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소설 <서쪽 끝> 10화
5. 쵸코
병원에서는 쵸코의 탈모가 스트레스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기생충이나 피부 트러블이 원인이라면 심하게 긁기 마련인데 쵸코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의사는 쵸코에게 급격한 환경 변화나, 보호자와의 관계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니냐며 채근하듯 물었다. 나는 하는 수 없이 내가 우울증약을 복용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자 의사가 물었다.
“혹시 쵸코가 최근에 소중한 사람을 잃었을까요?”
나는 대답을 하지 못했다. 쵸코가 슬픈 눈으로 나를 돌아봤다. 나는 힘없이 늘어진 쵸코를 안고 병원을 나왔다.
고둥을 만난 뒤에 인터넷에서 서쪽 끝을 찾았다. 사람이 죽으면 가는 곳. 그곳을 서천(西天)이라 부른다는 걸 알았다. 우리나라 설화에서는 사람이 죽으면 그곳에서 살다가 다시 환생한다고 믿었다.
서천에 다녀온 이야기로 가장 유명한 것은 제주 설화에 나오는 바리데기였다. 버려진 일곱 번째 공주가 온갖 고생 끝에 서천에서 생명수를 가지고 돌아와 죽은 아버지를 살려낸다. 또 다른 이야기는 할락궁이 이야기다. 할락궁이는 서천으로 아빠를 찾아갔다가 돌아와서 죽은 엄마를 다시 살려낸다.
두 이야기 모두 서천에서 돌아와 죽은 사람을 살리는 이야기였다. 이 이야기대로라면 서쪽 끝에 가면 암으로 돌아가신 외할머니나, 어릴 때 죽었다는 작은 아버지를 만날 수 있다는 걸까? 돈만 있으면 누구든 죽은 사람을 데리고 나올 수 있다는 걸까?
고둥의 말에 따르면, 죽은 사람이 가는 곳에 산 사람이 가는 거라고 했다. 그리고 어떤 이유로 그곳에 갇혀 돌아오지 못하게 되는 사람도 있다고 했다. 생각해보면 정말 어처구니없는 이야기였다. 나는 소파에 맥없이 엎드린 쵸코를 무릎에 앉히고 쓰다듬었다.
“쵸코. 그치? 말도 안 되지?”
내가 만약 사람들에게 “얼굴도 기억나지 않는 사람이 있고, 그 사람을 찾고 싶어서 처음 보는 사람을 쫓아가는데, 영영 못 돌아올 수도 있다.”라고 말한다면 뭐라고 할까. 백이면 백, 미쳤다고 할 거다. 나는 고둥의 정체도 모른다. 사기꾼이나 인신매매범 어쩌면 장기밀매범일지도 모른다. 아니, 애초에 서천 같은 그런 곳이 있다는 말부터가 말이 안 됐다. 나는 맥주캔을 까며 중얼거렸다.
“씨발. 좆까고 있네.”
***
“쵸코야. 쵸코야.”
새벽녘, 불길한 예감에 급하게 불러봤지만, 침대에 쵸코는 없었다. 불을 켜자 현관 앞에 오줌을 지린 채 축 늘어진 쵸코가 보였다. 숨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았고 아무리 불러도 눈곱이 잔뜩 낀 눈을 뜨지 못했다. 나는 서둘러 쵸코를 끌어안고 응급실로 향했다.
의사는 쵸코가 병에 걸린 게 아니라 단순한 영양실조라고 했다. 아닌 게 아니라 녀석은 살이 너무 빠져 있었다. 수의사가 학대를 의심하는 눈초리로 나를 보았다. 쵸코는 2시간 동안 영양제 링거를 맞았다. 그래도 쵸코는 여전히 너무 귀여웠다. 나는 가만히 쵸코를 쓰다듬으며 옆을 지켰다.
“쵸코. 미안.”
그사이 나는 마스크를 두 장이나 겹쳐 썼지만, 응급실의 온갖 약품 냄새는 계속 나를 괴롭혔다. 두통이 산불처럼 일어 내 정신을 모조리 태웠다. 기운 없이 늘어진 쵸코와 두통에 시달리는 나. 모두 한심했다. 사람이 이런 상태가 되면 고둥 같은 사람의 말을 믿게 되는 거다. 자신을 재림예수라고 하는 사이비 교주를 믿는 것과 뭐가 다른가.
“서천이고 뭐고. 그게 다 뭐냐? 그딴 걸 다 믿고. 나 미쳤나 봐. 그렇지?”
쵸코가 링거를 다 맞을 즈음 도로는 러시아워로 북적이기 시작했다. 나는 아침도 먹을 겸 근처에 있는 부모님 집에 가겠다고 전화를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