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소설 <서쪽 끝> 13화
여인숙은 수도가 있는 마당을 중심으로 네모나게 들어앉은 집이었다. 다닥다닥 붙은 열네 개의 방들이 툇마루로 연결된 아주 오래된 여인숙이었다. 버려진 지 오래된 듯 지붕과 벽이 여기저기 무너지고 부서져 있었다.
“시내에 아직 이런 집이 있다니…. 근데 배나무는 어디 있는 거야?”
그러자 한철이 대문 앞 텅 빈 지붕 위를 가리켰다.
“저기 있잖아.”
“어디?”
“아, 넌 안 보이는구나. 한 번 다녀온 사람만 보이나 보네.”
“너, 다녀온 적 있어?”
내가 묻자 한철은 조금 당황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순간 쇠 비린내가 훅 끼쳤다. 이 집은 아무 냄새도 나지 않아서 더 선명했다. 나는 어떤 물건이 이런 냄새를 내는지 알고 있었다.
“한철아. 근데 너 안에 그거….”
고둥이 방들을 살피며 어슬렁대자 한철이 둘러대듯 말했다.
“간다. 가자.”
“너 칼 가지고 왔지? 왜?”
“그게 무슨 소리야?”
한철이 흠칫 뒤로 물러섰다.
“이 미친 새끼! 뭐야! 미쳤어?!”
안경이 갑자기 고함을 질렀다! 그의 앞에 선 수수깡의 손에는 어느새 칼이 들려 있었다. 안경은 어깨에 피를 흘리며 뒷걸음질 쳤고, 수수깡은 서슬 퍼런 얼굴로 칼을 마구 휘둘러댔다. 하지만 두 사람 모두 겁먹은 얼굴이었다. 엎치락뒤치락하다 안경이 간신히 수수깡의 팔을 붙들더니 다시 소리쳤다.
“너 이 새끼! 죽고 싶어?! 감히!! 네가 날? 이 개새끼야?!”
“그래 너 죽이고 나 여기 뜰 거야. 시팔! 지긋지긋해!”
당황한 사람들이 말리려 하는 그때 고둥이 어느 방문 앞에서 말했다.
“시간 없어. 금방 닫힐거야.”
고둥이 사람들을 향해 오라고 고개짓을 했다. 그러자 사람들이 우르르 문 앞에 줄을 섰다. 맨 앞에 선 남자가 먼저 방으로 들어가자 고둥이 문을 닫았다. 다음 사람이 또 방문을 열고 들어갔고 고둥은 다시 문을 닫았다. 그렇게 차례로 사람들이 들어가고 이윽고 내 앞에 서 있던 한철도 방으로 들어갔다. 고둥이 한철의 등 뒤로 문을 닫았다. 순간 온몸에 소름이 돋고 심장이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다. 이제 내 차례였다. 그리고 마침내 방문을 열었을 때 나는 화들짝 놀라고 말았다. 조금 전까지 방에 들어갔던 사람들이 거기 없었기 때문이었다! 방에는 구멍 난 지붕에서 떨어지는 눈만 소복이 쌓이고 있을 뿐이었다.