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화> 4. 서쪽 끝

단편소설 <서쪽 끝> 8화

by allen rabbit

4. 서쪽 끝


우리는 백화점 푸드코트 한가운데 서 있었다. 한철은 여기서 누구를 만나기로 했다고 했다. 점심시간을 맞은 백화점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너도 가게?”


갑자기 기척도 없이 뒤에서 웬 사내가 물었다. 돌아보자 얼굴에 쥐젖이 잔뜩 나 있는 고둥이었다! 여기서 고둥과 다시 보게 될 줄은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어리둥절해 있는 나를 대신해 한철이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어딜?”


내가 되물었지만 한철은 대꾸하지 않았다. 고둥은 어슬렁어슬렁 푸드코트를 구경하며 돌아다녔다. “이 인간은 뭐야?” 하고 생각하는 순간, 고둥이 대답처럼 말했다.


“서쪽 끝에 사는데, 일 때문에 가끔 나와.”

“거기가 뭐 하는 덴데요?”


하지만 고둥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가게 전시대를 기웃거리며 음식을 골랐다.


“어? 이거 처음 보는 거다. 음, 딸기랑 인절미 크로넛. 그리고 스무디도. 그란데로.”


고둥은 당연하다는 듯 한철에게 계산을 맡겼다. 그리고는 우리를 끌고 다니며 6~7인분의 여러 군것질거리를 혼자 정신없이 먹기 시작했다.

“그럼, 거기에 뭐가 있는데요?”


따지듯 물었지만, 고둥은 무심하게 대답했다.


“네가 원하는 그거.”

“그래서 거기가 뭐 하는 덴데요?”

“가 보면 알아.”

“뭐야, 서쪽 끝? 거길 어떻게 가요? 버스라도 대절합니까? 비행기 타요?”


당황한 마음에 신경질적으로 물었지만, 단단한 껍질을 가진 듯 고둥은 아무 자극도 받지 않았다.


“원래 그곳은 사람이 죽어야 갈 수 있는 곳이야. 우린 뒷문으로 살짝 들어갔다 나오는 거고.”


아무렇지도 않게 이런 말을 하는 게 기가 막혔다. 사람이 죽어야 가는 곳이라니. 그걸 믿으라고 하는 말인가. 내가 물었다.


“그럼, 세상에서 사라졌다는 사람들은 어떻게 된 건가요? 그 사람들도 죽은 건가요?”

“죽어야 갈 수 있는 곳에 산 사람이 들어가서 생긴 문제야. 산 채로 들어갔다가 어떤 이유로 나오지 못하면 세상에서 지워지는 거지.”

“그걸 말이라고 해요?!”


나는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고둥은 역시나 무심하게 대답했다.


“죽어서 가면 몸은 여기 남아 있어. 그런데 산 사람이 거기 가서 갇히면, 여기 있어야 할 몸이 없게 되잖아. 기억이란 몸과 함께하는 건데 말이야. 그래서 사람들 기억에서도 지워져 버리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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