 강아지 키울까? 웰시코기 개 귀엽던데!”
선명하게 빛나던 그녀의 생생한 육신과 아련한 체취는, 그러나 잠에서 깨자 어느새 기억이 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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