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화> 4. 서쪽 끝 (두번째)

단편소설 <서쪽 끝> 9화

by allen rabbit

사람이 죽으면 시신은 세상에 남아 있다. 그게 죽었다는 증거가 된다. 그런데 만약 서쪽 끝이라는 게 정말 있고, 그곳에서 세상으로 나오지 못한 사람이 있다면? 그래서 세상에 시신이 없다면? 가족들은 그 사람을 찾아 나설 테고, 세상도 대혼란에 빠질 게 뻔하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의 기억에서 아주 지운다는 걸까? 그렇다면 어떻게? 누가 그런 일을 한단 말인가? 고둥이 마치 내 질문을 들은 것처럼 말했다.


“누가 지우는 게 아니야. 여기 없으니까 잊히는 거야.”


나는 얼이 나간 듯 멍하니 고둥이 먹는 걸 지켜보기만 했다. 정말 그곳이 사람이 죽어서 가는 곳이라면, 그곳은 어떤 곳이고, 이 사내는 또 누굴까? 궁금한 질문이 너무 많았지만, 이상하게도 나는 더 이상 묻지 못했다.


허겁지겁 음식을 먹어치운 고둥은 다급히 일어서며 한철에게 말했다.


“간다. 연락할게.”


고둥이 잰걸음으로 푸드코트를 빠져나갔다. 나는 의자에 축 늘어져 버렸다. 기운이 하나도 없었다. 자리를 정리하는 한철에게 고둥을 어떻게 알게 됐느냐고 물었다. 한철은 1년 전에 우연히 이곳에서 만났다고 했다. 그때 고둥은 그에게 대뜸 이렇게 물었다고 했다.


“갖고 싶은 게 있지?”


그리고 한철은 그 한마디로 충분했다고 말했다.


“뭘 갖고 싶었는데?”


내가 묻자 한철은 대답 대신 되물었다.


“너도 갈 거지?”

“…갈 때 필요한 거 있어?”

“돈.”

“저 사람 주는 거야?”

“아니. 거기 가면 필요해. 장례 치를 때 죽은 사람한테 노잣돈 주잖아. 그런 거랑 비슷해.”

“얼마나?”

“글쎄, 나도 몰라. 필요한 만큼? 아무튼, 갈지 말지 생각해 보고 말해줘. 저 사람한테 언제 연락이 올지 모르거든. 오늘 밤이 될지, 다음 달이 될지.”


한철에게 고둥은 “갖고 싶은 게 있지?”하고 물었다. 그리고 내게는 “찾는 게 있지?”라고 물었다. 그곳에는, 정말 있다면, 뭐가 있는 것일까? 고둥은 말했다. “네가 원하는 그거.” 나는 비명이라도 지르고 싶은 기분이었다.

“대체 이게 다 무슨 일인지….”


한철의 차가 백화점 주차장을 빠져나왔다. 해가 중천인데도 잔뜩 찌푸린 탓에 사위는 어둑어둑했다. 바람이 세차게 불고 있었다. 오늘은 비 예보가 있었다. 거리의 사람들은 비를 맞을까 종종걸음쳤다. 백화점 맞은편에 종합병원 응급실이 보였다. 지난번 고둥을 만났을 때가 생각났다. 고둥은 혹시 이곳에 죽은 사람을 데리러 온 걸까? 그런 생각을 하니, 조금 전 내가 고둥에게 더 이상 묻지 못했던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나는 무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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