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화> 5. 쵸코 (두번째)

단편소설 <서쪽 끝> 11화

by allen rabbit

“어머! 얘 왜 이러니?”


엄마는 내 품에 안겨 현관으로 들어서는 쵸코를 보고 깜짝 놀랐다.


“영양실조래. 링거 맞고 왔어.”

“아유 불쌍해라.”


엄마는 쵸코의 눈곱을 닦아주고 눈을 맞추며 얼렀다.


“엄마. 나 배고파.”

“그래. 잠깐만 기다려.”


엄마가 주방으로 갔다. 나는 쵸코를 무릎 위에 올려놓고 소파에 앉았다. 부엌에서 엄마가 상 차리는 소리가 들렸다. 겁이 난 듯 쵸코가 몸을 떨었다. 나는 쵸코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괜찮아. 여기 할머니 집이잖아. 괜찮아. 괜찮아.”

“근데 개 이름이 뭐니?”

“엄마. 쵸코잖아.”

“아, 쵸코구나. 언제부터 키웠니? 말도 없이.”

“무슨 소리야. 쵸코 몰라? 벌써 몇 년이 됐는데.”

“아, 아빠 털 알레르기 때문에 안 데리고 왔나 보다. 쵸코 접종은 다 했지?”

“... 몰라.”


내가 쵸코 접종을 했던가? 안 했던가? 기억이 없었다.


“안 했어? 다 해야 해. 사람만큼 손이 간다고. 쵸코 몇 살인데?”

“…!”


순간, 어째서인지 갑자기 집이 낯설어졌다. 아니, 그보다는 뭔가 어색한 느낌이 들었다. 이곳에서 안고 있는 쵸코의 무게감이 어색했고, 집 안의 공기가 낯설었다. 엄마가 물었다.


“왜 쵸코야? 초콜릿도 좋아하지 않으면서. 이름 네가 졌어?”


손이 미친 듯이 떨렸다. 나는 정말 아무 기억도 나지 않았다. 쵸코가 나를 바라보며 낑낑거렸다. 하지만 난 차마 쵸코를 볼 수 없었다. 쵸코가 왜 쵸코라는 이름을 갖게 됐는지. 언제 어떻게 내가 쵸코를 데려왔는지, 내가 데려온 건 맞는지. 나는 정말 아무것도 몰랐다. 아무 기억도 나지 않았다. 쵸코는 주인이 따로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쵸코가 그 흔적인지도 몰랐다.


나는 한철에게 전화하기로 마음을 정했다. 어쩌면 나 역시 사람들의 기억에서 사라지게 될지도 모른다. 그리고 엄마는 이유도 모른 채 뭔가를 그리워하게 되겠지.


사무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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